이씨·유씨家 55년 공동경영 체제 무너지나

삼천리그룹의 그룹분리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천리 그룹은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회장 2명의 CEO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구씨와 허씨가 LG가를 창업했듯, 삼천리도 이씨와 유씨가 창업해 공동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유상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동해임산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그룹분리설이 나돌고 있다. LG가 LG(구씨)와 GS(허씨)로 나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천리 그룹의 행보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본다.
삼천리그룹의 공동 경영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삼천리그룹은 故이장균·유성연 명예회장이 1955년 공동으로 ‘삼천리연탄기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한 회사다. 두 가문의 동업 체제는 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현재 삼천리그룹 주력 계열사는 국내 1위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삼천리와 국외 자원 개발업체인 삼탄이다. 삼탄의 최대주주는 삼천리이며, 삼천리는 삼천리그룹의 계열사로 등록돼 있다. 지분 소유 구조가 외면적으로 계단 형태인 셈이다.
삼천리는 지난 5월 19일 기준, 이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7.86%, 유 회장이 11.57%를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그룹 임원들과 계열사 임원들의 지분까지 모두 합하면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은 31.50%에 달한다.
이 회장과 조카 이은백 상무 등 이씨 가문과, 유 회장과 친인척 등 유씨 가문이 삼천리 지분을 각각 12.44%씩 보유하고 있다.
삼탄 지분도 이씨 가문이 29.84%, 유씨 가문이 27.47%를 나눠 갖고 있다. 지분구조만 보면 동업 체제가 뚜렷하다.
계열사 분리 경영으로 이혼 수순 밟고 있어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이씨와 유씨 가문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천리그룹이 구씨(LG)·허씨(GS) 가문처럼 ‘이혼’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분분히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동해임산은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일대 부지 105만㎡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동해임산은 총 사업비 1000여억 원을 들여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위해 현재 도시 관리 계획 결정 등 막바지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임산은 삼천리 그룹의 손자 회사이며, 최대주주는 삼탄(지분율 100%)이다. 때문에 삼천리 그룹의 골프장 건설은 얼핏 보면, 손자회사를 통한 부동산 개발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천리그룹의 공동 계열사이지만, 동해임산은 실질적으로 유상덕 회장의 단독 회사다. 유씨 가문이 삼탄의 지분 27% 가량을 가지고 있다지만,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총 57.3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임산의 자금도 삼천리를 배제하고 삼탄이 단독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해임산은 삼탄의 신용보증을 통해 우리은행으로부터 18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결국 유상득 회장이 이 회장을 배제하고 삼탄을 통해 단독으로 총 투자금 10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삼천리그룹은 이미 삼천리와 삼탄 이외의 계열사 경영도 분리해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 가문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는 삼천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삼천리ENG(가스배관공사ㆍ가스기기 공급업체), 삼천리ENG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천리ES(냉ㆍ난방기기 전문업체) 등이다.
여기에 2006~2008년 새로 설립된 휴세스(HUCESㆍ집단에너지업체ㆍ설립연도 2006년) 함평태양광발전소(태양광발전업체ㆍ2007년) SL&C(외식 등 생활문화업체ㆍ2008년) 등도 이씨 가문 회사다. 반면 유씨 가문은 삼탄 인도네시아법인 키데코(KIDECO)와 삼천리제약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천리와 삼탄이 상호출자라는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사실이 계열분리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삼탄은 최근 삼천리 지분 6.53%(26만 4693주)를 이 회장 일가에게 상당 부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먼저 삼천리는 두 가문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 지난해 유상감자를 통해 삼탄 지분 9.6%(29만 6000주)를 처분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천리와 삼탄이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천리, ‘돈’ 때문에 삼탄과 이혼하기 싫어
하지만 삼천리그룹 측은 현재 ‘계열 분리 불가’ 의견을 확고히 하며,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계열 분리라는 얘기는 회사 내 금기사항과도 같다”고 말했다. 계열사 수 등 외형만 따지면 삼천리그룹에서 이씨 가문 세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내는 알짜 기업은 모두 유씨 가문 몫이다. 거꾸로 말하면 유씨 가문이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2007사업연도 기준 삼천리 연간 매출액은 1조9073억 원에 달했다. 순이익은 매출액 대비 2.9%에 불과한 565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2007년 기준 삼탄은 매출액 2168억 원, 순이익 72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탄 순이익은 이씨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 순이익을 합해도 100억 원 넘게 많은 것. 때문에 삼천리는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삼탄을 포기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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