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품질경영 ‘위기’
삼성전자 품질경영 ‘위기’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5-25 10:15
  • 승인 2010.05.25 10:15
  • 호수 83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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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콜‘펑’품질 경영‘와르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품질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폭발했다. 지난해 10월, 삼성냉장고가 폭발한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연이은 품질사고는 삼성의‘품질 1등주의'를 무너뜨렸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삼성의 관리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폭발사고가 발생한 뒤, ‘그럴 리 없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댐에 생긴 작은 구멍을 방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댐이 무너지고 만다. 같은 맥락으로 삼성도 품질경영을 통해 고객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휴대전화 폭발사고를 당한 피해자 K모씨로부터 위기를 맞은 삼성의 고객만족시스템에 관한 문제점에 관해 들어 봤다.

지난 13일 새벽 6시, 종로구에서 K씨(28)의 ‘SHP-W830’(매직홀폰)휴대전화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씨가 새벽 운동을 다녀온 사이, 구입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휴대전화 베터리에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 그리고는 2분이 채 지나지 않아‘펑’하고 터져버렸다. 이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중요 서류가 불에 탔다. 또 K씨는 불을 끄려다 화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K씨는 처음에 폭발 원인을 알기 위해 소비자연맹에 신고했다. 그 직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연락이 왔다. K씨는 삼성 직원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퉁명스러운 대답뿐이었다. 담당자는 “우리 휴대전화가 폭발할리 없다. 서비스 센터를 연결해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고객의 안전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않는 태도였다"고 K씨는 분노했다.


휴대전화가 폭발할 리 없다?

쌍림동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의 태도 역시 K씨를 불쾌하게 했다.

관할 서비스센터 실장은 K씨가 폭발사고를 신고한 의도에 의문을 품으며 “15일까지 기다리면 휴대전화를 교환 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감감무소식. 기다리다 못한 K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 당장 쓸 임시 휴대전화 지급과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줄 것을 요구했다.

3월에 휴대전화를 구입했기 때문에 기기 변경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실장은 신규 계약을 풀어주기로 약속했고, 대리점까지 소개해줬다. 하지만 대리점에 찾아간 K씨는 다시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비를 들여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삼성전자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 K씨는 지난 16일 인터넷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사이트에 이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 때서야 삼성전자 관계자는 K씨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 산 휴대전화 비용을 지불하겠다”며 사고 휴대전화의 반납을 요구했다.

K씨는 “삼성전자가 사고 휴대전화의 반납부터 요구하는 것은 증거인멸을 위한 것 같고, 후에 ‘폭발 사고는 사용자 측 책임’이라고 발뺌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K씨를 대내외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K씨는 “공무원인 내가 언론에 노출되서 좋을 것이 없다고 설득했다”며 “이 외에 삼성전자 출신 간부들이 간접적으로 나에게 회유의 언질을 던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K씨는 결국 압력에 못 이겨 새 휴대전화 구입 비용만 받고 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삼성전자와 합의를 보았다. 또 상호간 언론에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 삼성전자는 합의 사항을 어기고 ‘휴대폰 폭발은 사용자 과실 때문’이라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다. 또 삼성전자는 그 후 K씨의 휴대폰을 수거해 가버렸다.

이 시기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K씨가 돈을 목적으로 해서 이 사건을 꾸민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K씨는 “돈이 관심 있었으며 합의 당시, 내 계좌로 돈을 넣어준다고 했을 때 받았을 것”이라며 “이제는 너무 지쳐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거나,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빨리 이 사건이 끝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유서도 썼다”고 털어놨다.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내내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사가 나가면 삼성전자가 어떤 압박을 가해올 지 걱정된다는 것이다. 삼성의 ‘부실 경영'의 단적인 예는 이 뿐만이 아니다. 몇 일 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IT블로그 기즈모도(gizmodo.com)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버라이즌을 통해 판매된 삼성전자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인 ‘로그폰’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회수한 휴대전화는 왜 비공개하나?

코리 허스트라는 사용자는 “로그폰이 자동차 운전석과 콘솔박스(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수납공간) 사이로 떨어져 이를 집으려 하는 순간, 휴대전화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고로 눈 속에 휴대전화 조각들이 들어갔고, 눈 주위에도 찰과상을 입어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코리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수거해간 뒤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손된 휴대전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시장 점유율 50%이상을 유지하고, 최근 미국에서는 시장 점유율 30%을 돌파했다. 현지 시장조사 회사인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 1230만 대의 휴대전화를 출하해 시장의 30.1%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삼성전자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품질경영, 신뢰경영’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2009년 10월에 이은 이번 휴대전화 폭발 사고로 품질 경영은 무색해진 데다가,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의 대처 방식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신뢰 경영’과도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였던 ‘소비자 안전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도 논란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확인 결과, 베터리가 아닌 폴터폰 중간 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미뤄 제품 자체의 하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며 “제품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파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와 직접 만났을 때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며 “삼성전자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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