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6 | 女기자 2인 체험르포 -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생산라인 1일체험
특집기획 6 | 女기자 2인 체험르포 -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생산라인 1일체험
  • 이수영, 김수정 기자
  • 입력 2010-05-17 13:19
  • 승인 2010.05.17 13:19
  • 호수 83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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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로망 ‘돈 공장’의 진면목
"이게 멀마야?" 본지 김수정 기자가 완성포장 된 5만원권 지폐뭉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총 10억원이다.

달콤함을 좇는 어린이의 로망이 ‘초콜릿 공장’이라면 어른들의 로망은 단연 ‘돈 공장’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은 우리 삶의 질은 물론 ‘인격등급’까지 매길 만큼 절대적인 권력이 된 지 오래다. 인생에 있어 넘쳐서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돈은 과연 어디서 온 걸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일요서울] 여기자 2인방이 향한 곳이 바로 이곳,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이하 화폐본부)다. ‘가급 보안’ 국가기간시설이자 대한민국의 은행권 화폐를 제조하는 이른바 ‘돈 공장’을 찾아 떠나는 날. 20대 사회 초년병인 취재진의 가슴은 두근 반, 세근 반 뛰고 있었다.


Step 1 잠재적 ‘절도범’(?) 되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역발 KTX에 몸을 싣고 동대구로 향했다. 열차에서 내려 경북 경산시를 향해 택시로 다시 30여분을 달린 끝에 다다른 곳, 이정표 하나 없는 삭막한 회색 건물은 도착과 함께 취재진의 가슴을 무겁게 압박했다.

“숨긴 카메라 같은 거 없으시죠? 함부로 사진 찍으시면 큰일 납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들이닥친 탓에 화폐본부 정문에서 하릴없이 대기한 게 5분 여. 무료한 감에 디지털카메라로 정문 현판을 찍자 보안요원이 정색을 하며 달려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간시설 즉 ‘가급 보안’ 시설이니만큼 보안요원이 입회하지 않는 이상 취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매달 ‘침투대비 훈련’이 정례화 된 곳이니 보안이 오죽하랴. 얌전히 실무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보안통제실로 안내된 취재진을 기다린 것은 따뜻한 커피, 그리고 ‘보안서약서’였다.

서약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화폐제조 공정을 한 눈에 알아차릴 정도의 ‘풀샷(full-shot)’ 촬영 금지, 은행권 제조기기 명칭 및 규모 등 기밀 유지, 촬영 내용물 외부 유출 금지 등이 그것이었다. 모든 촬영, 기록물은 철수 전 보안과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는 항목도 있었다. 잠재적 절도범(?) 취급을 받고 있다는 불편함을 느낄 법도 했지만 긴장감이 더 컸다.

서약서에 서명을 하자 기자들에게 빨간 테두리가 둘러진 출입증이 건네졌다. 시설을 둘러볼 때는 목숨보다 중요한(?) 물건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일국의 화폐를 만드는 곳, 심장부나 다름없는 국가 기간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공식권한을 손에 쥔 순간이었다.


Step 2 “완전 흥분!” 돈 냄새에 정신 잃다

본격적인 생산라인 참관이 시작되는 순간. 은행권생산을 책임지는 박명순(52) 인쇄생산관리부장의 안내로 본격적인 취재가 이뤄졌다. 100% 지문인식으로 작동하는 육중한 철문을 열자 너무도 익숙한 잉크냄새가 훅 끼쳤다. 어린 시절 해마다 명절이면 친척 어른들이 손에 쥐어주시던 빠닥빠닥한 신권 지폐. 그립고 그리운, 바로 그 냄새였다.

가장 최근 발행된 5만원권 지폐를 중심으로 박 부장은 기자들에게 지폐제조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5만원권 지폐가 완성되기까지는 총 8개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제지본부로부터 100% 면 소재의 제지를 공급받아 앞·뒤면 초반을 인쇄한다. 망으로 된 스크린 판에 잉크를 새기는 ‘노타스크린’ 과정을 거친 뒤 위조방지를 위한 홀로그램을 붙인다.

이후 ‘요판인쇄’로 스크린 인쇄가 끝난 지폐 앞·뒤에 도안을 새기는 작업을 거친다. 요판인쇄에 사용되는 기기는 1대당 가격이 100억원에 육박한다. 요판인쇄는 앞·뒤로 2번을 거쳐야 하며 신사임당 초상이 입혀지는 과정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불량화폐를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엔 100% 수작업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특수 기기를 통해 한 시간에 전지 8000장(전지 1장 당 5만원권 28매 인쇄)의 불량률 체크가 가능하다. 기기를 통과한 전지 화폐는 다시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량 여부를 판단하고 재단과 함께 포장 작업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화폐본부는 1년에 약 5억장 정도의 지폐전지(모든 권종 포함)를 인쇄하고 한국은행에 납품한다. 지폐가 완성되기까지는 건조기간을 포함해 최소 40~50일이 걸린다.


Step 3 ‘돈 공장’ 사람들 人心에 취하다

현금 10억원(!)을 품에 안는 ‘호사’를 누리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주화제조라인. 매일 우리 지갑 안에서 짤랑이는 동전을 만드는 곳이다. ‘돈 냄새’에 완전히 긴장이 풀린 취재진에게 주화생산관리부 대표로 안내를 담당한 박주익(52) 차장은 시종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다.

주화공정은 총 6단계를 거친다. P금속이 공급하는 주화원료 ‘소전’을 생산기기에 넣으면 정확한 수를 체크한 다음 동전 앞·뒤 무늬를 찍는 압인과정을 거친다. 1분에 750~850개 정도의 동전을 찍어낼 수 있으며 이후 특수기기를 통해 불량주화를 거른다. 불량률은 불과 0.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100원 동전은 40롤씩, 500원 동전은 20롤씩 묶에 박스에 넣어 비닐 포장을 하면 완성이다.

철통같은 보안에 질린 것도 잠시. ‘돈 공장’ 탐방을 나선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긴장은 완전히 풀렸다. 라이터 하나, 동전지갑 하나 맘대로 갖고 들어갈 수 없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돈 냄새가 자욱한 만큼 따뜻한 인심이 흐르는 그곳은 진정 ‘어른들의 로망’이라 불릴 만 했다.

[경산 -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경산 -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이수영,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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