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청기업 ‘노예 만들기’ 실태 고발
대기업, 하청기업 ‘노예 만들기’ 실태 고발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5-11 10:52
  • 승인 2010.05.11 10:52
  • 호수 83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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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돈으로” 중소기업 죽이기
글로벌 기업은 사회적 기업이다. 이는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자는 의미이다. 이같은 글로벌 경영환경에 국내 기업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상생경영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중소기업을 죽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자들의 사업 분야에 까지 뛰어들어 시장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힘으로, 돈으로~’밀어붙이는 대기업 행보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멈춰 섰다.

경제지표는 올라가는데 반해 일반인들의 씀씀이는 줄고,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 뒤편에 대기업들의 반사회적 기업 정서가 기업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죽이기 심각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 실태는 심각하다.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특허나 시장개척을 통해 일정 정도 규모를 키워놓은 분야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기업의 하청기업 B사는 특허권을 A사에 주는 조건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특허권을 가지게 된 A사는 B사로부터 특허권 사용료를 챙기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칼만 안들었지 강도인 셈이다.

B사의 대표는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대기업과 계약을 할 때, 특허권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청을 바꾸겠다고 협박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는 도를 넘었다. 이것이 대기업이 말하는 자신들만의 ‘상생경영’이다”고 말했다.

최근 와인업계에서도 중소기업 죽이기가 한창이다.

와인전문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 두산주류BG를 인수한 롯데주류BG, 나라식품, 신동와인 등이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중소수입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의 계열사 신세계L&B가 와인수업에 뛰어들면서 판매마진 40%를 10%선으로 억제해 덤빙 판매를 유도하는 등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중소수입업체들이 설 자리는 위축되고 있다.

수입 와인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엄청난 자본금을 토대로 중소수입업체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와인수입업체 대부분이 신세계 계열의 대형마트나 백화점, 호텔에 납품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기 힘든 분위기”라면서 “아직 시장 파급력이 크지는 않지만 저가와인을 취급해 온 일부 소형업체 몇 곳이 벌써 쓰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T에 대한 중소기업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SKT는 지난해 말 자회사 SK마케팅앤컴퍼니를 통해 중소업체가 해오던 휴대전화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대기업인 이동통신 3사가 사용자 인증과 이용대금 청구 및 수납대행 업무를 맡고, PG사업자로 불리는 중소업체들이 가맹점 영업과 정산 및 이용자 불만 처리를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돼 있다.

올 초 SK마케팅앤컴퍼니가 “오케이캐쉬백 사업과 IPTV 및 개인용 미디어 등 그룹 신규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폰빌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다날·모빌리언스 등 휴대전화 결제 업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10년 전에 세계 최초로 중소기업이 창안한 특허기술이 성장시켜온 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대기업들의 행태에 밀려나는 중소기업들은 눈물을 머금고 사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 경쟁업체들의 사업 영역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청업체 측에 원재료 인상분 떠넘기고 ‘나몰라라’

대기업의 횡포는 비단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 확장뿐만이 아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원자재 값이 오르자, 그 인상분을 소규모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실태도 비일비재하다.

생산업계는 대규모 원재료 공급업체->가공 하청업체->대기업의 납품 단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원재료 값이 오르는데도 대기업 측에서 하청업체의 납품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인상료는 하청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물제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00회사의 한 관계자는 “철스크랩의 가격은 2009년 1톤에 34만 9000원이었는데, 약 1년 뒤인 2010년 4월 경 43만 원으로 그 가격이 23%나 올랐다. 원료 가격은 이렇게 오르는데 완성 제품 가격은 2009년 1톤당 101만 6000원에서 2010년 4월 기준 108만 원으로 6% 오르는데 그쳤다. 원자재 인상폭을 생각하면 택도 없는 가격이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스크랩 인상부분을 하청회사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자재가격 인상은 단조업계에도 후폭풍을 몰고 왔다. 원료인 탄소강 가격이 2009년 8월 1톤당 91만 원에서 2010년 4월 103만 원으로 약13% 인상되었으나. 제품 가격은 작년 수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원료가격 상승이 제품 단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하청업체들의 ‘先공급 後정산’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즉, 이런 시스템 때문에 하청업자는 원자재가격이 올랐어도 이를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또, 원료 가격은 매일 변동되고 있으나. 납품가격은 분기~연간 단위로 계약하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하처업체가 인상분을 먼저 부담하고 대기업에 후 청구하게 된다. 더군다나 대기업은 청구를 받았을 때, 가격 인상분을 인정하지 않고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가 허다해 하청업체의 빚은 늘어만 간다.

수요 대기업 사이에 끼인 중소 납품업체의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의 아사(餓死)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모처럼 만에 살아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위축되고 경기 회복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배고픔’으로 몰리고 있는 중소업체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라인이 가동 중지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될 수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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