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은 동명목재·금성방직(현LG)·판본방적·경성방직·대성목재·양회수출조합·동신화학·제일제당(현 삼성)·대한제분·충주비료 등이다. 하지만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과 LG뿐이다. 당시 최대 기업이던 동명목재는 1980년에 도산했다. 삼일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1965년 매출액 100대 기업 중 2008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70년 이후 창업해 10대 기업이 된 사례가 없다.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편이어서 새로운 기업이 자리 잡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웹젠·마이클럽 등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여성 벤처사업가 이수영씨는 “한국의 비즈니스 관행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주종 관계로 엮여 있어 재벌이 아니면 사업하기 힘들다. 벤처 사업이 게임과 온라인 부문에 몰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성공은 몰라도 부자가 되기는 힘든 승자 독식 사회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1900년 상장회사 가운데 남아 있는 기업은 GE뿐이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1955년 500대 기업 중 2007년까지 생존한 기업이 전체의 14%인 71개라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기업은 30년 이내에 보통 80% 정도가 사라지며, 평균 수명은 15년 미만이라고 한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 통계만 봐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10년 동안 100대 주식부자 자리를 지킨 사람은 33명이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 9명이 세상을 등지면서 주식 부자 대열에서 이탈했다. 또 2000년대 초 붐을 이루던 벤처기업가들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 부의 독식 그리고 부의 대물림 현상이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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