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죽’ 쒔는데 임직원 ‘성과급’ 잔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곳이 금융권이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운용사를 믿고 맡기는 자금으로 운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회장 박현주) 투자자들이 잔뜩 화가 났다. 펀드 성적이 시장 평균치보다 현저히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파격적인 성과금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 이에 투자자들은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일부 임직원들이 자기 잇속만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미래에셋측은 “사기진작을 위해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뢰를 잃은 미래에셋 투자자들의 불편한 속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의 명성에 흠집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2010년을 ‘미래에셋 글로벌 경영’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선언하고, 글로벌 행보를 벌였다. 지난 4월 23일에는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에서 자산운용업을 지금부터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조만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 소매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임직원 배불리기 논란
하지만 국내 일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전망이다. 박 회장의 과거 명성과 미래에셋투신운용사를 믿고 펀드에 투자했지만 그 성과가 좋지 못했다. 게다가 펀드 성적이 시장 평균치보다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배신감(?)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0개 자산운용사의 국내 주식형펀드는 2009년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평균 44.14%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41.49%,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8.44%로 50개 중 각각 34위, 40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초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고 50%까지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반등으로 펀드 운용 수입도 덩달아 불어나며 3분기 말(2009년 4~12월)까지 1406억 원의 순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의 순이익도 각각 544억 원, 822억 원을 기록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올해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54.3%,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79.8%, 미래에셋캐피탈 37.9%를 갖고 있다. 이들 3개 계열사의 최근 3년간 배당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이 25.2~36.7%인 것을 감안하면, 3분기 말까지의 순이익만 따져봐도 48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당금은 4분기 순이익까지 계산하기 때문에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성토를 하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경기 상황이 안 좋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워낙 시장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투신운용사가 임직원들에게 배당금 잔치를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게다가 박 회장이 내년부턴 일체의 배당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내비췄다. 그는 “올해 엄청난 배당금이 예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냐”며 비꼬았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2008년엔 성과금이 전혀 없었다. 올해는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성난 민심이 꺾일지는 앞으로도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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