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빚더미에 올라앉아 ‘위태위태’
공기업 부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 중 500% 이상의 부채율을 자랑하는 LH공사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8대 공기업(LH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과 준정부 기관(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인천광역시도시개발공사)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민들에게 피해보전 책임이 돌아갈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공사를 포함한 ‘공기업’의 부채비율과 재정 악화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8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예산을 좀먹고 있다. 이 중 대형 공기업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매년 급격히 높아져 재무건정성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는 것은 단연 LH공사.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8대 공기업 부채비율 민간기업보다 높아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53개 기업집단에 속하는 1264개 기업을 상호출자·상호보증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더불어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8개 공기업(준정부기관 포함)의’ 평균 부채비율이 159.9%에 달했다고 밝혔다. 8개 기관에는 LH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가 포함됐다. 우리나라 8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평균적으로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셈. 이는 민간집단을 포함한 53개 기업집단 평균 부채비율인 114.9%에 비해서도 45%나 높은 수치다. 더군다나 45개 민간기업의 부채비율이 10%이상 감소한 것을 볼 때, 공기업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14.3% 오른 것은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2004년 84.63%였으나, 2007년 106.96%로 늘어났고, 2008년도에는 133.27%로 급증했다.
LH 공사, 부채비율 가장 높아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LH공사. 부채비율은 무려 5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재무건전성 상태가 최악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해 발족한 LH공사의 총 자산은 20조 원에 불과하지만 부채총액은 무려 109조 원에 달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LH공사는 지난해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함으로써 단숨에 자산규모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525.3%에 달해, 부채순위에서도 단연 2위라는 오명도 떠안게 됐다. 이는 민간기업인 삼성테스코(1064.74%), 동양(870.43%)보다는 낮지만, 한화(481.14%), 금호아시아나(405.67%)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산상태에 달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금호아시아나보다 더욱 큰 부채율을 가진다는 것은 문제”라며 비판했다.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LH공사는 처리하는 분야가 넓다보니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위한 자금수요가 계속 발생해 채권발생 등을 통한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LH공사의 부채에 따른 이자는 하루 평균 70억 원에 이른다.
LH공사 빚탕감, 날이 갈수록 어려워
더욱이 LH공사는 사채 발행을 통해 6월 말까지 국세청에 240조 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재무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LH공사의 미래는 어둡다. 동일인 투자한도 제한, LH공사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LH채권 매입을 피하고 있어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이 어려울 경우 신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기존사업의 축소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H관계자는 “LH 공사의 임대주택, 신도시·혁신도시 조성 위해 생긴 부채는 악성부채가 아니다. 재고자산에 투입되는 부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손실보전이 100% 가능한 부채”라며 “선수금, 분양 중도금같이 회계상으로만 잡히는 부채가 대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순수하게 국가 정책을 수행하다 생긴 것이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자체적인 부채감소 방안에 대해서는 “오리 본사 사옥, 지역 본부 사옥을 매각하고, 토지·주택 보유에 총력을 기울여 부채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하고있다”며 “자체적으로도 경비를 절감하고 매매촉진하기 위한 사원들 사이의 여러 노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부채 증가 요인에 대해 “LH공사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다”면서 “LH공사의 부채는 무엇보다 사업구조가 ‘일시투입-장기회수’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정책사업 시행 물량 확대, 낮은 정부 지원단가 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가 그 뒤 이어
한편 LH공사의 뒤를 잇는 것은 한국가스공사다.
부채비율은 자본 잠식 상태인 석탄공사를 제외하고 가스공사가 347%로 비교적 높은 수위에 머물렀다. 물론 지난해 433%였던 부채비율이 90%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들 부채 중 상당 부문은 가스요금 등과 같이 매출원가에 적정한 마진을 반영하지 못한 데 따른 것과 장기간 투자를 요구하는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대규모 차입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 2008년 국제유가 상승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도 정부의 물가인상억제정책에 따라 가스요금이 동결되면서 대규모 손실과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설명은 한전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한전은 가스공사와는 달리 부채비율이 80.92%에 불과했고, 도로공사와 철도공사도 각각 94.09%와 100.53%에 그쳐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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