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묻은 돈’ 빼앗는다 논란

국내 빙과류 제조업체 4개사가 일제히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폭은 최고 43%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롯데제과, 롯데삼강, 빙그레, 해태제과 등 4사가 동시에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에서 가격담합 의혹마저 일고 있다. 4사는 본격적인 여름시즌을 맞이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여름이 가까워 오는데 아이스크림도 못 사먹는다니 말이 돼요?”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터무니없이 오른 아이스크림 가격을 보고 기가 막혔다는 김모씨(32·여). 김씨는 “가격이 올랐을 것이란 생각은 못하고 계산하려다 깜짝 놀랐다. 내가 영수증을 잘못 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아이스크림 2~3개만 손에 들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9일, 빙과류 업계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제과, 빙그레 등 유명 빙과업체들은 짜기라도 한 듯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폭도 매우 크다. 인상폭이 최고 43%나 된다.
당일 관련업체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와일드바디와 메가톤바의 가격을 43%(1000원)씩 상향조정했다. 인기제품인 옥동자도 가격이 1000원으로 뛰었다.
롯데삼강의 돼지바, 찰떡바, 비엔또(각 1000원)도 43% 올랐고, 빠삐꼬는 예전 가격의 14% 오른 800원이 됐다.
빙그레도 가격인상에 참여해 지난달 4000원에 판매하던 링키바를 5000원으로 25% 인상했다. 또 6000원짜리 투게더와 엑셀런트, 그리시아쿠앤크 등도 7000원으로 모두 1000원씩 인상했다.
해태제과는 아직 가격인상을 하지 않았지만, 누가바와 바밤바 등 제품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베스킨라빈스31, NATURE 등 아이스크림 고급 브랜드화에 이미 소외되었던 서민들이었다. 이들은 이번 저가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으로 다시 한 번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가격인상 이유는 원료 고급화
빙과업계는 ‘원료 고급화’를 가격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원료인 우유를 1등급으로 바꿨고, 양도 75ml에서 85ml로 소폭 늘렸기 때문”이라며 “가격 인상폭도 높게 보이지만, 실질적인 가격 인상폭은 2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빙과업체는 ‘가격 표시제의 소멸’ 때문에 빙과류 제조업체들이 ‘괴멸 위기’에 처해있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가격 표시제의 소멸이란 제품의 정가를 생산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유통업체가 ‘자의적인’ 가격을 매겨 소비자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00마트에서 ‘빙과류 50% 세일’ 문구가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 그 예이다.
이 제도는 자칫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전략에 따라 소비자들의 득과실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 점포마다 같은 물건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일이 비교하기 힘들고, 반대로 일부 점포가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면 다른 매장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제조업체는 마진을 남기기 힘들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가격을 높게 잡아야 겨우 마진이 남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 음료는 이 제도 시행 중에 있다. 빙과류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격표시제 소멸 때문에 빙과업체 힘들다?
하지만 빙과업체의 가격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먼저, 우유와 설탕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향새를 보이는 지금, 사실상 인상 요인이 없음에도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또 원료 등급을 높인다고 해도 43%(최대)의 인상률은 너무 심하다.
더군다나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도 너무 빈번하다. 빙과업계는 지난해 10월에도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롯데제과, 롯데삼강 그리고 빙그레의 당시 ‘겨울용 모나카류’ 아이스크림 인상폭은 최대 50%. 빙그레 붕어싸만코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었다. 이미 20%로 오른 가격에 또 인상을 한 것이다. 또 빵또아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가격이 뛰었고, 끌레도르는 1500원에서 2000원이 됐다.
롯데제과의 찰떡 와플과 찰떡 아이스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롯데삼강 역시 궁화빵과 쿠키오를 9월과 10월 각각 500원 올린 1500원으로 인상했다. 2년도 채 안된 기간동안 아이스크림 가격은 무려 100% 오른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의 그칠 줄 모르는 고공행진에 서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아이스크림을 즐겨먹는다는 서울의 유모씨(24)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도 즐겨먹는데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더 받아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담합의혹 눈길 뗄 수 없어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인상도 ‘담합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네 개 업체의 ‘빙과류 가격 인상’에 대한 담합 혐의로 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가격담합을 위해 2005년 1월과 2006년 3월 2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으며, 가격인상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 이후, 또 다시 떠오른 담합 의혹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가격에 대해 타업체와 협의된 부분이 전혀 없다”며 “우리는 자체적으로 여러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인상 시기가 타업체들과 맞아 떨어진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2007년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가격 관련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담합을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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