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기흥반도체 생산라인 공개
르포-삼성 기흥반도체 생산라인 공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4-20 10:29
  • 승인 2010.04.20 10:29
  • 호수 83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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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오해 없도록 조사에 착수하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복귀하면서 그동안 의혹으로 지적됐던 사항들에 대한 규명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논란.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5일 경기도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삼성 반도체 공장 근로자 9명이 백혈병으로 숨진 것을 놓고 일각에서 공장의 근무환경을 문제 삼자 생산라인을 공개했다. 그동안 방관했던 의혹들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관계자들 역시도 극도의 비밀인 이곳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면서도 백혈병과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기자단에게만 공개하는 것을 두고 인권단체 및 유족측은 ‘눈 가리고 아옹’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췄다.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백혈병 논란과 가장 유사한 공정을 하고 있는 라인을 삼성전자 가 국내외 85개 언론사에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라인은 백혈병 사망자들이 일했던 1∼3라인이 아닌 5라인. 1, 2라인은 사망자 발생 이전인 2006년 폐쇄됐고 3라인은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공정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삼성 측은 3라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5라인을 보여줬고, 당시 공정에 이용됐던 기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강남타워에서 출발한 버스는 50여 분 가량을 달려 기흥공장 입구에 도착했다.

5라인 입구에서 우선 속바지를 입고, 방진장갑을 낀 후 방진모, 방진마스크, 방진복, 방진 신발 순으로 중무장했다.

일부 여기자들은 화장을 지우고 들어갔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기자는 세수를 해야 했다. 매니큐어를 바른 여기자들은 지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치고 입실할 수 있었다.

먼지 한 톨도 허용치 않는 작업장 환경 탓이다.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린 후 에어샤워 기능을 하는 클린룸에서 강한 공기로 30초 이상 먼지를 털어낸 후 생산라인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태동인 기흥 반도체공장이 그 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다가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그 안에는 1개 라인의 길이가 약 220m로 양 옆으로는 증착과 식각, 노광, 세정작업장이 일렬로 촘촘히 들어서 있다.

5라인에 이어 S1라인을 둘러봤다. 지난 2004년 4월 세워진 S1라인은 처음부터 시스템LSI 전용 라인으로 설계됐다. 오퍼레이터들이 각 공정마다 웨이퍼를 손수 이동시키는 5라인과 달리 자동물류이동 시스템을 도입했다. 2.7m의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운반기구가 웨이퍼를 옮긴다.

투입하는 웨이퍼 크기도 12인치(300mm)로 5라인보다 크다. 공정도 상당 부분이 자동화됐기 때문에 라인이 100% 풀가동이 되고 있는데도 직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내부도 조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며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안전에 최우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 규명 vs 은폐 논란

한편, 생산라인 투어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조수인 메모리담당 사장은 “이번 설명회로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리라곤 보지 않는다”며 “그동안 역학조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혈병 사망자가 발생했던 1~3라인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고, 5라인 역시 대부분의 기기가 새로운 기기로 변경돼 단순한 공장 견학으로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서초 삼성 본관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유족측이 “삼성은 쇼하지 말고 직업병을 인정하라”라는 피켓을 흔든 이유이기도 하다. 한 유족은 “삼성이 기자들만 데리고 가서 깨끗한 환경을 보게 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기자들 온다고 비정규직이 엄청 고생했을 것이다. 바닥을 다 닦고 치웠을 것”이라며 은폐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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