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브랜딩 제 7탄 풀무원 남승우 사장
CEO 브랜딩 제 7탄 풀무원 남승우 사장
  • 정리=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4-12 13:39
  • 승인 2010.04.12 13:39
  • 호수 833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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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경영 25년 펼친 샐러던트CEO

“고객의 신뢰는 ‘바른마음 경영’에서 나와”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 (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좋은 책 만들기)는 성공한 CEO16인의 사례를 통해 ‘셀프 브랜딩’을 이정표로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필두로 최고 CEO들의 경영 브랜딩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호는 풀무원 남승우 사장의 이야기다.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고, 내가 잘 모르는 상품은 팔지 않습니다.” ‘바른 마음경영’을 하는 남승우 풀무원 사장에게 윤리경영과는 어떻게 다른 것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그는 풀무원에서는 윤리라는 말 대신 투명성이란 용어를 쓴다고 했다.

“윤리란 말은 모호할뿐더러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윤리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기업에 기대할 건 일반적인 윤리가 아니라 투명경영과,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공정경영입니다. 회계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협력업체와 윈-윈하는 경영을 하라고 요구해야죠.”

윤리경영을 너무 이상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풀무원의 사훈은 바른 마음이다. 남 사장이 만들었다. 이 회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도 ‘바른마음(TISO) 경영’이다. TISO는 신뢰, 정직, 연대의식, 개방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바른마음경영은 이 네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남 사장에게 TISO에 준거한 경영을 하라고 귀띔해준 사람은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한양대 석좌교수)다. 지난여름 한 경제주간지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상가로 뽑은 윤 교수는 남 사장에게 멘토같은 존재다.

“투명한 회계, 투명한 지배구조, 직장 내 남녀평등 같은 것이 TISO경영에서 나왔습니다. 풀무원에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시대경영자라면 누구나 내면화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들이죠.”

투명경영은 필요하지만 과연 비즈니스 논리에도 맞는 것일까?

“그렇게 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또 단기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남 사장은 새벽 5시 40분이면 일어나 7시 회사에 도착한다. 퇴근은 오후 5시 30분쯤 한다. 아침형 CEO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엔 그러나 야행성이었다고 한다. 밤늦도록 책을 뒤적이다가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학교에 도착하면 오후 1시, 4년 내내 그렇게 살았다고 했다. 그랬던 그를 첫 직장이었던 현대건설이 아침형 인간으로 개조했다. 새벽 6시 회의를 하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생체리듬이 바뀐 것이다.

회사 경영을 맡고 나서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풀무원의 정신을 받아들였지만 풀무원이 지향하는 이런 가치가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다는 것도 당시엔 잘 몰랐다고 했다. 법학 공부는 뜻밖에 식품사업에 유용했다. 개념 법학을 하면서 쌓은 훈련은 논리를 세우고 가치를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남 사장은 법학 전공자가 선택할 만한 업종으로 식품과 금융을 꼽는다. 정직하고 원칙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분야는 전통적인 규제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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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회사의 비전을 ‘로하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정리했다. 로하스란 자기 자신의 건강과 지구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은퇴 후 비영리기구에서 경영 업무를 맡아보는 게 남 사장의 꿈이다. 27년째인 CEO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돈 버는 일 말고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해 보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1원 단위까지 치열하게 따지는 기업 말고 사회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PO에서 비정형의 가치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는 새옹지마란 고사성어를 좋아한다. 네 번의 사시 낙방은 그에게 새옹의 아들이 낙마한 것에 견줄 만한 아픔이었다.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5년 동안은 사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간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30년이 흘러 그는 대표적인 유기농 식품 기업의 오너가 됐다. 사업을 하기 위해 식품공학 석사가 됐고, 내친 김에 식품생물공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법조계로 나간 그의 법대 동기들은 지금 다 재야에 있다.

“법조의 길을 포기한 지 5년 됐을 때 돌이켜보니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는지는 자신이 잘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풀무원 시작하면서 다시는 변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 후 고시공부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저자:이필재)]


#남승우의 HOW to Brand

▶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라.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실패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오늘의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남 사장은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겪는다고 말했다. 결국 실패에 그치느냐 실패를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무언가 얻어내느냐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 관계보다 가치를 지향하라.
자신이 지향할 가치를 선택하라. 취향에 맞는 직장 말고 가치관을 실현할 조직을 선택하라.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남 사장은 풀무원의 복지수준이 높지 않는데도 구성원들이 떠나지 않는 것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자신들의 가치관이 서로 잘 맡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기업도 가치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람 일은 ‘새옹의 말’과 같다.
“사법시험에서 네 번 낙방했기에 나는 CEO로 성공할 수 있었다.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라” 남 사장은 대학 1학년 때 한문시간에 새옹지마의 고사를 듣고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는 100억 원 이상 모은 사람 중 80%가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고 소개했다. 그렇듯이 지금은 불행해 보이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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