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소모임을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직원들과의 소통 기회를 갖고 있다. 그만큼 최고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면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에 대한 기업이미지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천안함 사고 유가족을 채용하는 방침을 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서 통감해야 된다는 취지에서 이번 방침을 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2007년에는 모 주간지에 실린 기러기 아빠의 실태를 보고서 한화 그룹 내 기러기아빠들에게 비행기 이용료를 대신 내주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부정(父情)이 알려진다.
‘다이너마이트 김’이라는 강철 같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측근들도 그의 따뜻함이 배어 있는 사례들이 있다며 그의 부정을 칭찬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20일 천안함 승조원 유가족을 최우선으로 채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외 인재 채용 설명회를 마치고 귀국한 김 회장이 천안함 사고 진행 관련 설명을 듣고 측근들에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회장은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서 유가족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채용은 사망자의 직계 및 배우자를 대상으로 유가족 중 1명으로 실시하며 사망자가 미혼이거나, 부모가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까지 채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채용 회사는 ㈜한화 화약부문을 중심으로 기타 한화그룹 계열사다. 유가족의 연령,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적합한 자리에 최우선적으로 채용을 고려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장일형 부사장은 “안타까운 천안함 사건에 대해 기업이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내린 김승연 회장의 결정이 슬픔과 실의에 잠긴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온정 실어
뿐만 아니다. 2007년에는 모 주간지에 실린 기러기 아빠의 실태를 보고서 한화 그룹 내 기러기아빠들에게 항공기 이용료를 대신 내주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기러기 아빠들의 양극화 현상을 전한 한편의 주간지 기사가 김 회장의 심금(?)을 울린 것.
명절을 앞두고 우연히 이 기사를 읽은 김 회장은 한화그룹 내 ‘기러기 아빠’들을 도와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이 역시 바로 이행됐다.
김 회장의 의중을 들은 한화그룹은 부인과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고 국내에 홀로 남아있는 24명의 기러기 아빠들을 파악한 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가족을 만나고 올 수 있도록 5일간의 휴가를 줬다.
또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기러기 아빠들을 배려해 지역에 관계없이 왕복 항공료 전액을 회사에서 내주기로 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지원을 받게 된 ㈜한화의 김 모 차장(45)은 “그동안 아내와 아이 두 명을 모두 미국에 보내놓고 늘 그리워만 했는데 설을 맞아 생각지도 못하게 항공료와 휴가까지 받게 돼 정말 놀랐다”며 “가족을 만나고 오면 힘이나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다른 기업의 경우 오너의 부도덕성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동사도 김 회장의 보복사건으로 어수선했던 적이 있었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김 회장을 볼 때면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 역시 “(김 회장의 경우) 자식 사랑과 관련된 일화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김 회장의 부정이 잘 드러난 또 한 번의 사례”라며 “성금을 모으는 기업들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해 낸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