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공사장 사망사고… ‘제 2의 천안함?’
롯데건설(대표이사 박창규)의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도졌다. 지난 4월 5일,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캐슬 카이저 신축 공사장의 거푸집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5년과 2007년 부산 중구 중앙동 제2롯데월드 건축현장 발파 사고와 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안전 불감증’ ‘책임 부재론’이 고개를 들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기본과 원칙’을 경영 기조로 삼았던 롯데 신동빈 부회장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롯데건설이 어떤 대응을 하고 나올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7명의 사상자를 낸 화명동 롯데 캐슬 붕괴사고가 ‘부실공사에 의한 사고’라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과 ‘책임 부재론’이 또 다시 도진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1명 숨지고, 6명 큰 부상
지난 4월 5일 낮 12시 54분. 부산 롯데 캐슬 공사현장의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7명이 흙더미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에 부산 북부소방서가 위치해 7명 전원 사망이란 참사는 막았지만 6명은 중한 부상을 입고 구조됐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응급구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부산 북부경찰서는 사고 이후 공사 관리자와 현장소장 등을 불러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생존 인부들에게도 붕괴원인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산업안전공단 조사팀과 부산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등으로 관계기관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6일부터 함께 현장을 정밀 조사해 사고 원인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사고로 롯데건설 측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 현장에서 부실시공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자체도 미흡했다는 증거가 조사단의 조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안전 불감증 심각
조사단의 현장검증 결과, 철제구조물인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인부들을 덮친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난 하중의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타설 과정에서 거푸집이 무너졌다는 것은 ‘기본적인 안전 공사’에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거푸집은 건축물의 벽이 제 모양을 갖출 수 있도록 ‘그릇’ 역할을 하지만,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일시에 부을 때 그 압력이 대단해 이를 견뎌주는 안전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거푸집이 웬만큼 튼튼하지 않고는 못 견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거푸집이 부실하게 설치돼 붕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명사고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의 대응은 매우 미흡해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 당시 롯데건설 측은 공사 현장 입구를 봉쇄하고 취재진과 건설노조 관계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사실 은폐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 부산 시민은 “사람이 죽었으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은폐만 해서 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건설은 외부인 통제과정 중에도 사고 현장에서 철제 계단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건물 공사 현장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매우 좁아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합판 계단이었기 때문이다. 사고 직전까지 현장 작업자들은 부실한 합판 하나에 의지해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구조 작업이 늦어졌고, 피해가 확대됐다. 또 현장에는 지하건물 터파기 공사로 4~5m 정도 깊이의 흙벽이 쌓여 있었지만, 흙의 무게로 인한 토사 붕괴에 대비한 방호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롯데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롯데건설 관계자 는 “아직 사건을 조사 중이다”라며 “천안함 사고처럼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이 ‘부실시공이다’‘안전 불감증이다’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전적 여러 차례
이에 대해 건설노조 부산경남울산지부 박원대 사무국장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제대로 된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고 무리한 공사를 진행해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롯데건설의 안전 불감증은 이번 사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10월 발파 공법의 안전성 논란을 빚었던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발파 작업 중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었다. 25일 오후 3시20분께 부산 중구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지하 암반 발파작업 중 생긴 강한 충격으로 암석과 파편 수 십 개가 인근 도로와 버스정류장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건설현장의 암석과 파편이 5m 높이의 건설현장 안전막을 넘어 50여 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날아든 것이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10여 명이 놀라 황급히 대피했으며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파편을 피해 급정거를 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2007년 5월에는 동일 공사현장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옹벽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폭 30m 길이60m 규모의 터파기 작업 중에 옹벽이 붕괴돼 인부들 수 십 명의 대피 소동이 있었다. 이 당시에는 붕괴 속도가 더뎠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이런 ‘뼈 아픈’경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건설 사고가 발생해 ‘기본과 원칙’을 강조했던 신동빈 부회장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과연 무너진 거푸집과 함께 롯데건설의 기업윤리도 무너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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