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최악 생명보험사 ‘WORST 4’
사회공헌 최악 생명보험사 ‘WORS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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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12 13:32
  • 승인 2010.04.12 13:32
  • 호수 833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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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으로 회사 키워 ‘상장 후 입 닦기’
글로벌 기업의 평가는 사회공헌도에 달려있다. 빌 게이츠, 잭 웰치 등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공헌했다. 세계 기업인이 이들을 존경하는 것은 ‘기업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도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고객중심의 사업을 펼쳐야 할 생명보험사들조차 사회공헌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승덕(한나라당) 의원은 생보사의 사회공헌 실태를 고발했다. KB생명을 비롯 동부생명, 녹십자생명 등이 최악을 기록해 망신을 당했다. 생보사들의 사회 환원 실태를 알아본다.

‘사회공헌도 WORST 4' 중 가장 낮은 공헌도를 보인 것은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생명(사장 김석남)이다. KB생명은 (2009. 4~2010. 1 기준, 이하 순이익 동일 기준)6800억여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 총매출액 대비 0.0007%인 1100만 원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놨다. 한마디로 쥐꼬리만 한 기금을 내놓고 생색만 낸 겪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B생명의 모기업인 KB금융지주의 홈페이지에는 “KB금융그룹이 속한 모든 국가와 커뮤니티에서 가시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고…”라고 명시돼 있다.


KB생명,
사회공헌기금에 가장 인색해

KB생명에 이어 사회공헌 실적은 동부생명(사장 이성택), 녹십자생명(대표이사 한상흥), 미래에셋생명(대표이사 윤진홍) 순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고객 돈 먹는 하마 TOP 4’라는 표현이 난무하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9900억여 원의 보험영업수익을 얻었다. 그 중 0.0018%만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놨다. 녹십자생명은 5600억여 원의 보험영업수익을 얻었고, 그 중 0.0046%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생명도 1조5000억 원 이상의 보험영업수익을 거두었는데 사회공헌 실적은 1억 원이 채 안됐다.


사회공헌기금 매년 감소해

4일 정무위원회 소속 고승덕 의원(한나라당)은 생명보험협회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생보사가 사회공헌 용도로 쓴 비용은 총243억 원(2008. 4~2009. 3)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생보사는 보험료 등 보험영업수익 54조1472억 원을 거둬들였다.

생보사가 낸 사회 공헌기금 243억 원은 총 수익의 0.0448%에 불과하다.

또 2008년 한 해 동안 비금융 상장사의 매출액 대 사회공헌 비율인 0.12%의 1/3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고 의원이 밝힌 액수는 각 생보사들이 공익활동에 지출했다고 밝힌 금액을 더한 총액이라는 것이다. 사회공헌기금에서 기부금, 마케팅성 기부금(영업 활동 비용) 등은 제외하고 있다. 또한 “상장과 관련해 계약자 몫의 차익을 나눠주는 대신에 사회공헌기금으로 20년간 1조 5000억 원을 내놓기로 한 것과도 별개다”면서 “한마디로 사회공헌기금은 ‘순수하게’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위해 쓰여진 돈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사회공헌기금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생보협회 사회공헌기금, 사회공헌위원회 지정법인 3군데로 나누어 들어간다.


사회공헌기금은 ‘순수한 사회복지기금’

지금까지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사회공헌재단 총 기본 재산은 약300억 원이다. 이 외에 사회공헌재단이 약62억 원, 생보협회 기금이 약 51억 원, 사회공헌위원회 지정 법인에 175억여 원이 있다.

하지만 생보사의 ‘무늬만 사회공헌기금 헌납’행태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생보사는 고객이 맡긴 보험금으로 엄청난 수입을 내며 성장했다. 더욱이 최근 일부 보험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고객 돈으로 성장한 보험사가 상장하면서 얻은 수익금은 고스란히 기업 오너와 관계사들에게만 돌아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생보사가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3월 상장한 대한생명은 상장을 통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기대를 안고 있다. 5월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상장 전임에도 공모주가 장외에서 불법 거래되는 일이 발생할 정도다. 이처럼 상장을 통해 수익을 챙긴 생보사가 사회공헌마저 미흡하자 시민단체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2009 회계연도(2009. 4~2010. 3) 사회공헌 실적은 182억 원으로 전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보험수익은 2010년 1월까지 전년보다 3.8% 증가했다”면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데 있다. 그리고 그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이다”라고 비난했다.

고승덕 의원도 “생보업계는 제조업에 비해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이 무거워야 하는데 오히려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말로만 고객 사랑을 하지 말고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지난 2009년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사회공헌 실적을 분석해 은행들이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최근 사회공헌 실적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BEST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이 차지

반면, 사회공헌도가 가장 높은 생보사는 외국계 푸르덴셜생명(사장 황우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덴셜은 지난해 순이익 9600억여 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매출대비 0.1377%을 기탁했다. 1%도 채 안 되는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생보사들이 사회 환원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입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국내생보사 빅3인 삼성생명(사장 이수창, 0.0824%),대한생명(대표이사 신은철, 0.0551 %), 교보생명(사장 신용길, 0.0174 %)가 BEST 그룹에 들었다. 역시 0.1%대 미만이다.

외국계 기업은 우리나라 생보사와는 달리, 사회공헌 사업을 기업 성공의 지표로 삼고 있다.

때문에 외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 기부는 물론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에서 젊은이들의 역사·문화 의식을 깨우치는 것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 터전을 잡은 외국 기업들은 이를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방안으로 삼기도 한다.

푸르덴셜생명은 2003년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을 세웠다. 불치·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하는 재단이다. 유명 축구선수를 만나고 싶어하는 암 병동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고속철도 운전석에 앉아 본 난치병 어린이도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인식이 퍼져 회사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임직원들이 아이티 구호 기금 5000여만 원을 적십자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통 전문회사인 한국암웨이는 2002년부터 어린이날에 즈음해 오지 학교에 미끄럼틀, 그네 등을 설치해 주고 있다. 강원도 삼척 장호초등학교 등 지금까지 9개 학교에 놀이터를 만들어줬다.

전기·전자 회사인 한국지멘스는 비행기표와 생활비 등을 대가며 한 해 7명의 이공계 대학원생을 독일 본사에서 6개월간 일하도록 하고 있다. 졸업 후 한국지멘스에 지원할 경우 가산점도 준다. 될성부른 나무를 미리 발굴해 키운다는 것이다. 매년 초 대학의 추천과 면접 등을 거쳐 선발한다. 이 회사 전민아 팀장은 “현재는 협약을 맺은 서강대, 한양대생만 뽑고 있으나 내년부터 선발 대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계용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PTC 코리아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5000억 원 상당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30여 개 대학에 무상 기증했다. 회사 이미지도 올리고, 인재들이 졸업 후 기업에 입사했을 때 PTC의 프로그램을 찾게 해 ‘꿩 먹고 알 먹고’식 효과를 거둔다는 전략이다.


사회공헌기금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아무도 몰라

유난히 이들 기업과 비교되는, 한국 생보사들의 사회공헌기금 관련 문제는 비단 기금액의 축소뿐만이 아니다.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알 방법이 없다. 즉, 공시제도가 없어 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할 기구가 없다는 것. 생보사회공헌 재단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 외에는 어느 단체의 어떤 연구 활동에 얼마나 쓰였는지, 혹은 어떤 치매 노인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알 수 없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지원 요청이 하루 20건 이상 쇄도하는데, 사용처를 상세히 공개하면 운영이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또,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이 위원회가 생보협회장과 학계대표 2인, 소비자 및 공익대표 2인, 사회복지전문가 1인, 생명보험업계 대표 3인으로 구성됐다는 점만 공개했다. 다만, 이들의 개별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해외명품사, 한국서 떼돈 벌고 ‘쥐꼬리 기부’

한국을 최대 시장으로 삼고 있는 해외 명품업체들이 정작 기부금을 내는데에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명품업체’라고 부르기 민망한 경우도 있다. 기부금이라고 낸 것이 단 돈 만 원인 곳도 있고, 설상가상이라고 돈 한 푼 안 낸 곳도 있기 때문이다.

‘구찌’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구찌그룹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3010만 원. 이는 지난해 매출액인 2820억 원의 0.01099%에 불과한 액수다. 명품시계 ‘로렉스’를 판매하는 한국로렉스는 기부금이 2500만 원. 매출액 438억 원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이다. 하지만 100%모회사인 스위스 로렉스 홀딩스는 지난해 주당 5000원(배당률 100%)에 15억 원을 배당했다.

이 밖에 지난해 1356억 원의 매출을 올린 베네통코리아는 3261만 원을 기부했고, 10월 결산법인인 에스까다코리아는 지난해 234만 원의 기부금을 냈다. 이탈리아 남성복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50% 늘었지만, 기부금은 679만 원으로 전년(1181만 원)보다 42.52% 감소했다. 크리스챤꾸띄르코리아는 단돈 만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을 한 푼도 한 낸 기업도 있다. 프랑스의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코리아가 그 주인공.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명품업체는 국내 경영활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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