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매출 1조원대 공기업 만들겠다”

정부가 운영하는 백화점이 있을까. 답은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 세상’이 그것이다. 행복한 세상은 백화점 운영을 통해 영세 중소기업 판로를 개척하고 판매를 대행하며 해외 수출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엔 대형 마트가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도입하면서 영세 슈퍼가게가 연쇄적으로 파산하자 이들을 위한 ‘공동구매’와 ‘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대형 마트의 횡포로부터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역할에 선봉에 선 사람이 손창록 사장(64)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취임한 손 사장은 주말까지 포기하면서 중소기업을 위해 국내외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손 사장은 4월 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70%나 올랐고 3년내 1조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남은 인생 중소기업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북 옥천 출신의 손 사장은 전형적인 CEO형 인사다. 롯데 백화점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감사 실장을 거쳐 그랜드백화점 사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 사장 자리는 ‘낙하산 인사’가 주로 와서 ‘월급사장’ 노릇만 하다 가는 자리였다. 하지만 손 사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유통센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유통전문가인 손 사장은 “일단 공기업 특성상 시키는 일만 하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인센티브와 매월말에 업무고과 평가 및 순위공개 등을 통해 조직을 혁신시키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백화점내 협력사원중에 목표액을 초과한 판매원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 사장은 1년에 2번 형식적으로 하는 업무평가를 매월말에 실시해 순위 10위안에 드는 사람들에게 동남 아시아 해외여행을 시키는 등 포상제도를 마련했다.
아울러 손 사장은 비용절감을 위해 매일 전기 및 수도 사용량을 체크하고 이면지 사용 등을 통해 10% 상당을 절감했다.
월별평가·상벌제, ‘기업형 공기업’ 탈바꿈
나아가 관리직 직원을 줄이고 영업부 직원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매출 증대를 꾀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상벌이 확실하다보니 그동안 형식적으로 일하던 직원들 분위기 역시 달라졌다. 총 137명의 직원들이 해외 여행 기회 및 포상을 받기위해 각자 고유의 업무에 매진하게 됐다. 취임한지 4개월이 안됐지만 전년 같은 기간 매출 대비 70% 신장을 가져왔고 3년내 1조 원 매출을 장담하고 있다.
손 사장은 “작년에 4천5백억 원 매출을 올렸다. 임기인 3년동안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매출을 올리지만 실제로 마진은 매우 낮다. 이익금의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센터는 목동에서 ‘행복한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인 셈이다.
주 업무는 국내 영세 중소기업 업체를 위해 판매 공간을 마련하고 인테리어, 판매 대행까지 맡아하고 있다. 주로 1층에 위치한 200여개의 영세 업체가 상품을 판매 하고 있다. 현재 행복한 세상에 입주해 장사를 하고 있는 업체는 총 680개 업체로 96%가 중소기업업체다. 업체가 백화점에 지급하는 평균 수수료 역시 20%가 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의 경우 30~40% 마진률을 남기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수료다.
또한 2층 160평 정도의 공간에는 여성기업관을 두고 아이디어가 좋으나 대형 백화점에 들어갈 수 없는 회사를 위해 판매와 전시를 돕고 있다. 또한 여성 디자이너를 위해서 동대문 두산타워에 매장을 임대해 빌려주고 판매사원까지 지원해 대형 백화점으로 가기전의 가교역할까지 맡아하고 있다.
손 사장은 “1년에 6~7회 정도 코엑스 전시를 통해 홍보 및 상품 선전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또한 중소기업 업체와 대형백화점 바이어와 조인식 개최도 가질 것”이라고 밝혔 다. 최근에 손 사장은 해외 판로 개척에도 관심이 높다. 유통센터는 전 세계 20여개국 43개의 에이전트와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 상품의 외국 시장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에 1400만불을 달성했고 2010년 5000만불, 2011년 1억불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외국어에 능수능란한 인턴 10명을 채용해 각 에이전트에 파견 근무를 시키고 있다.
대형마트 SSM 맞서 ‘공동구매·물류단지’ 추진
또한 손 사장은 홈쇼핑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국내 유명한 5대 홈쇼핑(롯데, GS, 농수산, CJ 등)과 계약해 상품을 대행 판매해 작년에 1200억 원대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1500억 원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센터는 판매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A/S까지 보장하고 있다. 14층에 위치한 직원 40명이 AS 콜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손 사장은 “전국에 200여개의 A/S 콜센터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만약 전북 정읍 본사에 연락이 오면 우리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소재한 콜센터에 연락을 해 직접 방문, 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들이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맞서 영세 수퍼마켓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손 사장은 “전국적으로 10만개 정도의 영세 수퍼마킷이 존재한다”며 “대형마트가 구멍가게 영역까지 시장을 넓히는 것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유통센터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현재 슈퍼 연합회 및 체인조합과 손잡고 4천여개 영세 수퍼회원들을 상대로 공동구매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평균 14% 정도 가격이 낮아져 회원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했다고 손 사장은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13억원어치의 상품을 공동 구매해 회원사들에게 전달했고 4월달부터 100억 원씩 1000억 원어치의 공동 구매를 할 예정”이라며 “2011년에는 월 500억 원어치 지원해 6천억 원 상당의 물품을 영세 상인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유통센터는 중소기업청이 진행하는 전국 1만여개 슈퍼 현대화 작업이 완료되면 이들을 흡수해 더 많은 영세업체들이 SSM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 사장은 “임기가 3년인데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연봉은 대기업의 3분1로 줄었지만 남은 인생을 중소기업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CEO형 사장으로서 포부를 피력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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