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디자인 뿌리를 내린 창조적CEO

“선진국 제품과 경쟁하려면 브랜드 밸류 키워야”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독자적인 디자인과 브랜드를 고안해 내는 것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입니다. 중소기업은 전문화로 나가고, 정부는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만 선별해 지원해야 합니다. 전문성의 바탕이 바로 독창성이죠. 그래서 중기경쟁력 강화의 대안이 by디자인, by 브랜드라는 거예요.”
2008년 9월 만난 ‘디자인의 파이어니어’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자신이 했다는 제안으로 말문을 열었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지만 기업의 브랜드, 국가 브랜드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알짜 수익을 만들어내는게 바로 브랜드에요. 이노디자인이 단독으로 100개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을거에요. 기업브랜드의 총화가 곧 국가브랜드입니다.”
얼마 전 달리는 차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이런 차를 디자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금 어느 자동차회사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왔다는 김 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그가 이런 호언장담을 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 스포츠, 문화 등 한국 국가 경쟁력의 핵심을 파고 들어가면 거기 한국인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코리아 경쟁력의 원천은 코리안 자체라는 것이다.
클라이언트-디자이너의 관계를 바꿔놓다
김 사장은 기술수준이 평준화할수록 디자인의 비중이 커진다고 말했다. 부품, 소재 등 제품의 품질로 차별화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스타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면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고, 상용화에 걸리는 기간도 단축된다.
그는 또 디자인으로 제품을 차별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를 이겨낼 수 없다고 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맞서 우리나라가 ‘디자인 코리아’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 제품과 경쟁하려면 브랜드 밸류를 키워야 한다. 좋은 브랜드와 좋은 디자인은 서로가 서로를 견인하는 관계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과 브랜드는 상호의존관계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좋은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인가. 그는 보기 좋고 쓰기 편리할뿐더러 제품으로 만들기 쉬운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실용주의다. 만들기 쉬우면 싸게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심미성, 편의성, 경제성이 디자인의 3요소라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또 고전처럼 오래 팔리는 스테디셀러 같은 것이라고 했다.
김영세의 대척점은 고정관념이다. 그는 정형화되지 않는 인간이다.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측을 불허한다. 그는 또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 사람이다. 가치창조란 시각의 차이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CEO지만 아침형 인간도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지만 올빼미족도 아니다.
“예술가라고 해서 밤에 일한다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에요. 일정한 사이클이 없는 것이 저의 사이클이죠. 7시에 조찬회의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애니타임, 애니훼어라는 새로운 지평이 열린 유비쿼터스 시대입니다.”
김 사장의 꿈은 이노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노GDN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했다. 첫 디자이너 디지털 브랜드인 이노를 마케팅 하는 회사다. mP3플레이어, 가정용 전화기, 마우스 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OEM으로 생산한다. 이 회사가 만든 mP3플레이어 이노 BO/ TO/WO는 태극기의 4쾌 중 감의 이미지를 변주했다.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란 이름엔 글로벌 사회를 디자인으로 묶겠다는 뜻이 담겼죠. 5년 동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 브랜드를 대략 100개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그 산실이 바로 이노GDN 이죠.”
김 사장은 중학교 3학년 때 디자인의 세계에 처음 맞닥뜨렸다. 그림에 소질 있는 평범한 10대였던 그는 방과 후면 단짝친구들과 어울리곤 했다. 어느 날 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대학생 형의 방 서가에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란 잡지를 꺼내들었고,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30년 ‘디자인 구로’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언젠가 남길 묘비명을 어떻게 새기기 바라느냐고 물었다.
“그런 얘기 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한국에 디자인의 뿌리를 내린 사람’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디자인 실용주의, 디자인 대중화야말로 우리나라가 갈 길입니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
#김영세의 HOW to Brand
▶ 고정관념을 버려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갇히지 말라. 기성의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도전하라. 김 사장은 일정한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다. 정형화돼 있지 않다보니 예측을 불허한다. 그는 스스로 생각을 바꿀 때 세상도 바뀐다고 믿는다.
▶ 자신을 차별화하라.
튀어도 좋다. 튀는 것이 경쟁력이다. 야단을 맞더라도 튀어라. 본래 세상 사람은 다 같지 않다. 모범생이 되기보다 모험생이 되라. 김 사장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코리안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이전과 유출이 차단된 한국인의 DNA라는 원천기술이 있다고 강변한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그는 자산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 자신의 감을 믿어라.
우뇌 본능을 따르라. “내가 떠올리는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고, 뜨게 돼 있다”고 생각하라. 한국인은 70%가 감성을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이다. 김 사장은 “디자인은 다 미지수”라고 말한다. 어느 디자인을 채택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할 때 해보지 않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 의욕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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