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형사고발 “소비자가 뿔났다”

현대해상보험(회장 정몽윤)과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이 격돌했다. 현대해상보험이 자동차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지나치게 많은 보상금을 요구한다며 형사고발을 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보소연도 이와 같은 입장 성명을 통해 현대해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내 차는 Hi Car, 내 인생은 Hi Life’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일각에선 현대해상보험에 대한 불신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측은 “피해금액을 조사하기 위한 진정일 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현대해상보험과 보소연의 대립각을 알아본다.
국내 2위 화재보험사 현대해상보험이 자동차 사고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보상금 지급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더욱 파문이 확산중이다.
피해자는 현대해상보험이 공권력을 이용해 보험금을 지급심사하려는 의도로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해상보험측은 피해자가 보험금을 과다 청구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험소비자연맹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양측의 대립각은 칼날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의견차이…결국 사법권으로?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해상에 보험을 가입한 운전자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새벽 5시경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는 사고를 냈다. A씨의 차량은 피해자 B씨의 양계장 사무실 컨테이너로 돌진한다. 당시 이 사고로 피해자 B씨 소유의 농장(양계장)에서 사용하던 컨테이너 사무실 일부가 파손됐고, 안에 있던 TV 등 각종 기자재와 냉장고 안에 있던 약품(백신)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혔다.
이에 B씨는 운전자 A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보험 측에 4000여만 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측은 B씨가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B씨는 손해사정사에게 처리를 의뢰, 손해사정보고서를 지난해 12월 30일 현대해상에 제출했다. 손해사정사는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해 그 피해액 결정과 보험금 지급을 담당하고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B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던 현대해상은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한다. 급기야 ‘경찰에 피해자가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한다며 심각한 범죄행위로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보소연 측은 주장한다.
보소연 관계자는 “손해금액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무조건 피해자를 경찰에 사기혐의로 고발하고 민사조정을 신청하는 것은 보험사이기를 포기하거나 공권력에 의지해 보험금을 지급심사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와 보험사간에 손해금액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조정하는 것이 보험금 지급심사이고 이것이 보험사 고유의 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견이 있다고 피해자를 경찰에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경찰 공권력에 의지해 보험금 지급심사를 하려는 의도”라면서 “보상은 커녕 피해자를 사기꾼 취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측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대해상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을 했다는 것은 확대해석된 것이다. 경찰에 진정서를 냈을 뿐이다. 정확한 피해금액 조사를 위해 진정을 낸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사고 발생 시 피해금액 산정을 위해 파손된 약품(백신)등을 확인하려했으나. 사고 직후 피해자가 약품을 소각해버려 수량 확인이 힘들었다. 해당 손해사정사 업체도 제시한 보상금에 대한 어떤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하게 진정을 내게 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하지만 보험계약자들의 불안함을 씻기는 역부족인 듯하다. 보험의 경우 만약의 사고 위험에 대비해 가입을 하는 것인데 이처럼 보험사로부터 역으로 고소를 당하는 선례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
일부는 피해금액 산출을 놓고 이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공권력의 힘을 빌린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최 모 씨(29)는 “자동차종합보험에 드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차량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것이고, 사고 후 보험회사가 사고해결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복잡한 과정을 거친 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대해상의 경우 TV광고물을 통해 ‘내 차는 Hi Car, 내 인생은 Hi Life'라는 슬로건으로 친근함을 표현하던 곳이기에 실망감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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