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해약 논란… GS건설 책임 회피하나

GS건설(회장 허창수)이 시공을 맡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내 영종자이의 금빛 분양의 꿈이 입주예정자들과의 소송으로 얼룩지고 있다. GS건설과 분양 업무를 체결한 한국토지신탁은 영종 운남지구 ‘영종자이’아파트의 분양 대금 미납자 429명에게 무더기 계약해제 통보를 내렸다. 기존 영종자이 계약자들은 “당초 약속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말 GS건설과 한국토지신탁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다.
GS건설은 건설경기의 침체와 영종도의 더딘 개발이 미분양율을 높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줄소송의 끝은 보이질 않는다. 입주예정자들과 GS건설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GS건설과 영종지구 내 영종자이 입주예정자들과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인해 앙금만 깊어지는 형상이다. 특히 GS건설의 명품브랜드인 ‘자이’의 입주를 기다리던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은 더욱 크다.
한 입주 예정자는 “해도 너무한다. 그동안 GS건설의 자이 입주를 희망하며 기다린 시간이 있는데, 높은 분양가 책정에 이어 무더기 계약 해제라니. 너무 터무니 없다”고 하소연한다.
입주예정자들과 건설사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도 하나의 두통거리다. 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과 분양 업무를 체결한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3월 24일 영종자이 입주예정자 429가구에게 계약해제 통보를 했다. GS건설과 영종자이 입주예정자들이 2006년 계약한 이후, 지금까지 중도금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계약자가 그 대상이 됐다.
영종자이 계약자 1022가구는 지난 2006년 말 시공사인 GS건설을 연대보증인으로 해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보증을 받아 신한캐피탈과 국민은행으로부터 총 분양값의(최대) 60%를 대출받았다. 이 중 530가구가량이 아파트가 완공된 지난해 12월 부실시공을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인 GS건설, 한국토지신탁, 시행사인 크레타 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조망권 확보, 가로공원 설치 등 청약 당시 내걸었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중 429가구의 입주예정자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주를 거부하기로 하고, 대출 만기일이 가까워지도록 대출 이자를 내지 않고 있었다.
429가구의 계약자들이 다음달 10일까지 이자를 내지 않고 대출기간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GS건설이 한국토지신탁에 입주예정자 대신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은 총1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과 입주민들 모두 ‘진퇴양난’
이로써 GS건설과 분양계약자 모두 손해를 볼 상황에 놓였다. GS건설은 대위변제에 따른 이미지 손상, 해약 물량 재분양을 감수해야 한다. 재분양시 계약 해약자들에게 최초로 제시했던 수준의 분양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이다.
반면 분양계약자들은 중도금 연체 이자, 해약 사유의 책임을 져 분양가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영종자이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실시공을 비롯해 조망권을 허위 과대포장해 이에 속아 피해를 입은 것은 입주 예정자”라며, “계약 해지의 귀책사유는 GS건설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캐피탈에서 중도금 후불 이자에 대해 GS건설이 금융협약 계약을 맺었다. 만약 채무가 지연될 경우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과 시공사인 GS건설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다”며 “이번 계약해제는 한국토지신탁이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미 앞서 지난 2월경 두 차례에 걸쳐 최고장을 발송했지만 채무금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 정도 했으면 우리로써도 최대한의 배려를 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인천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46개 사업장에 1만 7000여 가구 중 3600여 세대만이 입주했다. 지난해 12월 4천500여 세대보다 950여 세대나 준 것이다. 현재 인천시의 미분양 아파트의 50%가 영종도에 몰려 있다.
영종도의 아파트 미분양율 상승은 경기 침체로 인한 ‘영종도 개발 지연’ 때문이었다. 이는 인천공항이 갖추어지지 않은데다 건설 실행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막상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실수요는 적은 수준이다.
영종도 아파트 값을 분양가보다 낮은 값에 내놔도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들은 1000만 원 계약금과 인천대교 통행료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입주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발길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입주자없이 덩그러니 남은 영종자이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는 처음에 내걸었던 분양가에서 수천만 원이나 떨어졌기에 새로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전체 가구 중 25%만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대형 평형대의 경우 분양가보다 평균 10% 정도 떨어졌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덩달아 공항 신도시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대형 평수의 경우 1억 원이면 전세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입주민과 건설사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종 자이’에도 미분양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은 당연지사.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광풍 주역인 영종자이답게 단기 차익 노린 투기성 자본이 많이 유입됐다”며 “때문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투자자들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종 자이는 2006년 11월 분양 당시 ‘부동산 광풍’의 주역이라 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했었다. 분양 당시, 평균 2.8대1, 최고 11대1까지 청약률을 기록했고, 적게는 7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사측과의 공방으로 인해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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