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직원 vs 제 밥 그릇만 챙기는 임원?
허리띠 졸라매는 직원 vs 제 밥 그릇만 챙기는 임원?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3-30 10:31
  • 승인 2010.03.30 10:31
  • 호수 831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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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도덕적 해이 ‘심각’
박찬법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찬법)계열사들이 ‘도덕적 해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회사 임직원 모두가 기업 회생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그렇지 않고 있다. 임원의 연봉 한도를 대폭 올리는가 하면, 금호산업의 서 모 부사장이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허리띠를 졸라맨 건 직원들이고, 이를 착복하는 것은 임원들이냐는 불신론까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때문에 내부 분위기도 흉흉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이미지의 쇄락 또한 불가피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제점을 지적해 본다.

회생절차가 한창인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에 악재(?)가 또 다시 알려지면서 기사회생 절차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한동안 오너 일가가 사재출연을 통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무색하다는 평이 나돌 정도다.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파이팅을 하던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힘을 합쳐 금호아시아나호를 선봉에서 이끌어야 할 임원들의 비리연루 의혹이 알려지면서 내부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그 중 하나가 금호산업 서 모 부사장의 내부자거래 의혹이다.

지난 3월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모 금호산업 부사장은 앞선 9일 보유주식 2402주 가운데 2277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날 정모 상무도 3079주 가운데 2570주를 처분했고 10일엔 이모 상무가 마찬가지로 2700주 가운데 2575주를 팔았다. 지분 매각시점인 9~10일은 재무투자자(FI)와 협상 타결로 금호산업 주가가 최근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날이기도 했다.

문제는 매도 직후인 11일부터 금호산업이 매매정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작년 회사 실적을 집계한 결과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밝혀진 탓이다.

이는 자본잠식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정지 조치를 당하기 직전에 보유 주식 대부분을 팔아치운 것. 증시 퇴출로 투자자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 회사 임원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반응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현직 임원이 회사 실적을 모를 리 없는 것 아니냐”며 “만약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았다면 전형적 내부자 거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조사국 관계자 역시 이번 매매에 대해 “내부자거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의 한 관계자는 “임원 개인이 매매한 것에 대해 공시했을 뿐이고 이를 당장 설명할 만한 사람도 없다”며 “관련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회사 입장을 전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사회생절차 움직임 속에서 돈을 챙겼다는 의혹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그동안 회생절차 움직임에 대한 노력에도 따가운 눈초리를 또 다시 보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워크아웃에 들어간 또 다른 계열사 금호타이어도 버젓이 임원들의 보수를 사실상 인상하겠다고 공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월 직원 월급을 주지 못했고 지금은 노조와 경영진이 정리해고 규모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상한 금호타이어 임원 보수 인상

11명의 이사를 9명으로 줄이는 등 일부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 총액 한도 18억 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주총안건에 올렸다. 산술적으로 보면 1인당 4000만 원을 더 받게 되는 셈. 금호석유화학의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사외이사 1명이 임원진에 추가됐지만, 보수한도를 26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무려 4억 원이나 올렸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소장은 “다른 금호그룹 근로자나 이해관계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책임이 있는 대주주들이 이사회에 포함되어서 임원 보수를 늘리는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행장 민유성)은 금호산업 등 구조조정 대상 4개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의 임원 보수를 깎을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이 확정되면 각 계열사들도 자구계획을 수립해 실행할 것”이라며 “임원의 보수도 주주총회에서 책정된 보수한도 총액과 무관하게 정상화계획과 비용절감 목표 등을 감안해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호아시아나계열사들이 산은과 협의 없이 임원보수 한도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이는 회사 측이 경영정상화 계획을 반영하지 않고 통상적인 수준에서 보수한도 규모를 책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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