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횡령사건 ‘내막’
국민건강보험공단 횡령사건 ‘내막’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3-30 10:22
  • 승인 2010.03.30 10:22
  • 호수 831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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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빨아먹는 공룡… ‘비리의 온상’ 낙인
정형근 이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 정형근)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부산지부 연제지사의 한 직원이 수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직원은 자신의 사채빛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수차례에 걸쳐 신부전증 환자 기록을 만들어 현금급여비를 횡령했지만, 이를 감시하는 기구는 없었다. 때문에 건보공단의 관리시스템 부재에 대한 비판론도 일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터지는 건보공단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이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이사장의 ‘시스템 관리 부재 책임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비리 척결에 나서겠다는 말만하는 건보공단의 곪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맞물려 비상경영 선포 후 내부 부정비리 척결에 매진하겠다고 지난 2007년 밝혔다. 하지만 3여년도 되지 않아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부정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는 말뿐인 허울이었다.

지난 3월 18일에 일어났던 건보공단 직원의 횡령 사건이 이를 다시 한 번 방증한다.

건보공단은 부산지역 연제지사에서 현금급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자신의 사채빚을 갚기 위해 2억 50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신부전증 환자에게 현금급여가 지급되는 사실에 착안해, 허위로 환자 기록을 만들어 급여비 2억 5000여만 원을 편취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횡령 행위가 ‘오랜 시간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보공단에 대한 관리시스템 부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뢰도 추락 또한 불가피하다.

그런데 건보공단의 방만경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 이사장의 리더십 논란으로도 비화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을 엉망으로 운영해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약효가 우수한 저가 필수의약품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시행되고 있는 각종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사례도 다수였다.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해 수백억 원의 사용 장려금이 지급되는 등 국민 혈세가 새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감사원이 내놓은 ‘국민건강보험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공급 중단 우려 없는 품목에 대해서도 가격을 인상해 주는가 하면, 보험급여 비용 전부를 환자에게 받는 400여개의 항목 중 수십여 개를 의사가 과다 처방했음에도 묵인해줬다.

재정 낭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업무처리가 비슷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80개 지사를 갖고 있는 반면, 건보공단의 경우 총 200여개 이상의 지사를 가지고 있었다. 업무처리에 필수적이지 않은 지사를 운영하는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횡령과 수뢰도 일반 기업에 비해 더욱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3월과 4월 과오납된 보험료를 환급하지 않고 착복하여 직원 3명이 파면됐고, 경매배당금 등 공금을 횡령하여 감사원에 적발됐다. 또 업무상의 공금을 유용하는 등 국민의 주머니돈을 다루는 공단직원의 행태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도 5건이나 밝혀졌다.

이처럼 건보공단의 도덕성 해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건보공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비리의 온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재 언론들이 건보공단의 실상에 대해 ‘부풀려’ 오보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감사역량을 집중시켜 횡령 등 부정비리 척결을 시도하겠다. 금액을 불문하고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이번 횡령 사실을 자체 IT감사과정에서 발본색원했고, 즉각 본인 및 관리자들을 직위해제 시키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단호하게 사건을 처리했다.


건보공단 측,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은 옳지 않아”

또 규정에 따라 관련자들 파면조치 시키고, 횡령액에 대해서는 당사자는 물론 관련자 전원에게 구상권을 행사, 횡령금 전액을 변상조치 해 건보재정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번 오명을 쓰기는 쉬워도 그 오명을 지우기는 어려운 법. 공기업개혁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 공기업 부조리 백서’에는 총 59개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부조리를 평가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 자료를 보면, 공기업들은 고액의 성과급을 흥청망청 나눠 쓰거나 횡령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건보공단이 밝힌 것처럼 이번 사건을 기회 삼아 자체적으로 곪은 상처의 고름을 짜낼 수 있을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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