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세무조사로 좌초하나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세무조사로 좌초하나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3-22 15:59
  • 승인 2010.03.22 15:59
  • 호수 830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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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세무조사,‘무언가 걸렸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국세청이 강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 조사를 통해 법인세 등 40여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동아제약 법인 앞으로도 지난 5년간 수백억여 원에 달하는 세금 및 과징금이 추징된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2세들 간의 싸움으로 이미 균열이 난 동아제약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제약 위기 원인에 대해 알아본다.

동아제약이 시끄럽다. 15일, 국세청이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에게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법인세 등 40여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 회장은 그동안 ‘주식 편법 증여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받아왔다.


동아제약, 5년 동안 추징금 쓰나미처럼 밀려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는 일반적인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대기업 4년 주기 순환 조사제’ 사이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아제약의 탈루 혐의가 짙다는 것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동종업계는 파악한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6월 16일부터 7월 23일까지 강 회장과 관련된 ‘2004사업연도 주식변동내역’에 대한 조사 결과 법인세 40여억 원을 추징했다. 또한 국세청은 2008년 이를 수정해 6억여 원을 추가로 징수했다. 더욱이 동아제약은 법인 앞으로 수백억여 원의 추징금을 받아 더욱 곤란한 입장이다.

또 지난 2005년 이후 국세청의 세 차례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주도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각각 700억여 원, 40여억 원을 추징당했고, 현재 소송 중이다.

때문에 강신호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이 과정에서 동아제약의 어마어마한 추징금 납부 역사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동아제약은 지난 2006년 10월 17일부터 6개월간 이뤄진 세무조사에서 2007년 3월·4월 중 2001년부터 2005년 동안의 법인세 300여억 원과 부가세 및 조세관련 벌과금으로 65억여 원을 추징받았다. 당시 동아제약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던 사실을 감안할 때 6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국세청 정기세무조사 기간이 최장 2개월이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의 각 연도별 추징 세액은 2005년 350억여 원, 2006년~2007년에 381억여 원, 2009년 50억여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1위 박카스, 광동제약 비타500에 추월당할 위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아제약의 추징금 납부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동아제약이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에 먹칠이 불가피하다.

그룹 주력 상품인 박카스가 광동제약의 비타500의 추격으로 위기감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2세들의 싸움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동아제약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신호 회장의 두 아들들이 경영권 획득을 위한 전쟁을 치른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2008년 11월, 서울고법은 경쟁기업 고객 유인의 가능성을 인정해 의료기관 등에 약품 공급 대가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아제약에게 200여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동아제약은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이처럼 동아제약이 수 년 동안 같은 사안으로 소송을 질질 끌어오자 일각에서는 ‘강문석 대표가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조심스럽게 보냈다. 현 경영진인 강정석 부사장을 위기로 몰기 위해 동아제약에 닥친 여러 문제들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동아제약에 위기가 왔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며 과징금 부과 부분에 대해 “부과된 과징금 액수가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아제약이 내외적으로 불어 닥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재계 엿보기
이복형제 얽히고 설킨 동아제약 가족사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2004년 표면화 됐다. 강 회장 일가의 집안 내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 회장은 두 명의 부인을 뒀다.

때문에 동아제약의 집안 내분을 단순한 부자간 불협화음이 아닌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의 난’과 두 집 사림에서 비롯된 ‘가족의 난’으로 보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동아제약의 후계 구도는 강문석 대표와 강정석 부사장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 회장의 본처인 박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으로 태어난 강문석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스탠퍼드대 산업공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 후, 2004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 등 그는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그가 동아제약의 후계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불똥이 떨어진 것은 2004년 말. 강 회장은 갑작스럽게 강 대표의 대표이사 자리를 박탈했고, 부회장으로 좌천시켰다. 그 다음 해인 2005년 3월 강대표는 이사직에서도 물러났고, 병 유리를 생산하는 동아쏘시오 그룹 계열사 수석무역 대표 자리를 맡았다. 한직 중의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강 대표는 당시 구조조정으로 적자가 났다고 항변했다.

박여사와 별거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강 회장은 두 번째 부인인 최 여사와 동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나온 4남이 강정석 부사장이다.

강 부사장의 경우, 강문석 대표와는 대조적으로 강신호 회장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강 부사장은 중앙대에서 동양철학 전공, 미 매사추세츠대에서 금융학사 취득 후 이복형인 강 대표와 같은 해인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동아제약에서 경영관리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강 회장은 강문석 대표를 한직으로 발령시키면서 동시에 강정석 부사장(당시 전무)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효자 계열사인 ‘오란씨’‘포카리스웨트’ 등으로 유명한 동아오츠카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앉힌 것에 이어 단시간 내에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거쳤다는 것은 동아제약이 사실상 ‘강정석 구도’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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