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편법 거래 내막
삼성생명 공모주 편법 거래 내막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3-30 10:19
  • 승인 2010.03.30 10:19
  • 호수 831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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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편법 거래, 기관 웃돈 받고 배정분 사전 매매
이수빈 회장

삼성생명(회장 이수빈)이 상장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자칫 상장을 하는데 발목이 잡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오는 5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상장과 함께 도덕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이에 대한 책임 또한 사측이 물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삼성생명의 공모주 배정 물량이 장외에서 개인에게 편법 거래된 정황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공모에 참여해야 할 일부 기관들이 웃돈을 받고 공모에서 확보할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논란은 쉽게 가라 않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행위가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사측은 개인 투자자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오는 5월 상장 예정인 삼성생명의 기관 공모 물량이 장외에서 편법거래 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 장외주식 사이트는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삼성생명 공모주 예정물량을 매매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삼성생명 공모주 예약, 수수료 2%, 일단 주당 예상 공모가인 10만 원+2%(2000원)를 낸 뒤 모가가 정해지면 차액은 정산, 총 5000주까지 선착순’ 사이트 운영 회사에서 직접 내건 문구였다.

이는 삼성생명 청약에 직접 참여할 기관으로부터 5000주를 넘겨받기로 한 해당 사이트가 수수료를 붙여 개인에게 팔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장외 편법 거래, 가격 더 싸고 경쟁률 낮아 선호

5000주 한도로 진행됐던 1차 청약은 이미 마감됐고, 2차 청약이 현재 진행 중이다.

1차 청약 당시 공모가는 ‘공모가+2%(2000원)’이었다. 현재 삼성생명 장외 거래 가격은 12만 원선. 주식 거래 전문가들은 “이에 비해 사이트에서 내건 것은 매우 좋은 조건이다. 삼성생명 공모가가 10만원이라고 하면, 여기에 5%를 얹어주더라도 10만 5000원이기 때문에 12만 원보다는 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장외 거래는 높은 청약 경쟁률로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이트를 통한 거래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사이트 관계자는 “거래와 동시에 전체 금액을 완납하게 했지만 곧바로 판매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5000주는 단 3일만에 거래가 모두 끝났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곧 이어질 2차 청약의 조건은 ‘10만 원+10%’로 가격이 뛰었다. 대신 2차 청약은 계약금만 입금하면 청약할 수 있다.

이렇게 삼성생명의 공모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에 주식을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삼성생명과 이미 매매 협의가 이루어진 기관으로부터 해당 사이트 업체가 공모 물량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관들 물량 배정받은 뒤,
예약한 개인 투자자에 넘겨줘

한 주식 중개인은 “개인들은 공모에 참여할 은행, 증권사 등으로부터 배정물량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보자면 먼저 기관은 공모에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은 뒤, 사전에 예약한 개인들에게 상장 이전에 주식을 팔아넘긴다. 일반 투자자들은 일정 계약금을 낸 뒤, 기관이 공모신주를 배정받게 되면 나머지 잔금을 입금한다.

그 후에 기관은 상장 당일 개장 전에 투자자의 계좌로 배정받은 신주를 넘겨주는 것이다. 만약 공모가격이 수요예측 가격보다 비싸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면 계약은 취소되고 투자자는 계약금을 돌려받게 된다.

삼성생명 뿐만이 아니라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인수목적회사 등 일부 종목에서도 같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들의 ‘공모대행업’ 시장 안정화 저해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관들이 사실상 수수료를 받고 ‘공모대행업’을 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모시 기관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공모실패 확률을 낮추고, 상장 후 기업의 주가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식의 ‘장외 편법 거래’는 이를 저해한다는 것. 더군다나 분쟁의 소지도 다분하다.

한 장외 전문가는 “기관이 아예 특정 거액 투자자의 요청을 받아 청약대행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상장 당시 주가의 변동이 크면 거래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 있어 분쟁 발생 위험도가 높다”고 털어놨다.

이를 규제할 법률이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불법’은 아니지만 명백한 ‘편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 한 증권 관계자는 “음성적으로 이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관이 사전에 공모주를 매매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어 계약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사이트 관계자는 “순기능도 있다”고 항변한다. 삼성생명처럼 시장의 인기 대형주의 경우 개인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해 이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형국이지만, 공모주 청약에서 기관에 비해 불리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그는 또 거래리스크나 세금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사계약이기 때문에 거래 불이행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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