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쓴 글로벌 브랜드CEO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외국 브랜드를 사들여야 합니다. 지금도 시장에 나오는 유명 브랜드가 많아요. 이탈리아 것이면 어떻고 프랑스 거면 어떻습니까? 돈 주고 우리 것으로 만들면 되죠”
윤윤수 휠라 회장은 “외국의 브랜드를 사들이는 것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2007년 그가 인수한 휠라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그래서 한국인 소유지만 국가 대표팀을 지원한다면 이탈리아 대표팀을 후원해야 한다. 회사의 기본방침이다. 휠라의 정체성이 이탈리아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휠라 제품의 80%는 시장 특성에 맞게 현지화한 것들이다.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에 맞게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이 휠라라고 할 때 떠올리는 제품이 약 20%입니다. 대부분 테니스용품이죠. 이들 제품이 휠라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머지는 각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팔게 하고 본사 차원에서는 조율만 합니다”
그는 한국 고유의 브랜드에 집착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한국 기업도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브랜드를 파는 비즈니스를 해야 돈을 버는게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먹고 사는데 기여하려면 정상급 브랜드를 달고 세계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세계적 브랜드 인수는 글로벌 시장 전략
윤 회장이 휠라라는 외국 브랜드에 편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그가 휠라의 라이센스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는 스포츠화 시장에 진입한다. 제품 포트폴리오에 없던 신발은 지금 의류보다 더 큰 휠라의 비즈니스가 됐다.
무에서 시작한 한국시장은 윤 회장 덕에 휠라의 효자가 됐다. 휠라코리아는 전 세계 휠라 판매법인 중 가장 많은 이윤을 냈다. 10년 동안 본사에 보낸 로열티만 2억 5000만달러. 그새 그의 연봉은 20억원으로 올랐고, 차도 벤츠600으로 바뀌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연봉 33억 원을 받은 적도 있다. 2005년 윤 회장은 경영자 기업인수 방식으로 휠라코리아 지분을 100%확보한다. 오너로 변신한 것이다.
인수를 지원한 삼성증권 측이 참여 결정을 내리기 전 석달 동안 그를 따라 다녔다. 그리고 나서 내린 결론이 “윤윤수라면 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윤 회장은 요즘 휠라코리아 경영을 이기호 사장에게 맡기고 휠라 본사의 경영을 호전시키는데 몰입하고 있다. 그를 인터뷰한 2008년 8월 18일 아침엔 미국 법인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10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미국 최대 백화점 콜즈에 들어간 신발이 진열한지 9일 만에 1만7000족 팔리고 그 후 3만 7000족이 더 팔렸다는 것이다.
“대성공이에요. 아침에 그 연락 받고 난리났습니다. 비로소 미국 법인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죠. 우리가 휠라 본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그동안 휠라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콜즈 매장에 의류를 런칭하는데 미국 법인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겁니다”
휠라의 엔리코 프레시 전 회장은 생전에 “휠라는 이탈리에서 탄생했지만 성공은 한국에서 했다”고 평가했다. 성장을 주도한 사람은 물론 윤 회장이다. 그는 자신의 후계자가 한국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랬듯이 글로벌 브랜드 휠라를 관리하고 글로벌 시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은 아침형인간이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7시 15분이면 출근한다. 휠라 본사를 인수할 당시엔 24시간 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해외출장만 서른 번가량 다녔다. 그는 오너가 된 후 중압감이 크다고 했다.
윤 회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김 전 회장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 그는 “나도 가진 것이 없이 할 수 있다”고 수없이 되새겼다고 한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
#윤윤수의 HOW to Brand
▲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와 경험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패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돈도 날려봐야 벌 수 있다. 윤 회장은 살아온 이야기의 절반이 실패담이라고 말한다. 휠라와 인연을 맺기 직전엔 서른여섯에 최연소 수출담당 이사로 (주)화승에 스카우트됐지만 저작권에 무지했던 탓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래서 무역회사를 차리게 됐고, 휠라와 인연을 맺는다.
▲ 자기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리더는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리더의 자기희생이 구성원간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 오너가 되고 나서 연봉을 2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깎았다. 벤츠를 처분하고 체어맨을 렌트했다. 그는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믿는다. 군림형 리더십으로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남들은 아침 9시에 출근하는데 7시에 나올 때 사람들이 리더를 다시 보게된다고 그는 말했다.
▲ 네트워킹 능력을 키워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외국인과의 비즈니스가 낯설지 않아야 한다. 윤 회장은 휠라 본사를 인수할 당시 중국·남미·유럽·일본 등의 판매법인과 휠라 인수 후 브랜드 사용 로열티의 일부를 선불로 받기로 계약을 맺는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외국인과 네트워킹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 성공의 열쇠는 빠른 속도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성공한다.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속도를 당신의 속도에 맞추게 하라. 윤 회장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직원들과 공유하려고 애쓴다. 그래야 속도감 있게 회사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탈리아 브랜드인 휠라를 인수함으로써 새 브랜드를 런칭해 그 밸류를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막대한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했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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