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오너의 변칙행위에 '칼 뽑았다'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국세청으로부터 변칙 증여 혐의로 38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 추징한 징세금액으로는 국내 주류업계 중 최대 규모다. 더욱이 이번에 추징한 과세 성격이 2세에 대한 주식증여 과정에서 변칙적으로 주식변동을 이용했다는 혐의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계구도에 대한 논란마저 불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 중에서도 후계구도가 끝나지 않는 기업들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국세청이 최근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에게 변칙 증여 혐의로 380억여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해 파문이 예상된다.
국세청이 박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추징한 380억여 원의 세금은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간 주식이동 시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국세청이 지난해 말부터 박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하는 등 대기업 일가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속·증여치 않고, 2~3세 또는 특수 관계자(임직원 및 친족) 등에게 지분을 넘겨준 혐의를 포착하고 주식변동조사에 착수했던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라 더욱 주목받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하이트-진로그룹 박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는 지난 2008년 초 자신이 100% 보유한 하이스코트 지분을 아들 박태영씨와 또 다른 계열사인 삼진이엔지에 변칙 증여한 것을 찾아내 세금을 추징한 것이라 알려진다.
박문덕 회장은 2008년 초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류수입업체 하이스코트 지분을 전량 삼진이엔지에 증여했다. 하이스코트는 당시 그룹 모회사인 하이트 주주명단에서 박 회장을 제외한 최대 지분 9.51%를 갖고 있었다.
하이트의 2대 주주사인 하이스코트의 주주를 100% 보유하게 된 삼진이엔지는 맥주냉각기 제조업체로 2007년 박 회장의 첫째와 둘째 아들인 박태영과 박재홍이 각각 73%, 27%를 인수해 100% 지분을 갖게 되면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에 편입된 바 있다.
하이트맥주는 2008년 7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회사 하이트맥주주식회사를 신설하고 자사명을 하이트홀딩스로 변경했다. 이후 삼진이엔지는 하이스코트가 보유하고 있던 하이트홀딩스 지분 등 투자사업부문을 분리해 2008년 12월 30일 삼진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삼진인베스트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4.21%를 가진 2대주주로 등극했고, 실질적인 2대 주주로 떠오른 박태영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하이스코드 지분이 박태영 개인이 아닌 삼진이엔지로 증여됐기 때문이다.
법인이 증여를 받을 경우 해당 금액은 자산수증 이익으로 잡히고, 법인은 자산수증이익만큼 법인세를 내면 된다. 현행법상 법인세는 22%. 박문덕 회장이 아들에게 직접 증여했을 경우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했던 것에 비하면 28%의 세금을 절약한 것이다.
국세청 변칙증여 칼날 깊어
이에 따라 국세청은 탈세 혐의 및 증거를 명확하게 확보해 박 회장의 목(?)을 죄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박 회장 측은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을 신청·진행 중이다.
‘과세전적부심’이란 지방청 및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나 감사결과 후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그 내용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는 경우 고지 전에 잘못을 시정하는 사전권리구제 제도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번 통보는 이중 과세에 해당함으로 이의 신청을 했다"며, “현재 과세전 적부심이 진행 중이라 이달 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추징을 계기로 올해 대기업 오너들의 변칙증여 행위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변칙증여 문제에 대한 뿌리를 뽑겠다는 의사표시다. 때문에 후계구도를 마무리 짓지 못한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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