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家 왕위 쟁탈전, ‘신호탄’ 쏘나
SK家 왕위 쟁탈전, ‘신호탄’ 쏘나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3-16 10:54
  • 승인 2010.03.16 10:54
  • 호수 826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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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분리에 동상이몽하는 3형제
최태원 - 최신원 - 최장원

SK家 형제들이 또 다시 박 터지는 싸움을 시작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SKC의 최신원 회장, SK케미칼의 최창원 부회장(사진 왼쪽부터)이 그 주인공. 최신원, 최창원 형제는 SK 그룹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고, 최태원 회장은 2대 회장이자 최종건 전 회장의 동생인 최종원 회장의 아들이다. 이 3파전은 98년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총수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SK그룹 분가설’은 재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 동안 잠잠한 듯하던 SK家가 요즘 다시 시끌시끌하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SK그룹 분가설이 재계 안팎에서 또 흘러나왔다. 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의 SK㈜ 등기임원 선임과 관련해 말들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현재는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이 SK㈜ 등기임원에 등재돼 있다.

여기에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도 함께 이름을 올리려 했다는 것이다. 최창원 부회장의 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오래 전부터 계열사 분리를 추진해 왔다. 이런 형의 의도와 달리 동생은 SK그룹 경영에 참여하려 한 것이다.

최창원 부회장의 계획대로 됐다면, 최신원 SKC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 사촌 3형제가 그룹경영의 핵심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형제 경영하다 망했는데 이 모습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의 ‘발 담그기 식’ 행보를 두고 “경영권 확장을 위해서 형은 안중에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최창원 부회장의 SK㈜ 등기임원 등재가 막판에 무산됐다. 이를 두고 최신원 SKC 회장이 동생을 설득해 막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3월 12일 예정이었던 주주총회의 소집공고에서 최창원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은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최신원 SKC 회장
‘계열사 분리’ 움직임 포착

이로써 최신원 SKC 회장은 계열사 분리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으로, 지난 2000년 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별세 이후로 SK 집안의 장손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수장격인 그는 그 동안 꾸준히 ‘SK 계열사 분리’를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계열사 분리를 원하셨다. 꼭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물 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네트웍스와 워커힐 경영권을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가져오고,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와 텔레콤을 포함한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많다. 재계 일각에서는 모종의 ‘협의’에 따라 계열 분리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SKC 자회사인 SK텔레시스가 최근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에 진출한 것과 SK텔레콤과의 지속적인 연계를 토한 IT산업 육성에 나선 점도 이를 증명한다.

그동안 이루어진 주식거래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쳐보기에는 충분했다.

지난해 10월 최신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SK주식 3000주를 전량 처분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1000주와 2510주를 판 지 한 달여 만이다.

SK에너지 주식도 5500주 전량 처분했고, SK가스 300주도 다 매각했다. 반면 SK㈜에서 분리된 SK네트웍스와 SKC, SK 증권의 지분매입에는 속도를 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지난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3만주 가까이 사들이며 지분율을 0.2%로 늘렸고, SKC 주식도 총 4만주를 사들여 3.3%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지난해 최신원 SKC 회장은 지난해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구축해 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협의’가 끝날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계열사 분리 가능성 ‘적어’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열사 분리에 대한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선 최신원 SKC 회장의 보유 지분율이 계열사 분리를 이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로 있는 SKC의 지분이 3.3%에 불과하다. 최대주주는 42.5%를 보유한 SK㈜다. SK네트웍스도 SK㈜가 40%를 갖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의 네트웍스 지분은 1% 미만이다.

더불어 계열사 분리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기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 분리는 기업의 양극화로 이어지기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친족 분리 등으로 인한 재계 순위의 변동 컸던 경험이 많다.

또 자산규모, 매출, 순이익뿐만 아니라 시장가치 측면에서도 격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SK 그룹의 관계자는 계열사 분리 가능성에 대해 “최창원 부회장의 SK(주) 등기임원 선임 소식은 내부적으로도 의논된 바가 없다”며 “선임 무산과 관련한 계열사 분리 논의도 외부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당분간 급할 것 없어 보이는 최태원 회장과 잰걸음을 보여 온 최신원-창원 형제가 계열분리와 관련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지 아니면 동상이몽일지 재계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시카고학파’로 급부상한 SK그룹

SK 그룹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시카고대 졸업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오너 일가도 시카고대 동문인 것으로 유명하다.

고 최종현 회장은 시카고대 대학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자는 재계에서 시카고대 동문으로 유명하고 박영호 SK㈜ 사장 겸 SK차이나 총괄사장, 이정화 SKUSA 대표, 이용석 SK건설 전무, 함윤성 SK건설 전무, 가종현 SK텔레콤 상무, 박영철 SK텔레콤 상무, 우정구 SK텔레콤 상무, 박재광 SK에너지 상무 등이 시카고대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사외이사진에도 시카고대 바람이 불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을 새로 영입하기로 했으며, 이중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최혁 서울대 교수 등 2명이 시카고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SKC 이사회에서 재선임하기로 한 박상수 경희대학원장도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인물이다. 이처럼 SK그룹에서 시카고대 출신이 부상하는 이유는 사주가 대를 이어 시카고대를 선택할 정도로 시카고대 교육 과정에 대해 깊이 신뢰한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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