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편견 깨고 수입차 시장 1위 일구다

“샐러리맨에서 최고 경영자로 올랐다”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김효준 사장이 몸담고 있는 BMW코리아는 프리미엄 자동차기업 BMW가 100% 출자한 국내 현지법인이다. BMW는 1995년 외국계 자동차회사로는 최초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고 이후 국내 고급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그 견인차가 김 사장이다. 11년째 한국 지사의 CEO를 맡고 있는 김 사장은 BMW판매대수를 꾸준히 늘려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정했다.
학벌의 유리천장을 뚫다
김효준 사장은 ‘척벽비보촌음시경’을 사자성어처럼 넉자씩 나누어 풀이했다. 전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우리 속담과 등치시키고, 후자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경구에서 그는 ‘실천’과 ‘시간싸움’을 키워드로 골라냈다.
글로벌 기업 BMW그룹 본사 임원 입에서 동양의 고전이 줄줄 흘러나올 줄은 몰랐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2000년 이후 BMW의 판매대수는 꾸준히 늘었다. 2008년엔 프리미엄 소형차 MINI를 포함해 9530대를 팔았다. 불황 속에서도 전년도보다 11.4% 늘어난 물량이다.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 1위. 벤츠·렉서스·아우디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을 평정한 것이다. 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른 차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대차서비스, 차의 수리과정을 대기실에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CCTV, 23분 출동체계, 다양한 자동차 리스 등이 차별화된 병기였다.
그의 손에 의해 수입차 부문은 하나의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그를 아시아인 최초의 BMW그룹 본사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이 회사는 ‘두 지역(국가) 이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임원 선임 규정까지 고쳤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의 일이다. 도요타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남은 브랜드들도 감원을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BMW 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김 사장은 정량적 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확대하는 게 오히려 재무적으로 타당하다고 본사에 보고했다. 보고하면서 “철수했다가 다시 진출하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본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에 따라 국내 딜러였던 코오롱 그룹에 금리가 연 20%가 넘을 때 파격적으로 5%에 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코오롱으로선 연간 40억, 50억 원을 앉아서 버는 셈이었다. 본사의 파격적인 지원은 수입차 시장에 “BMW는 어려워도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전달됐다. 이 결정은 BMW가 한국시장에서 약진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김 사장은 늦깎이로 방송통신대학을 마쳤다. 덕수상고를 졸업한지 22년 만이다. 부친이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생활능력을 잃는 바람에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3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살림을 거들었다.
불혹의 나이에 BMW코리아 임원으로 있으면서 방통대를 마친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과정에서는 국제 경영을, 박사과정에서는 국제 전략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지식·상식·소통 세 요소를 인재발탁 요건으로 확장시켰다. “기술적인 것은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성향과 인성은 바꾸기 힘듭니다. 그래서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인지, 가치지향이 회사와 일치하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김효준 경영의 키워드는 고객, 인재 그리고 실천이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비즈니스는 휴먼비즈니스라고 못 박는다. 그래서 그는 고객을 많이 만난다. 그는 또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직원들을 해외로 많이 내보낸다. 인재 경영의 토대는 노사 간의 신뢰다. 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면 이 회사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들을 잘 키우며 미스터BMW, 미스BMW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내장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나 실천이다. 학력이 평준화된 고학력사회에서 몰라서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신규인력 채용을 억제했다.
그는 전 직원을 매니저화 하는 작업을 2~3년째 하고 있다.
비매니저는 주어진 일만 하고 책임에 둔감하기 때문. 기안할 때도 적당히 하고 윗사람이 알아서 챙기겠지 생각하고 매니저 마인드가 떨어지는 부사장은 결재할 때 사장에게 책임을 미루는 조직은 결국 한 명의 매니저와 그를 둘러싼 비매니저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저자:이필재)]
#김효준의 HOW to Brand
▶ 스스로 롤 모델이 되어라
스스로 롤 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오게 하라. 이때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김효준 사장은 바른 성품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언젠가 세상이 알아본다고 믿는다. 아니, 세상이 그냥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 뜻을 높게 세우고 실천은 낮은 것부터 하라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데서 출발해야 한다. 동력은 쉼 없는 노력이다.
김 사장은 노력형이다. 불혹의 나이에 방송통신대학을 마쳤고, 이어서 석박사학위를 했다. 재무통이지만 영업 쪽도 기웃거렸고 CEO의 영역인 사업전략도 넘봤다. 그는 고졸 학력으로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그는 이미 차장시절에 ‘CEO가 될 만한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라
글로벌 마인드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갖춰라. 시민적 가치를 수용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지녀라. 김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서만 32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은 이미 많다”며 “우리도 이제 세계 시민적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