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황제경영 부활 ‘후폭풍’
이건희 황제경영 부활 ‘후폭풍’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3-30 10:18
  • 승인 2010.03.30 10:18
  • 호수 831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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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후계구도 변화 오나?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복귀했다. 물러난 지 23개월만이다. 이 회장의 공식직함은 삼성전자 회장.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그룹 지배권을 가진 셈이다. 이 회장의 복귀를 두고 재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법보다 돈’이란 비난을 쏟아냈다. 더욱이 이 회장의 복귀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란 전망들이 주를 이으면서 당분간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한 말들은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숨 고리기에 들어갔다는 후계구도의 경영권 승계 논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전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역할론’을 이유로 사면 복권된 지 3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6월 12일 삼성비자금 관련 재판에 출석해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떠난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특검과 재판을 제외하고는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을 단독사면하면서 복귀를 위한 명분을 세웠다. 지난 1월 라스베가스 전자전시회(CES)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부인 홍라희씨,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큰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작은 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자녀들과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등 사위들까지 모두 대동하고 2년 만에 국제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후계구도 숨고르기 들어가나

이 회장의 복귀로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후계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황장규 전 사장 등 50대 후반 이상의 원로CEO들을 퇴진시키고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이재용 체제를 구축하는 젊은 인사를 대거 등용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이 회장의 복귀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이재용 부사장이 그룹을 이끌어갈 만큼 경륜이나 경험이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실제,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과 이재용 부사장,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경영라인을 최 사장 ‘원 톱’체제로 변화시켰다. 아직 이재용 부사장이 거대 계열사의 핵심 역할을 맡기는 힘겹다라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그룹경영에 참여해 리더로 올라서는데까지 걸린 시간을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이 끌고 나가기에는 경영수업의 기간이 짧았다는 게 이 회장에 의중이라는 후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전무는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을 시작으로 삼성에 몸담았고, 2001년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장중심' 경영을 통해 신라호텔 매출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꼼꼼하고 공격적인 경영 능력은 이 회장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무는 8.37%의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데다 호텔신라 및 에버랜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어 ‘이부진 경영승계'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 초 라스베가스 전자전시회에서 두 딸 부진, 서현의 손을 잡고 있고 재용은 그 뒤에 있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있었다. 일각에선 재용에게 일을 제대로 할 것과 이혼한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추측도 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재무상 주요사항은 이재용을 거치지 않고, 이부진이 직접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는 이 전 회장이 ‘부진’을 신임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부진 전무가 업무도 야무지게 잘하며 특히 이병철 선대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철두철미한 경영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민단체 따가운 시선 보내

이 회장의 복귀를 바라보는 눈은 냉정하다. 이 회장의 복귀를 반기는 곳은 재계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의 내용증명”이라고 비판했고,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공화국, 전근대적 황제경영 부활”이라는 비판을 했다.

네티즌들도 설전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부직원들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반면, 일반 네티즌들은 이 회장 복귀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다.

사면복권 된지 얼마 안돼 경영 복귀에 대한 거부감과 1인 복귀체제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나라야’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올림픽 유치하라고 사면 시켜 줬지 언제 경영 복귀하라고 사면 시켜줬냐?”라고 이 회장 복귀를 비판했다.

‘단추’라는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한국의 인재들만 모였다는 삼성에 이건희가 아니면 호사 지탱이 안되는 건가?”라며 비꼬기도 했다.

이는 비록 법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해도 개인에게는 최소한의 윤리적, 도덕적 기준이 있으며 기업은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고 또 다시 삼성의 도덕적 불감증을 확인시켜준 계기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 전무와 후계구도를 연결 짓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승계 문제의 경우 현재까지 그룹 차원에서 어떤 얘기도 공식적으로 내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복귀결심 이유가 최지성 사장과 이재용 부사장 체제만으로는 약하다는 평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처음 (복귀) 이야기가 나온 게 지난 2월 17일인데, 그 무렵 도요타 사태가 가장 강하게 얘기될 때였다. 글로벌 톱 기업이 저렇게 흔들리고 위기에 처할 수가 있다는 것이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사장들도 많은 생각을 했고, 이 회장의 복귀를 요청했다”며 확대해석을 금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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