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브랜딩 제 1 탄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
CEO 브랜딩 제 1 탄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
  • 정리=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3-02 14:32
  • 승인 2010.03.02 14:32
  • 호수 827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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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기업을 다국적 기업으로 키운 CEO

“미국식 경영방식으로 구조조정에 1인자 됐다”

모든 샐러리맨의 꿈은 CEO(최고경영자)다. 하지만 CEO 자리로 이끄는 왕도란 없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어 전력투구할 뿐이다. 그렇다면 CEO들은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아갈까. 최근 출간된 (좋은책만들기)는 성공한 CEO16인의 사례를 통해 ‘셀프 브랜딩’을 이정표로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을 필두로 최고 CEO들의 경영 브랜딩에 대해 알아본다.

두산은 국내 최고의 기업이다. 1896년에 생긴 한국 최초의 근대적 상점 ‘박승직상점’이 모태인 이 회사는 지난 10여 년 새 한 세기 이상 영위한 소비재 사업을 접고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했다. 소비재 기업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모험이었다. 인프라 지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중인 두산의 견인차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9년 3월 (주)두산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두산의 대표이사 회장 CEO도 맡아 그룹 경영의 실무도 관장하고 있다.

브랜드 CEO로서 그에게 주목하는 것은 구조조정 전문가이자, 오너면서도 명실상부한 CEO이기 때문이다. 그는 큰 방향만 제시하거나 인사권을 지렛대로 경영진을 원격 조정하는 오너가 아니다. 박 회장은 국내 원조 기업의 오너 3세지만 미국식 경영의 세례를 받았다. 미 보스턴 대 경영대학원 MBA출신이고, 그 스스로 “경영을 미국 사람들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M&A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

“우리가 인수합병을 하는 목적은 구조적인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떤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3000억 원이 들고 10년 걸린다면, 3000억 주고 그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사들여 우리 전력으로 삼겠다는 거죠. 구조적인 변혁을 통해 경영의 스피드를 올리는 겁니다”

오너 출신이지만 전문 경영인을 자처하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M&A는 경영자원을 극대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기술은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할 수 있지만 사들일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시설도, 갖추지 못한 제품이나 네트워크도 M&A를 통해 확보할 수 있죠. 내 손으로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폐쇄적인 사고입니다”

그에게 토종기업과 M&A 기업이라는 이분법은 고정관념이다. 토종기업도 성장하려면 글로벌 네크워크에 뛰어들어 필요한 경영자원을 소스에 구애 받지 않고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우리 기업들이 M&A에 눈뜰 무렵 그는 이미 10여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후의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그 결과 두산은 소비재 그룹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했다. 모 기업이자 간판이었던 OB맥주도 매각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그의 성공 DNA는 무엇일까. 박 회장 스스로는 두산그룹이 생존의 위기를 통과하기까지 쌓은 다양한 경험, 그 경험을 지식으로 전환시킨 학습능력, 끈질기게 매달리는 과제지향형 성격을 꼽았다. 외환위기 직전 두산의 부채비율은 30대 그룹 중 6위였다. 이때부터 두산은 40% 가까운 사업들을 팔아치웠다. 외환위기 후 부채비율 상위 16개 그룹이 부도를 맞거나 화의·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두산은 오히려 사업기반이 안정됐다.

그 경험을 그가 체계적인 지식으로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매킨지 등의 컨설턴트였다. 그와 거래한 외국기업의 고위직들도 이런저런 자극을 줬다.

그는 일상의 삶에서도 흉내 하나는 잘 낸다고 했다. 집에서도 성대모사나 남이 하는 제스처를 따라 해 부인을 웃긴다고 했다. 모방에 바탕이 된 것은 관찰력이다. 관찰력은 그가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생긴 안목이다.

“평소 저 사람은 누구와 닮았다”고 하면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고 했다. 그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사진기자나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미국식 사고방식도 그의 장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보스턴 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했다. 경영을 배운 것도 미국사람들에게서다. 그의 이런 지적 배경은 그에게 미국 등 서구 글로벌 기업에서 된 것은 한국 기업에서도 된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상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약점은 급한 성격이다. 급한 성격 탓에 뼈저린 실패도 했다. 1990년대 초 두산음료 상무로 있을 때의 일이다. 두산음료가 수입하던 코카콜라에서 OB맥주에 이르기까지 자판기로 제품을 공급하면 소매점 마진까지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 업체와 손잡고 냉온 캔 음료 자판기를 개발해 연간 생산 규모 3만 대의 공장까지 지었다. 자판기 사업은 그러나 큰 실패로 끝났다.

그가 전문 경영인을 자처하는 건 큰 방향만 제시하거나 인사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여느 전문 경영인들처럼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두루 종사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는 오너지만 하는 일의 성격상 전문 경영인이라고 말한다.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을 때의 문제는 대리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이해를 일치시키면 이런 비용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3~5년에 걸친 성공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던가 그보다 오래 근무하면 연금 혜택을 주는 것 등이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자료제공:좋은책만들기]


#박용만의 HOW to Brand

▶ 남이 안 하는 것을 시도해 성공시켜라
남이 안 하는 것 같지만 선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하고 있다. 벤치마킹을 잘하면 된다. 박 회장은 미국 선진 기업들의 인사제도를 두산에 이식했다. 그는 미국 회사의 제도라기보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문화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기존의 낡은 관습, 한국적 로컬 관행에서 탈피하라고 부추긴다.

▶ 리스크를 정확히 계산하라
리스크를 계산해 내면 그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리스크가 줄어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박 회장은 자신의 장기인 인수 합병에 대해 “80%가 인수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결정이 난다”고 말한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공의 관건은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M&A의 성공은 얼마나 싸게 인수했느냐가 아니라 인수 후 얼마나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 경쟁력은 성공을 낳고 성공은 브랜드를 낳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성공 신화를 써라. 브랜드는 그 부산물이다. 박 회장은 M&A를 연이어 성공시켰고 인수 후에 실패한 케이스도 없다. 그 비결을 그는 회사를 매각하면서 터득했다. M&A 당하면서 M&A의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다. 인수 주체의 입장에 서보면 M&A가 보인다고 할까? 역지사지면 백전백승.

정리=이범희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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