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정체성 공방에 박 대표가 전면전을 선포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공방이 유신청산과 정수장학회 등으로 옮겨지자 이 의원은 다시 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 의원이 박 대표 견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이 의원과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이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시절 이재오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과 시장 직무인수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나돌고 있는 이명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이 의원은 ‘유치한 발상’이라 일축하고 있지만, 사실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시장 측에서 이 의원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는 박 대표가 유신 청산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박 대표 카드로는 대권을 쥐기 어렵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 의원의 강도 높은 비판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 처음에는 아들 병역비리를 강하게 비판하던 이 의원이 결국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이 총재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의원이 박 대표에게 유신과 관련한 국민적 사과와 정수장학회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의도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그리고 끊임없이 박 대표를 몰아붙이는 이 의원에 대해 박 대표 지지자들은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박사모로 대변되는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 의원을 일제히 성토하고 있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그 여파가 상당하다.이를 의식한 듯 이 의원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자신의 비판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거 자신의 수감생활 등을 소개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은 결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이 의원은 한 국가의 정당 대표라면 대통령을 지냈던 아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박 대표를 이해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유신의 날이 무섭게 세상을 지배하던 지난 72년 국어교사로서 수업 중 연행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특히 장훈고 교사 시절 구속 당시에는 이근안팀에 고문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로도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총 10여년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 고문도 받았으며, 상처도 가지고 있다. 그의 배에는 긴급조치 9호로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발병한 복막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큰 흉터가 남아 있다. 당시 중정 요원의 감시아래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열두 번 재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주 이 의원은 안동댐 방문시 박 대표의 방생 기념탑이 숨진 인부를 기념하는 탑보다 큰 것을 언급했다 구속된 일화도 소개했다. 더불어 구속 당시 정권의 회유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중앙정보부에서 자신에게 미국 유학과 유정회 국회의원 권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원은 현재의 박 대표와는 완전히 상반된 삶을 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얼마 전 박 대표와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이 의원은 유신시절 여러 차례의 옥고로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그 이후의 행보도 상당히 이색적이다. 진보진영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다 보수정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바로 이 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1년 당시 진보정당인 민중당의 사무총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국회 배지를 달았다. 대표적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재야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이 의원을 말을 갈아탄 변절자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 자신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야당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선택’일 뿐이라면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그러나 당내에서는 박 대표 지지자들은 이 의원의 태도를 못마땅해하고 있다.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과거 이회창 총재 아들 병역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려 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그러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비판적 태도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당내에서 검증 받지 못하면 결국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에서 보수 정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재오 의원. 체포, 투옥, 물고문, 전기고문 등 생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는 그의 독설은 다분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탈당설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으며, 그 배경에 이명박 시장이 있다는 설명도 여운을 상당히 남기고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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