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의 신뢰도 형성으로 20년 신한맨 되다”
단독 오너가 없는 은행권에서 은행장과 회장을 포함해 20년 넘게 CEO를 맡는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라 회장을 상근이사(임기 3년)로 재추천했다. 이로써 라 회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과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다시 선임될 예정이다. 4번째 연임성공인 셈. 이에 따라 금융위기 속 신한금융지주의 힘 찬 걸음이 또 다시 주목받게 됐다. 20년간 최고경영자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을 되짚어 본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신한금융은 주주총회 소집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열고 라응찬 회장을 상근이사로 재추대하는 안건을 3월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정기주총에서 라응찬 회장은 이사들의 추천에 힘입어 대표이사로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라응찬 회장이 대표이사로 연임하게 되면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하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이후 20년 이상 신한그룹을 이끄는 최장수 금융권 CEO가 되는 셈.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 이겨내
당초 금융권에선 라 회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고개를 든 데다, 사외이사 모범규준 발표 이후 지배구조 개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라응찬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라 회장도 ‘마음을 비웠다’는 소문이 금융권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라 회장이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이며 강력한 리더십을 피력했다. 때문에 주변에선 라 회장이 ‘마음을 바꿨다’는 말이 회자됐었다.
차기 회장으로 꼽혔던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은 물론 이백순 신한은행장까지도 취임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는 상황도 한 몫(?)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을 선택한 것은 ‘강력한 내부 공감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고 KB금융 사태로 국내 은행권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신한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순항하려면 라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은 신한금융 조직문화에서 직원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求心點)”이라며 “대형 금융그룹 간 인수합병 등 금융시장의 큰 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에서 신한금융이 더욱 강해지려면 라 회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 회장에 대한 대주주들의 두터운 신임도 그가 연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신한금융의 최대주주는 신한은행 창립 당시부터 인연을 맺어 온 200여명의 재일교포 주주들로, 총 17% 내외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사외이사 후보로는 기존 전성빈, 윤계섭, 김요구, 정행남 이사 4명이 재추천됐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김병일, 히라카와 요지, 김휘묵, 필립 아기니에 등 4명이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임기는 모두 1년이다.
새로운 사외이사와 이사 후보들은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으며 신한금융의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2명(라응찬, 신상훈), 비상근이사 2명(이백순, 류시열) 등 12명의 이사로 운용된다.
라 회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서울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1959년 농업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대구은행에서 근무하다 1982년 상무이사로 신한은행 창립 멤버가 됐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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