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내놓는 재계 인사들...퇴진 배경에 관심 집중
자리 내놓는 재계 인사들...퇴진 배경에 관심 집중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2-11 16:22
  • 승인 2018.12.1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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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안용찬·이웅열 퇴진 왜?
왼쪽부터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왼쪽부터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부터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최근 잇달아 자리를 내놓는 재계 인사들의 퇴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박수 칠 때 잘 떠났다”는 호평을 듣는 한편 일각에서는 경영상의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박수 칠 때 잘 떠났다...아름다운 뒷모습” 평가에
檢 수사 미리 예견하고 물러났나...‘의혹’의 눈길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부임하는 것을 두고 삼성이라는 기업에 쏠리는 관심만큼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 6일 “이서현 사장이 오늘 현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패션을 전공한 이 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패션 부문에서 일해 왔으며 201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일모직이 합병 등을 통해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으로 변화할 때도 계속 패션 부문에 머물렀다.

퇴진 이유 실적 부진?...문화·복지 분야로

이 전 사장의 퇴진 배경으로는 그가 맡은 패션부문의 실적 정체가 거론된다. 이 전 사장은 2015년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선임돼 패션부문을 이끌어왔지만 그간 성과가 좋지 못했다.

영업적자 규모가 2015년 89억 원에서 2016년 452억 원까지 확대됐던 패션부문은 2016년 매출 1조8430억 원에 452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가 지난해 부실사업을 정리하면서 3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38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50억 원 증가한 18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 전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관여해 2012년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2016년 9월 중국 상하이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며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으나 해외 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이 퇴진과 동시에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어머니 홍라희 씨를 이어 문화·복지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사장은 내년 1월 1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동시에 홍 씨가 한때 관장을 맡은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맡게 된다. 삼성복지재단은 소외계층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곳이다. 1989년 소외계층의 자립기반 조성 등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고, 2002년부터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리움미술관장은 지난해 3월 홍라희 씨가 갑자기 퇴진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리움미술관은 미술관 발전을 위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고 자문할 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하고, 이 전 사장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안용찬 전 대표, 임기 남기고 돌연 사임

제주항공의 성장을 이끌어온 안용찬 대표이사(부회장)도 회사를 떠난다. 제주항공은 지난 5일 안용찬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의 사임에 따라 이석주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

안 부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7년 애경화학에 입사했으며 애경유화 상무·전무를 거쳐 1995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2년 3월부터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애경 오너가 장영신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기도 하다.

안 부회장은 2012년 제주항공 부회장에 취임 이후 제주항공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 국내 LCC 1위 항공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실적은 매출액 9419억 원, 영업이익 958억 원, 당기순이익 849억 원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1조 원에 조금 못미친 9963억5700만 원에 달했다.

제주항공은 안 부회장의 사임 배경에 대해 “제주항공의 실적이 좋은 지금 박수를 받으면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싶어 용퇴를 결정했다”며 “목표한 바를 이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려는 뜻에서 사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 부회장의 임기가 2021년 3월까지로 아직 2년 넘게 남았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사임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은 업계에서 안 부회장의 사임을 의심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보도했다. 장영신 애경 회장과의 마찰이 있었으며 대립 지점은 ‘제주도’였다는 것. 서울 출신인 안 부회장이 경영효율화만 추구하고 제주도를 배제하다가 총수일가 눈 밖에 났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장 회장과의 마찰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다.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웅열 회장, ‘상속세 탈루’ 檢 수사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경영 퇴진을 선언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검찰 수사에 직면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최근 이 회장 등에 대한 조세포탈 고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코오롱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 한 뒤, 이 회장을 소환해 상속세 탈루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지난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끈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 회장은 코오롱 창업주인 이원만, 2대 총수인 이동찬에 이어 3대 총수였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 “‘금수저’를 내려놓고 창업의 길을 걷겠다”며 내년부터 코오롱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퇴진과 맞물려 수사가 진행된 절묘한 시기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리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자칫 오너리스크로 불거지기 전에 퇴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 코오롱 관계자는 “회장님 퇴임과 검찰 수사는 전혀 상관없으며 수사를 예견해서 퇴임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퇴임은 3년 전부터 미리 준비됐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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