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다움 예술혼으로 승화
“죽을 때까지 내가 하는 행위가 예술로써 남길 바란다. 내가 곧 예술가이기 때문이다”작가 모리스 앙리의 명언이다. 그의 일생을 닮은 화가가 있다. 전동화 작가이다. 회갈색의 긴 곱슬머리를 질끈 묶은 그의 첫인상은 자연을 닮았다. 원시의 느낌 그대로이다. 자연이 숨 쉬는 원시적 순박함과 거친 숨결이 그의 화폭엔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는 예술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 있다. 붓을 한번 잡으면 삼일동안 내리 그림을 그리다가 지쳐서 쓰러져 잠이 든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의 대화를 담은 그림 전시회가 오는 2월 7일 경기도 안양시 롯데백화점에서 열린다. 한국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전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 세계관을 들어봤다.
미국 문화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 앤디 워홀.
그는 상업디자이너로 출발하여 60년대 팝아트로 미술계 정상에 올라 미술, 영화, 저널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미술의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부정과 도전으로 미술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위대한 예술가라고 평가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대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성공한 상업 디자이너에 불과하다는 평가이다.
한국에도 앤디 워홀이라 불리우는 이가 있다. 서양화가 전동화씨. 그의 그림은 전통적인 관념이나 시대를 초월해 자유로운 영혼을 담고 있다.
그는 1년에 삼분의 일을 해외에서 머문다. 뉴욕 같은 도심에서부터 브라질 밀림까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다. 그것을 화폭에 옮긴다.
그의 그림은 영화 <뉴욕의 가을>을 연상시킨다. 성공한 사업가인 웰 케인(리처드 기어 분)은 50세에 가까운 나이지만 여전히 구속받기를 싫어하는 바람둥이이다. 어느날, 21세기의 자유분방한 여성 샬롯 필딩(위노나 라이더)을 만난다. 웰 케인은 뉴욕이란 거대한 도시같은 남자라면, 샐롯 필딩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자연을 닮은 여자이다.
전 작가의 그림은 <뉴욕의 가을>처럼 거대한 빌딩과 자연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매일매일 일상을 화폭에 담는다. 심지어 화가 난 순간까지도 꼭 이미지를 화폭에 담는다고.
그는 “기분이 좋을 때 떠오르는 것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이번에 걸릴 작품 중 부부 싸움 직후 그려낸 것들이 많다”면서 “제 작품이 선이 굵고 거칠어 보인다는 평을 듣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전시회는 일상을 테마로 하고 있다.
친구의 고급 승용차 앞에 선 운전기사의 모습에서부터 부부싸움 직후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내와 쌍둥이 아이들의 모습, 가족과 대형마트에 갔던 순간들까지 화폭 속에 담겨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명화기행이 된다. 우리의 일상을 그림 속에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드로잉 일기’는 국내외 화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일반인들이 글로 쓰는 일기를 그림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글로 쓰지만 나는 그것을 그려내고, 조각한다. 그것이 내 예술의 표현 방식이다”라며 자신의 예술관을 드러냈다.
그는 하나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림에서 조각까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는 한국의 조형예술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한다.
그는 “수많은 빌딩과 아파트 앞에 세워진 조형물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예술은 자연과의 조화다. 인위적인 조형물들을 보면 상업적으로만 흘러가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단국대학에서 미술학의 강의를 맡고 있는 그는 미술은 물론 예술계가 크게 발전하지 못하는 데 ‘잘못된 교육’과 ‘미흡한 예술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는데 솔직히 열심히 하면 배고플 수 없다. 그 만큼 질이 높아져 작품이 고평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열심히 해도 돈을 못 버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예술이 살찌려면 진품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적극적인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그는 예술에 대한 생각만 바뀌면 앤디 워홀처럼 돈과 명예를 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예술 의식도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들이 많아질수록 예술 세계는 풍요로와 질 것이다. 가난한 게 예술이 아니라 자유로운 것이 예술이어야 한다”
그의 작품전시회가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2일까지 경기도 안양 롯데백화점 갤러리에서 ‘전동화 개인전 - Metaphorical Space’라는 이름으로 개최된다.
그만의 은유적 공간
이번 전시회의 핵심은 ‘숫자’다. 그는 “글로벌세계라는데 정작 소통의 매개체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수의 개념은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라며 작품마다 고유의 숫자들을 가득 뿌려냈다. 작가는 “아마 내 설명이 없었다면 이 속에 숫자들이 새겨져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내 의도와는 달리 보시는 분들 각각의 해석이 내 작품을 완성한다”며 “내 작품과 관객이 소통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물론 작품 대부분이 역시 그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그의 삶을 하나의 공간으로 봤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마음과 관객이 은유적 해석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표현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가 어떤 것을 표현한다고 명확히 말할 수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모든 것을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역시 한 가지 주제나 테마에 집착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환경, 가족, 친구, 생존 등을 담고 있다. 전동화만이 그려내는 은유적 공간은 그만의 예술혼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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