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전 회장 복귀 칼일까? 방패일까?
박찬구 전 회장 복귀 칼일까? 방패일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2-16 13:15
  • 승인 2010.02.16 13:15
  • 호수 825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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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사 후폭풍 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한 숨 돌렸다. 채권단과의 극적 합의를 통해 기사회생의 마지막 카드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위기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박찬구 전 회장이 경영복귀를 시사해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의 불협화음으로 밀려났던 인물인데다, 최근 금호그룹 인사가 형인 박삼구 회장의 측근들에 맞춰진 인사로 이뤄진 전례가 있기 때문. 이에 재계는 박찬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주시한다. 또한 워크아웃 계열사의 강성노조 등이 암초로 남아있어 경영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생절차 움직임이 보인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요채권금융기관 회의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대해 당초대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오너 일가들이 이날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 한 것. 채권단의 압박에 재산을 내놓은 대신 경영권을 유지한 형국이지만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주주의 책임이행을 전제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금호석유화학 및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으로 금호그룹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왔다”면서 “그러나 일부 대주주의 책임이행 지연으로 경영정상화 작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책임이행을 거부해 온 일부 대주주가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해와 경영책임 이행문제는 일단락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그룹 내부가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인다. 계열사들의 매각절차가 남아있는 등 해결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오너 일가의 민감한(?) 신경전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지난해 7월 친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난 지 7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이 금호석화의 경영을 맡게 되면 우선 그룹의 분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형제의 난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결국 형제 간 계열분리라는 카드를 선택했지만 그룹의 앞날은 녹록치 않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이 분할되면서 계열사별로 대대적인 인사이동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금호석화의 경우 박찬구 전 회장이 7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함에 따라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금호그룹 계열사 인사가 있었지만 인사 자체가 박삼구 명예회장에 의해 단행됐던 만큼 박 전 회장 체제하의 인사가 불가피하는 관측이다.

박 전 회장이 박 명예회장과의 갈등으로 그룹에서 물러났던 만큼 인사폭이 다소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있은 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계열별 분리경영을 하게 되는 이상 박 전 회장이 경영하는 계열사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화학부문 계열사로는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피화학 등이 있다.


3세들 자리이동 불가피

또 현재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있는 박찬구 전 회장의 아들 박준경 씨도 박삼구 명예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맡게 되면서 자리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리 경영에 따라 전략경영본부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자신은 금호석화의 경영을 책임지는 만큼 자리를 옮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재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오너 일가의 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는다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정상화가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나 금호타이어가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워크아웃이 진행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대변한다.

이밖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둘러싼 채권단과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간의 갈등이 쉽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대한통운 매각 여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회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로부터 워크아웃 동의서를 받아내는 것도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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