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표심 공략 ‘조연’ 끝 ‘주연’ 시작
호남표심 공략 ‘조연’ 끝 ‘주연’ 시작
  • 이금미 
  • 입력 2006-11-08 15:45
  • 승인 2006.11.08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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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호남운하 프로젝트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한반도 대운하’를 전면에 내세워 전국을 누비고 있다. ‘경부운하’에 이어 내놓은 카드는 ‘호남운하 프로젝트’. 물론, 청계천 복원의 전국 버전이라는 점에서 호남운하는 예견돼 왔다. 그럼에도 이 전시장의 호남행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점화된 시점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체제하에서 서진정책을 공식적으로 펴 왔다는 점에서 이 전시장의 호남표심 공략은 의미심장한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전시장의 상승세가 전국 버전이라는 사실. 이 전시장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지역에서 오차 범위에서 박근혜 전대표를 따돌리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TK를 관통하는 경부운하 발표 직후 이 전시장이 박 전대표의 지지층마저 흔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전시장이 호남에서 ‘TK 역전’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전시장의 호남표심 공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주자로 부상한 시점부터 호남은 극복의 대상일 뿐이었다. 물론 서울시장 재임 시절 그의 호남 접근 방식은 여타의 대선주자들과 달라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교회 특강만 수 차례
바쁜 일정을 쪼개 종종 호남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가 주로 이용한 루트는 교회였다. 이 전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장로인 이 전시장은 주로 호남의 기독교인들과 대학생들에 초점을 맞춰왔다. 때문에 그의 호남행은 일종의 ‘성지 순례’ 성격이 짙다. 호남지역 교회 연합 모임 특강 등이 그것이다. 이 전시장은 목포, 익산, 전주, 여수 등을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도 열 차례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교를 파고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서울시 봉헌’ 발언 이후 이 전시장은 불교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스님들과의 아침 공양도 마다하지 않았다.
광역단체장으로 호남 지자체와도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서울시장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 전시장의 전략은 출발부터 치밀했다. 이 전시장은 2004년 12월 전라남도와의 우호교류협력 체결로 서울의 각 구청과 전남의 시·군을 1대 1로 자매결연을 추진했다. 서울시장과 전남도지사의 교환방문 형식을 띠고 광주를 찾은 사례도 있다. 자연재해로 피해가 심각했을 당시엔 서울시의 복구 인력과 중장비 등을 급파하기도 했다.
또한 이 전시장은 호남출신 거물급 인사 영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모두 무위에 그쳤으나 영남과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호남인사의 후방 지원은 이 전시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선 행보 주춤
그렇다 해도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로서, 원내 제1야당 대표로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호남에 발을 디딘 박 전대표의 그것에 비하면, 이 전시장의 방식은 작고 비공식적인 행사의 연속일 뿐이었다. ‘호남운하 프로젝트’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금강과 영산강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200㎞ 규모의 운하다. 이를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와 연결함으로써 내륙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경제를 살리는 ‘기폭제’로 삼자는 게 이 전시장이 제시한 호남발전 청사진이다.
지난 2일 전남 나주시청에서 열린 ‘영산강 학술심포지엄’ 행사에 참석한 이 전시장은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호남으로 사통팔달 뱃길을 연결하면 국민정서가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역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TK지역에서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다. 사실, TK는 수도권에서 앞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 전시장보다 박 전대표의 선친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이다. 그럼에도 이 전시장은 최근 박 전대표를 오차 범위 내에서 따돌렸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박 전대표의 지지도 하락세의 원인을 경부운하에서 찾고 있다. 지난 8월 경부운하 예정지를 답사하고, 지난 10월 유럽 3개국을 방문, 한반도 운하 건설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 전시장의 최근 행보가 북핵 위기와 맞물려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TK지역에서의 지지도 상승은 운하가 현실화됐을 경우의 경제적 파급효과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토개조 vs 국가체질개선
상대적으로 지난 2년 동안, 제1 야당 대표로서 장기 집권한 박 전대표의 대선 지지도는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를 추격하고 있는 손학규 전경기도지사까지 나서 “국토개조론, 즉 하드웨어적 차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사회와 국가체질을 바꾸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 때”라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 구상에 제동을 걸고 있으나, 이 전시장측에선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전시장의 적극적인 호남표심 공략엔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서, 또 영남출신으로서 호남 없이는 대선도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시장이 TK에 이어 호남에서도 운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도 대선 관전 포인트로 부상 중이다.
이와 관련, 호남운하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 전시장이 “여당을 하다가 야당이 되면 다음에 더 많은 정책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 노력하는 게 맞다. 그냥 ‘헤쳐 모여’하는 식으로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대목은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무튼, 높은 당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시장의 호남행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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