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은 뒷전 오너 배 채우기 ‘심각’
기업경영의 원칙은 투명성이다. 그러나 최근 오너경영의 폐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실적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과도한 배당파티’를 벌여 후진국적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기업은 단연 E1(구자열 회장), 동국제강(장세주 회장) 등이다. 이들 대기업뿐만 아니라 흥구석유(서상덕 회장), KPX화인케미칼(정몽국 회장)등 중소기업들의 오너들도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유동성 자금 보유고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챙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배당액 절반은 오너 몫
LS그룹의 계열사인 E1의 배당 파티는 화려하다.
대표적 LPG수입사인 E1은 지난 2월 2일 주당 1500원(시가 배당률 2.3%)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문제는 E1이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2009년 영업이익은 869억50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2.4% 감소했다. 매출액도 4조3562억여 원으로 10.9% 줄었고, 당기순손실액 역시 1402억4400여만 원이나 된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현금 배당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E1의 행태는 가히 놀랄만하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충격적이다. E1의 최대주주인 구자열 회장 일가의 배당잔치이기 때문이다. E1의 최대주주는 구자열 회장으로 전체 주식의 17.66%(121만18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구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18억여 원이다. 또 동생인 구자용 부회장은 11.7%(81만3640주)를 보유해 12억여 원을 챙겼다. 이밖에도 구씨 일가가 가진 전체 지분은 45.33%이다. 이는 구씨 일가가 전체 배당금 73억여 원 가운데 50%이상인 46억여 원을 싹쓸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1은 2007년도에도 주당 1000원으로 총281억여 원을 배당한 적이 있다.
동국제강, 순이익 71% 감소해도 배당 결정
여기서 동국제강과 동원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제강업계 3위인 동국제강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1536억여 원으로 전년대비 82.1%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매출액은 4조5651로 19.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502억여 원으로 70.8%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이날 주당 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동원산업, 배당주 최고 가격
동원산업은 더욱 가관이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782억여 원의 영업 이익을 냈고, 매출액은 5954억여 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1.8%, 1.2%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당 무려 2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해 “오너 배불리기 위한 현금배당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배당금 중 절반 이상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일가가 가져가게 된다.
중소기업도 행태는 마찬가지
비단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기업 중 현금배당을 결정한 기업으로는 흥구석유, KPX화인케미칼이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흥구 석유는 경기침체 및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1065억여 원의 매출을 냈고, 영업 이익은 11억여 원으로 각 26.2%, 39.4% 감소했다. 이렇게 다소 ‘불편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흥구석유는 1주당 50원(시가 배당률 1.9%)의 배당을 결정했다. 주식의 70%이상을 가진 흥구석유 부회장 아들인 서상덕씨를 비롯한 지인 3인이 배당총액 7억여 원 중 70%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KPX화인케미칼도 실상은 비슷하다.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등이 최대주주(59.56%)로 있는 이곳은 총매출액이 8%, 영업이익이 32.9% 줄었으나 1주당 1000원(시가 배당률 1.7)으로 책정해 총액38억여 원을 배당한다.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과 지주사인 KPX홀딩스, 계열사 등이 50% 이상을 챙기게 된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주주들에게 투자매력도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고액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최대주주의 대부분이 오너일가인 것을 감안할 때 이 배당잔치는 ‘오너 주머니 채우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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