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과자 집중’ 사연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과자 집중’ 사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2-16 10:25
  • 승인 2010.02.16 10:25
  • 호수 82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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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정)감성마케팅으로 과자명가 되찾는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과자명가’ 아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신규 사업 대부분을 매각하면서까지 과자사업에 집중할 움직임이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대신 본업인 과자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오리온그룹이 과자를 통한 사업재건 목표를 확실히했다는 것. 1990년대 중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외식사업에 눈을 돌리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오리온그룹의 사업재건 움직임을 알아본다.

초코파이 ‘情(정)’으로 유명세를 떨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과자사업으로 선행에 나선다. 아울러 미디어사업과 외식사업은 접는다.

오리온그룹은 1995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베니건스를 시작, 이 분야에서 한때 연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최근 정리를 결정했다.

작년 12월에는 10년 넘게 투자해온 케이블TV 채널업체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했다. 베니건스 매각이 마무리되면 오리온그룹 계열사는 이제 ㈜오리온 외에 정부와의 사업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스포츠복권업체 스포츠토토 등 크게 2개만 남는다.

지난 5일 강원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전임 김상우 사장은 러시아법인 대표로 발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후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15년간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외식·엔터테인먼트사업에서의 부진이 주력 사업 방향을 ‘제자리’로 돌리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베니건스는 누적 적자가 450억원에 이르는 등 부실이 심했고, 케이블TV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에선 기대와 달리 투자비 대비 이익률이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인 ㈜오리온 매출이 최근 4~5년간 5500억원 안팎에 정체돼 있던 것도 과자사업 강화 필요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또한 계열사 매각 배경에는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이 1982년 전북 익산 동양제과 공장에서 사위 담철곤 과장(현 오리온그룹 회장·사진)에게 “서해를 바라보라”고 말한 것이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업주 뜻 받들어

이 회장은 “인구 10억명 시장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덮어버리자”고 했다.

오리온은 한·중 수교 당시인 92년 중국법인 ‘하오리여우(好麗友)’를 설립했다. 5년간 시장 조사를 거쳐 97년 ‘초코파이’를 생산했다. 포장지 겉봉엔 ‘인자안인(仁者安仁·어진 사람은 천명을 알아 어짊에 만족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한다)’을 새겼다.

한국에서 ‘정(情)’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중국에선 ‘인(仁)’을 내세운 것이다.

한국에서 터득한 감성 마케팅은 중국에서 먹혔고, 지난해 초코파이만으로 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매출(6400억원)이 국내 매출(5600억원)을 앞질렀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외식과 엔터테인먼트사업 매각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해외 어느 시장에 어떤 투자를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닥터 유'와 ‘마켓 오' 같은 고가 브랜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는 “과자, 특히 해외에서의 과자사업 강화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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