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전산시스템 오류 일파만파
동양생명 전산시스템 오류 일파만파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2-09 10:59
  • 승인 2010.02.09 10:59
  • 호수 82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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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시스템 오류 4~5년간 몰랐다?
동양그룹(회장 현재연)의 계열사인 동양생명이 ‘부실’전산 시스템 운영과 관련해 보험자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험자는 동양생명이 몇 년 동안 전산시스템을 잘못 구축해 왔다고 주장한다. 납입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마구 빠져 나갔는데도 회사는 이에 대해 몰랐고, 피해액을 보험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중도급부금을 찾은 적도 없는데 수령한 것으로 안내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이에 대해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일시적인 전산 오류이거나, 피해자가 피해를 부풀려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타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험사로서는 너무나 이례적인 실수를 범한데다가 최근 전산시스템을 재구축한 동양생명이 몇 년 동안 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보험소비자연맹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동양생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치열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보자.

동양생명의 전산시스템 오류 발생과 관련된 법정 공방이 현재 진행 중이다. ‘전산 오류’라는 보험사로서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도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보험자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 동양생명이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가 항소심을 제기함에 따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에 사는 여(42)씨는 2004년 2월, 동양생명에 수호천사 명품적립보험을 월납 52만 3800원과 50만5400원으로 2건을 가입했다. 이후 그는 동양생명에 2005년 3월부터 2건 모두 13회에 걸쳐 제한없이 계속 인출해 총 8000여만원을 초과 인출했다. 여씨는 처음에 이자가 많이 붙어 인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 줄 알았다. 그러나 보험사의 전산시스템이 잘못돼 계속 인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동양생명에서 연락이 온 후에나 알았다. 놀란 여씨는 정상인출 가능 금액을 알려주면 초과 인출 금액에서 더 지급받은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인출한 총 금액을 반환하라며 여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이 사건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보험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1심에서 진 건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을 것이다. 거기다 소송당시 보험사가 제출한 서류가 판결의 기초가 되었다면, 말 다한거 아닌가”

소송금액이 커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없다며 여씨는 눈물지었다. 재판에서 보험사가 제시한 여씨의 보험금액은 각 10만 원 꼴. 보험사가 임의로 이를 기준으로 여씨가 최종 수령할 수 있는 보험 금액을 줄여 내놓아 1심에서 진 그가 반환해야 할 금액은 8000여만원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씨는 계약서와 약관을 비롯한 자료를 가지고 이에 맞서 2심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에 사는 박모씨는 2002년 12월 동양생명에 나이스적립보험을 일시납으로 가입했다. 한동안 보험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그는 금년 12월에 만기도래에 따른 보험금 수령안내문을 받고서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한번도 중도급부금을 인출한 적이 없는데 2005년 12월부터 85만원씩 10회 중도 인출했다고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의한 결과 전산 오류로 착오 발급되었다는 ‘간단한’ 대답을 듣게 되었다.

보고된 피해 사례는 이 두건이지만,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동양생명의 ‘재산 관리 책임 능력 부재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이런 시스템 오류로 허술하게 전산 오류를 남발하는 것은 생명보험사로서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스템 오류가 단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위 주장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우선 피해자들의 예금 인출은 최소 4~5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회사측에서는 얼마 전까지 확인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중도 인출은 연간 4회 해약환급금의 50% 범위 내에서만 인출할 수 있는 것이 규정인데 여씨의 경우 13회에 걸쳐 8500여만 원 인출을 하였고, 박씨의 경우는 85만원씩 10회에 걸쳐 인출이 가능했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이기욱 팀장은 위의 사례에 대해 “계약자 자산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보험사가 기초적인 전산오류를 남발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산 시스템은 과연 갖추었나 의심할 수밖에 없고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신뢰 부재설’에 대해 일각에서 반론을 제기한다.

동양생명은 2008년 9월 11일 동양시스템즈와 105억 5571만원 규모의 전산시스템 운용 및 유지보수 용역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009년 3월 말까지. 이들은 전체 매출액의 10%가량을 들여 이 계약을 체결한 동양생명이 이런 장기적인 시스템 오류를 몰랐을리 없다고 반문한다. ‘오류를 알았더라도 이 계약 전에 문제가 발견되어 해결 차원에서 전산개혁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동양생명이 여씨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판부가 시스템 오류 관련 책임 여부에 관한 판결을 이미 내렸는데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하냐는 것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전산 시스템 오류 진실 공방과 관련해 소송 중이라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며 “회사측은 ‘정당하게’‘법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소에 관한 사실을 부각시켰다. “전산 시스템 오류는 일시적인 것이다. 어느 은행이나 부기지수로 내 통장에 남의 돈이 잘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전산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 여지없이 부당이득이 되는 것처럼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씨가 자신의 납입금보다 초과 인출했으니 초과인출금은 당연히 돌려줘야한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측은 또한 “여씨의 사정을 고려해 인출금 액수를 낮춰주려는 합의를 지속적으로 하는 노력을 했었다. 그 쪽이 거절한 것이다”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이기욱 팀장은 “보험자가 믿을 곳이 보험사밖에 더 있나. 보험사를 감독할 곳은 감독원 밖에 없는데 보험 관리 프로그램이 너무 복잡해 그마저 보험계약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이모(33)씨는 “생활비 아껴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을 보험사에 철썩 같이 믿고 맡겨놓았더니 우리 돈이 어디로 새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를 일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게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여씨와 동양생명간의 항소심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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