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기연 재-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제 10탄 - 안철수家
인 기연 재-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제 10탄 - 안철수家
  • 정리=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2-02 11:38
  • 승인 2010.02.02 11:38
  • 호수 823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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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눈 길러라”

재계에서 손꼽히는 대다수 기업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신뢰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경영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역동의 시대를 거쳐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녀를 강하고 훌륭하게 키우는 확고한 원칙이 있다. 부를 일구는 것보다 부를 다스리는 법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조직을 관리하는 법을 학습시킨다. 그렇다면 ‘재계의 고수’인 창업주들은 그들의 자녀에게 어떤 교육법을 선사할까. 지난해 출간된 <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밀리언하우스>는 이런 물음에 대해 해답을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법을 필두로 한국 최고 경영인들의 자식 농사법을 알아본다. 이번호는 안철수 연구소 소장 안철수 대표의 자식 농사법이다.

종합보안업체 안철수 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 그는 자녀교육의 큰 줄기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든다.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분은 그의 부모였다. 안 의장의 부모는 무슨 일을 하건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쳤고 늘 스스로 몸소 실천하였다.

안 의장의 아버지는 동료의사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어려운 동네에 병원을 개원하고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인 안 의장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제로 안 의장이 어렸을 때 살던 집은 부산에서 굉장히 열악한 공작창(기차를 만드는 곳)뒤쪽에 있었는데, 교통편이 안 좋아 오지 같은 곳이 되어버린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안 의장의 아버지는 40여 년간 개원했다.

안 의장의 부친은 병원 앞에서 교통사로를 당한 신문배달 소녀를 무상으로 치료하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진료비의 절반만 받기도 했다. 오죽 했으면 당시 동네 할머니들이 “원장님예~ 저희들 다 죽고 나면 돌아가시오”라고 했을까.

배려를 몸소 실천하기는 어머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어머니는 배려의 첫걸음으로 자식에게 늘 존댓말을 썼다.

안 의장이 고등학교 때 일이다. 급한 일로 모친이 잡아주는 택시를 탔다. 차가 떠나자마자 기사가 안 의장에게 물었다. “형수님이신가요?” 안 의장과 나이 지긋한 여성 사이에 오가는 존댓말을 엿듣고 하는 말이었다. 안 의장이 어머니라고 대답하자 그 운전기사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학생은 정말 훌륭한 어머니를 두었으니 나중에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잘 모셔야 해요”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는 군에서 대위로 복무하던 시절 하급자들에게 반말이 나오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이처럼 안의장이 생각하는 배려의 첫걸음은 존댓말이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자녀들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다양한 교훈을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으로 맹자 ‘이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는 자라면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소설을 통해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곤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학습은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흑백논리를 경계하도록 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고 자녀들에게도 항상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최우선 과제로 가르치고 있다.


세상을 탓하지 말고 우회하고 극복하라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행동이 나오게 마련이다. 안 의장의 두 번째 자녀교육은 이처럼 ‘남에게 피해 안주기’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타인의 발전을 가로막고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배려의 반대편에 있는 행동양식인 셈이다.

물론 말이야 쉽지, 현대사회에서 게다 널리 알려진 사람이 남에게 피해를 전혀 주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안 의장은 자신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은 것 역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의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서 다른 이들의 가치관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녀에게도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친다. 즉 나의 마음이 남과 다를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남의 마음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안 의장이 회사를 경영할 때도 중요한 철학으로 삼고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 되면 그 회사의 핵심가치나 기업문화를 준수해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개개인의 성격, 기질, 취향은 항상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녀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가르침은 자녀의 인생에 이정표나 나침반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길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자녀 자신의 몫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살려주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다양성은 곧 상상력과 창의력 키우기에 연결된다. 현대사회에서의 경쟁력은 개성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 고정관념을 억지로 깨뜨리려고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접해보고, 원리를 찾아보고 수행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안 의장의 판단이다.

더불어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허용적인 환경’이 중요하다. 사실 부모의 입장에선 매우 힘든 노릇이다. 자칫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접근방식이 잘못돼서 빚어진 것이라고 본다. 환경은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아이들의 질문을 흘려듣거나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잘못된 환경 탓. 자녀의 무한한 의문과 질문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에선 결코 자녀의 창의성은 키워질 수 없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자료제공:밀리언 하우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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