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훔쳐 팔아…결국 도둑만 키웠나

김쌍수 한국전력공사(KEPCO)사장의 2010년 혁신경영이 첫 스타트부터 발목을 잡혔다. 그동안 지적됐던 KEPCO가 공기업의 소임을 등한시하고 너무 수익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우세했는데, 지난 8일 일부 직원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알려지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천안 동남경찰서는 전선 작업 후 남은 폐 전선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혐의(특수절도)로 한국전력 천안지점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이 비용을 회식비로 탕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같은 날 KEPCO의 그룹사인 한국중부발전(주) 발전처 고위간부 A씨를 비롯하여 소속직원 10여명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스크린골프를 하는 등 부당 사용 혐의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수익성을 내세운 김 사장의 경영이 조직개편의 문제점으로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경찰조사의 진위여부에 따라 또 한 번의 논란이 예상된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민간업체의 사장을 역임한 후 공기업 사장으로 옮긴 기업들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 직원들의 기강 회의에 대한 문제가 사장 체제의 불신으로 나타난다.
이는 공기업의 소임을 등한시하고 수익성을 강조하는 민간 기업 사장들의 경영이념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전의 김쌍수 사장은 LG그룹 출신이다. 그는 LG그룹 당시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에 열의를 보였다. 민간 기업에서는 당연한 처사다.
김 사장은 한전으로 옮긴 후에도 “KEPCO는 공공기관이라기 보다는 기업이며, 단지 다루는 재화가 전기라는 공공재일 뿐이다. 자연스레 수익을 창출하다보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기업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좋지만은 못하다. 수익보다는 공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 이런 와중 최근 한전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알려지면서 김 사장의 경영이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사장의 경영이념 병폐(?)라는 지적이다.
천안 동남경찰서는 지난 8일 전선 작업 후 남은 폐 전선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혐의(특수절도)로 한국전력 천안지점 A(48)씨 등 한국전력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폐 전선을 사들인 고물상업주 B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부서에서 근무 중인 A씨 등은 지난해 6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폐 전선을 보관 중인 한전 천안지점 야적장에 들어가 폐전선 275㎏(시가 125만원)를 훔친 뒤 B씨의 고물상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야적장의 폐전선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공모했으며, 전선을 처분한 돈은 부서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경찰은 한전 직원이 폐전선 등을 내다 팔았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이 같은 행위가 전국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졌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난해 10월 17일 한국전력 천안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전 천안지점의 컴퓨터와 장부를 압수해 2개월 넘게 수사를 벌였지만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고 수사 발단이 됐던 천안지점 배전운영실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혐의를 받고 있는 5명은 단순히 고물을 주어오고 폐기물에서 고철을 분리해 고물상에 팔은 것으로 재산상 피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 직원이 주어왔다는 토막전선과 기록 관리를 하고 있는 철거된 전선 중 일부의 품목이 일치하고 있어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 도덕적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같은 날 KEPCO 의 그룹사인 한국중부발전에서도 직원들의 부도덕적 행동이 적발되기도 했다.
중부발전 감사실에 따르면 발전처 직원 13명은 지난해 7~8월 12회에 걸쳐 서울 잠실 소재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하고 인근식당에서 계산하는 수법으로 200여만 원을 부당사용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한전 감사실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제보되자 감사에 착수한 중부발전은 발전처 30여명의 직원 중 30%가 넘는 13명이 법인카드 부당사용에 연류된 것을 밝혀내고 징계 수위를 징계심사위원회에 통보했다.
징계심사위는 포상자 경감 원칙을 적용해 팀장급 3명과 차장 1명을 견책에서 경고로 경감하고, 차장급 3명을 감봉에서 견책, 나머지는 경고조치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공기업 비리 백태
고양이에게 생선… 도둑 잡고 보니 송유관공사 직원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직원들이 도리어 범죄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기름 전문 절도단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도록 도운 혐의(송유관 안전 관리법 위반 등)로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조모(51)씨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수익을 반씩 나눈다”는 조건으로 김 모(43·구속)씨가 이끄는 기름 전문 절도단에 송유관 위치를 알려줘 김 씨 일당이 지난해 3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11만L(시간 1억 2천만 원어치)의 기름을 훔치도록 도운 혐의다.
이에 대해 송유관 공사 측은 “기름도난방지시스템을 통해 도난사건을 막는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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