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 오너家, 괘씸죄 소송 내막
금강제화 오너家, 괘씸죄 소송 내막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01-12 11:18
  • 승인 2010.01.12 11:18
  • 호수 82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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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다 진한 피는 없다”
금강제화(회장 김성환)가 새해벽두부터 오너간의 재산권 분쟁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다섯째와 여섯째 두 딸은 장남 김성환 회장을 상대로 각각 15억 원씩 총 30억 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재산이 거의 없다고 동생들을 속이고 재산의 일부만을 나눠줬다는 것. 때문에 13년 전의 일을 동생들이 큰 오빠가 괘씸하다며 법정 싸움으로 비화시켰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재벌그룹들도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 진다. 과거 이와 유사한 사례의 일들이 있었기 때문. 해당기업들은 자신의 치부(?)가 또 다시 들어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강제화 재산권분쟁 내막과 유사 분쟁사례들을 알아본다.

재계가 새해벽두부터 시름을 앓고 있다.

그룹의 성장 동력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지만 외부악재로 인해 힘든 역경이 예상된다. 특히 경영과는 무관하게 총수 오너집안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이미지의 불신도 함께 불러오고 있다. 특히 가족 간의 분쟁 사실로 인해 그동안의 명성에서도 먹칠이 불가피하다. 최근 재계에서는 부모 유산을 두고 벌이는 형제들 간의 법정싸움이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2009년 경제지들이 뽑은 10대 사건에서도 상위에 랭크될 정도였다. 유산상속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불성 사나운 진흙탕 싸움으로 발전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볼썽사납고 추악하다?

최근 금강제화도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형제들 간의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금강제화는 김동신 전 회장이 1954년 서울 서대문구에 ‘금강제화산업사’를 설립해 올해로 창립 56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제화업계 1위 기업이다. 김 전 회장은 창립 이후 10여 년간 회사를 맡아오다 1970년대 초 김성환 회장에게 사업을 넘겨주며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김성환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수출 길을 뚫고 의류사업부까지 신설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최근까지도 별 탈 없이 ‘좋은 기업’으로 잘 지내왔다. 하지만 경영권을 이어 받은 장남 김성환 회장이 동생들 몰래 돈을 빼돌려 유산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소송이 최근 제기되면서 금강제화는 좋던 이미지에 금이 갔다.

김 전 회장의 다섯째와 여섯째 두 딸은 장남 김성환 회장을 상대로 각각 15억 원씩 총 30억 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에 따르면 “아버지가 생전에 큰 재산을 축적했고 장남인 김 회장과 차남 등에게 1000억 원대 재산을 증여한 사실에 대해 나이 어린 동생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장남인 피고가 선대회장으로부터 재산 대부분을 증여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현재도 밝혀지지 않은 거액의 재산들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선대회장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은 총 1217억여 원이며 이 가운데 피고가 874억여 원을 증여받은 반면, 원고들은 현금과 부동산 등 1인당 35억 원씩만 상속받았다”며 “따라서 두 사람 몫으로 받은 유산을 제하고 139억 원을 추가로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일단 증여받은 유산의 일부인 3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현재 미국으로 출장을 가 있어 즉각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지금 특별히 말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회장님이 미국 출장 중이라 회장님이 오신 뒤에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산분쟁은 금강제화 뿐만 아니라 유사기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돈 많은 기업일수록 집안에서 벌어지는 유산 싸움은 그 정도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크고 복잡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모 유산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언제 봐도 볼썽사납고 추악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 두산그룹, (주)한진, 금호그룹, 현대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안들이다. 이 들 기업들 중 금호그룹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형인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지만, 박찬구 금호산업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추후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타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창업주의 재산을 토대로 형제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대해 해당기업 홍보실들은 과거 발생한 사건이 또 다시 들쳐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지난 일을 또 들추어내야 하느냐. 이젠 모두 정리됐고, 새해벽두부터 이런 일이 또 다시 회자되는 것은 좀 불미스럽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재계의 유산상속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그러려니하는 입장이다.

한 시민은 “돈 가진 자들이 더한다는 말이 있듯이 돈 앞에는 형제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잊을 만 하면 알려지는 형제간의 재산분쟁 논란은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분쟁이 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금강제화의 재산권분쟁에 대한 결말이 향후 또 발생할지 모르는 타 기업의 재산권 분쟁에도 어떠한 방향을 제시할 지를 두고 재계 오너 집안家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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