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성년자 ‘돈벼락’ 실태
대기업 미성년자 ‘돈벼락’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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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1-12 11:13
  • 승인 2010.01.12 11:13
  • 호수 820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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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숟가락 물고 태어난 주식 부자들

경기 불황 여파로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국세청이 발간한 ‘2009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434명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부담세액만도 11억 5천9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재계에서도 뚜렷한 양상을 보이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넘겨 각종 세금의 부담을 덜고 향후 안전하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방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아직 젓을 떼지 않은 아이들이 가진 주식만도 수 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자금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일요서울]은 재벌가 미성년자들의 주식부호를 알아본다.

국내 재벌그룹 오너 4세들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는 태어나면서부터 1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갓난아이도 있었다.

이들 기업들은 상속ㆍ증여 등을 통한 지분승계 과정에서 미성년자 주식보유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이들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미성년자임을 감안할 때 주식매입에 따른 자금출처, 세금 납부 여부 등을 놓고 관계당국이 예의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166명에 비해 26.5%(44명)나 증가한 것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한 100억 원이 넘는 미성년 주식부자는 지난해 8명에서 3명이 많은 11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미성년 주식부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식 상승에다 대주주의 주식지분 증여·상속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상장사 특수관계인 간 증여 및 상속건수는 2007년 57건에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 2008년에는 76건으로 급증했고, 2009년에 9월 말 현재까지 68건을 기록했다.

또한 과거와 달리 대주주들이 어린 자녀의 생일, 졸업 선물로 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등 주식부호들의 풍속도가 변화한 것도 미성년 주식부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재계 경영권 승계 신호탄

억대 미성년 주식부호 가운데는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아들 동엽군(16세)이 259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엽군은 현재 성원건설 지분 13.45%(549만4756주)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이며, 석홍군은 GS그룹 지주회사인 GS의 주식 76만341주(0.8%) 외에 비상장 회사 주식도 가지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장녀 서민정 양(19)은 서경배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태평양 우선주(2.71%)를 보유하고 있다.

최연소 억대 미성년 주식 부자는 지난해 4월 태어난 김흥준 경인양행 대표의 조카인 최준형군으로, 준형군은 지난해 5월 김동길 경인양행 회장으로부터 이 회사 주식 5만주를 증여받아 평가액이 1억7000만원에 달했다. 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손자인 홍윌리엄군은 만 2세의 나이에 보유주식 가치(남양유업 1794주)가 10억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LG 미성년 갑부 최다

LG그룹은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딸인 연제양(19세)이 2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말 조사당시 1위 였던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장남 웅모씨(21세)가 조사대상 범위에서 벗어나면서 연제 양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연제양은 현재 지주회사인 LG의 주식 31만386주(0.18%)와 LG상사 주식 8만4720주를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은 6명의 친인척 미성년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용수 ㈜GS 상무의 장남인 허석홍 군(8)과 차남인 허정홍 군(6)이 GS의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 지분을 각각 30%와 70%씩 보유해 두 형제가 100%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는 GS의 물류계열사로 허 상무의 여동생인 허인영 씨가 대표로 있고 허 상무의 부인인 정혜신 씨가 이사를 맡고 있다.

매출액은 46억원 정도. 모두 GS칼텍스와의 계약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이처럼 미성년 자녀가 주식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낼 때 유리하다. 세무사사무소 한 관계자는 “주식의 경우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낮을 때 미리 증여를 해둬야 증여세를 적게 물게 된다”고 했다.

미성년자의 세습에 대해 한 증권관계자는 “최근 상속과 증여를 통한 지분 승계가 빨라진 것은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성년자의 주식보유는 단순한 증여 목적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계열분리나 재산분배의 목적이 있을 수 있으며 비상장 기업의 경우, 상장 시 막대한 시세 차액을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기업이 크게 성장할수록 조기 주식 보유 효과는 배가 된다.

상장기업의 경우 배당이 생기면 추후 지분을 더 보유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비상장 계열사는 상장하게 되면 부와 경영권 승계를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일부 시민단체와 관계당국이 미성년자 주식부호에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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