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업계선두 점령할 신의 손은 누구?
올해도 어김없이 M&A(인수합병) 시장이 뜨거울 전망이다. 특히 재계 판도를 뒤흔들 만한 매머드급 매물들이 즐비해 있어 인수 희망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 수조원대의 알짜배기 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한 정보전도 치열하다. M&A의 성공은 기업의 또 다른 성장을 촉진하는 발판은 물론 재계 순위가 격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닉스와 대우건설, 우리금융지주 등의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초대형 매물로 분류되는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에 따른 시장판도 변화가 거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의 주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힘들다. 이에 [일요서울]은 2010년 기업 M&A 시장을 들여다본다.2010년 M&A시장에는 굵직굵직한 알짜배기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어 이들 업체들의 M&A가 완료될 경우 국내 금융, 전자, 건설, 물류업계 등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1위 매물도 M&A 시장에
우선 전자 업종에서는 연매출 7조원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2위업체인 하이닉스가 가장 눈에 띈다. 일본과 독일, 대만 등 메모리 반도체 회사 중 상당수가 경제위기로 문을 닫거나 신규투자를 하지 못해 시장 지배력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쏠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닉스는 전자업종 진출이나 확대를 꾀하는 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인 매물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있었던 하이닉스 1차 입찰인수의향서 접수에는 효성그룹이 단독참여하면서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효성은 지난해 11월 12일 인수의향을 철회했다.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전도 본격화 된다. 폭 넓은 글로벌 영업망과 해외 신시장 개척 노하우, 인적자원 등의 종합상사 매력이 인수에 대한 군침을 돌게 만든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 인수후보로는 한화, GS,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건설업계 1, 2위 업체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위기 전 금호그룹이 인수했다가 다시 시장에 내놓은 대우건설, 그리고 현대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이 두 업체 모두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만한 매가톤급 매물이어서 이들의 새 주인이 누가 될 지에 재계의 눈이 쏠려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 M&A시장의 또 하나의 대어는 바로 세계 2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의 유력한 인수자로는 포스코와 한화, 현대중공업 등이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1차 입찰에서도 7조원대의 가격을 써내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가 대우 인터내셔널 매각 입찰 참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사이에서는 포스코가 두 기업을 동시에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잡으면’ 순식간에 업계 선두 점령
올 한해는 금융권에도 큰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정부의 금융규제 가속화, 외환은행 매각, 삼성생명·동양생명·대한생명 등 생보사들의 증시진입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
특히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중 한 곳만 인수하더라도 국내 선두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에 이 M&A 대어를 누가 인수하게 될 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72.97%를 갖고 있는 대주주 예금보험공사는 올 상반기 블록세일(대량매매) 등의 방법으로 우선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법과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66% 가운데 50% 초과 지분은 블록세일을 통해 매각하고 지배지분은 합병이나 분산 매각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의 인수비용이 8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지배적인 지분을 인수할 주체가 있는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면서도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외환은행 역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매물 중 하나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측은 올해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고 목표시한을 정해 놨다.
외환은행은 외국환 업무에 특성화돼있는데다 수신기반도 탄탄하다. 또 일반 여수신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가능성을 피해갈 수 있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업 진출을 원하는 해외 금융기관이나 몸집 불리기를 노리고 있는 국내 은행 등 어디든 군침 흘릴만한 매물로 손꼽히고 있다. KB금융지주, NH농협, 하나금융지주, 산은지주 등이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제2금융권 역시 M&A로 인한 시장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해진 지방 중소형 업체에 대한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들의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 역시 업계정치 차원에서 대형사 중심의 M&A를 권장하고 있어 초대형 저축은행의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공기업 매물도 시장에 쏟아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8개 공기업 지분 매각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서 매물 소화 여부는 ‘글쎄’
하지만 현재까지 시장에서 앞서 거론된 M&A 매물들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경기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자할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금호그룹이 매물로 내 놓은 대우건설은 국내 시공평가 1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매각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 2위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1차 입찰 당시 입찰에 응한 곳은 효성그룹 한 곳 뿐이었다.
[경제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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