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특집 ③ ‘혈육간 전쟁’ ‘비리’엔 따끔, 노블레스오블리제엔 칭찬
재계특집 ③ ‘혈육간 전쟁’ ‘비리’엔 따끔, 노블레스오블리제엔 칭찬
  • 류세나 기자
  • 입력 2009-12-29 13:20
  • 승인 2009.12.29 13:20
  • 호수 818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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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언론인 50명 설문조사 CEO 이미지리더십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72. 성지건설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11월 4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전에 영정이 놓여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해가 저물었다.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서프프라임과 모기지론 등으로 인한 경제지표 하락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민족의 저력을 과감하게 발휘한 한 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재계가 글로벌화를 표방하면서 나름대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뜻. 그러나 이 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과거 그대로였다. 재벌총수들은 연일 비자금 조성, 형제간의 재산다툼, 검찰조사, 특혜의혹, 이혼, 자살 등 각종 구설수로 매스컴을 장식했고, 검찰수사도 받았다. 지금도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금호아시아나 등 일부 대기업들은 유동성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신년특집기획으로 증권, 언론계 종사자 50명에게 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대상자들은 올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그 기업, 재계의 고질적인 문제, CEO의 도덕점수 등에 대해 답변했다. 또한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주목받은 기업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대부분이 재계에 관행처럼 자리 잡아 매년 지적되고 있는 경영권 세습과 형제간의 싸움, 자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역시 재계의 한해는 파란만장했다. 말단 사원, 그룹 임원진은 물론 재벌 총수까지 연루된 각종 비위행위부터 재벌家 불화, 이혼, 자살 등 재계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사고가 신문지면을 가득 메웠다.


‘혈육간 전쟁’ 사건 한가득~

그중 올해는 유독 재벌가 가족들간의 재산 분쟁이 많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그룹 슬로건으로 내세운 금호아시아나 그룹, ‘형제경영’을 내세웠던 두산그룹, ‘생명기업’ 녹십자 등의 기업에서 재산·경영권을 둘러싼 혈육간 다툼이 벌어졌다.

지난 7월 금호그룹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인해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동반 퇴진했다. 그런가 하면 11월에는 2005년 재벌가 ‘형제의 난’의 주인공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 때 박 전 회장의 자살 소식이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까닭은 박 전 회장의 비보를 계기로 지난 2005년 벌어졌던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을 둘러싼 두산 형제간의 싸움, 또 그로 인해 박 전 회장이 두산家에서 제명되고 이후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에 휩싸였다.

같은 달인 11월 녹십자家에서는 故허영섭 녹십자 창업주가 타계한 지 열흘 만에 유산분배 문제를 놓고 모자간에 법정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벌총수와 그의 가족들의 행보는 대내적인 부분은 물론 개인사까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다.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 역시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 2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결혼 11년 만에 이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특히 이 부사장의 이혼은 경영권 승계 구도에 걸림돌로 작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9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삼성에게 있어 2009년은 그야말로 가장 말 많고 탈 많았던 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에 대한 각종 의혹들도 쏟아져 나왔다. 임직원들의 수십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는가 하면 하이닉스 인수 특혜, 오너들의 해외 부동산 불법취득 등 효성을 둘러싼 갖은 의혹들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 9월, 1년6개월여의 수사기간동안 계열사 임원들의 횡령 및 건설부문 비자금 조성에 대한 사실만을 확인한 후 수사를 종결해 ‘대통령 사돈기업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위 사건들 외에도 올 한 해 동안 재계는 많은 사건사고들을 쏟아 냈다. 특히 하반기 검찰이 국내 유수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대한통운 곽영욱, 이국동 등 전·현직 사장들은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재계총수 거짓말 밥 먹듯이 한다” 56%

이 같은 재계의 각종 사건사고 영향은 지난 21~22일 본지가 양일에 걸쳐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조사결과 응답자들은 2009년 각종 사건들로 구설수에 올랐던 국내 기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묻는 질문에 32%(16명)가 박용오 전 두산회장의 자살사건으로 유명세를 떨친 두산그룹을 꼽았다. 다음으로 삼성그룹(28%), 한화(16%), 녹십자(14%), 효성(14%), CJ(14%), 기타(2%)순으로 집계됐다. (이중 한화그룹은 2007년 발생한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으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재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까닭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응답자들은 이들 기업을 ‘올해의 구설수 기업’으로 선정한 까닭으로 ‘형제간의 갈등(32%)’, ‘비자금 형성(22%)’, ‘책임감을 가져야할 대기업이 잡음만 내고 있다(20%)’, ‘경영권 불법 승계(12%)’, ‘정경유착(8%)’ 등의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 한 응답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두산그룹 형제간에 분란이 일어난 것도 모자라 박 전 회장 일가를 가문에서 퇴출시키고, 자신의 형제가 자살을 선택할 상황에까지 치닫도록 방치해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삼성 등 재벌기업들은 갖은 부정부패의 온상이면서도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갖은 특혜를 받고 있다”며 “재벌기업에 대한 비리 사건은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응답자들의 이러한 의견은 재계 CEO들에 대한 도덕성 점수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재계 CEO들에게 도덕성 점수를 매긴다면?’(100점 만점)이라는 질문에서 ‘61~70점’(2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여기까지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중간’은 한 셈.

하지만 ‘0~20점’(18%), 21~30점(16%), 31~40점(26%) 등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하위 점수를 매겨 최종적으로는 ‘재계 CEO들의 도덕성 점수는 40점 이하’라는 응답이 60%인 것으로 집계 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응답자 가운데는 ‘0점’과 ‘-100점’이라고 답한 비율이 12%라는 점이다.

조사대상자들은 이렇게 다소 ‘짠’ 점수를 준 이유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서(56%)’, ‘정경유착(22%)’, ‘비자금 조성(18%)’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CJ, 환우 위한 특수햇반 개발 덕 ‘톡톡’

반면 올 한 해 동안 각종 사회공헌 활동으로 훈훈한 소식을 전해준 기업도 있었다. 물론 앞서 거론됐던 기업들 역시 꾸준한 공헌활동을 벌였으나 이 같은 소식보다 파급효과가 더 쎈(?) 사건들이 터지면서 선행들은 묻히고 말았다.

설문대상자들은 ‘2009년 선행기업’을 묻는 질문에 CJ(26%), SK(18%), 현대기아차(10%), 녹십자(10%), 기타(10%) 순의 응답을 보였다. 그런데 ‘없음’이라고 응답한 인원도 1위 기업으로 선정된 CJ와 동일 수치인 26%를 보여 기업들의 적극적인 환원활동이 필요함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조사대상자들은 이들 기업을 꼽은 이유로 ‘봉사활동(40%)’, ‘사회환원(32%)’, ‘발전 통한 국위선양(16%)’, ‘각종 수상이력(8%)’, ‘기타(4%)’ 순으로 답했다.

이와 관련 한 설문대상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CJ제일제당이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국내 200여명에 불과한 선천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을 위해 특수 햇반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익추구를 위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올 한 해 동안 현대기아차그룹의 기부금이 가장 많았다고 들었다”며 “많은 구설수들이 있었지만 그룹 성장노력과 함께 공헌활동에도 열심인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한편 설문대상자들은 올 한해 국내 경제발전 점수에 대해 41~50점(24%)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 뒤로는 61~70점(20%), 51~60점(18%), 0~20점(16%) 등 순이다.

최종 결과를 놓고 보면 50점 이하가 54%, 50점 이상이라고 답한 의견이 46%다. 이는 재계 CEO들의 도덕성 점수가 ‘40점 이하’라고 나온 비율이 60%였던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점수다.

이와 관련 A그룹 홍보실 한 관계자는 “한 그룹이 시끄러우면 해당 그룹 회장은 물론이고 계열사 직원들까지 모두 골머리를 썩게 된다. 특히나 홍보실 직원들은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더하다”며 “깨끗한 사업진행을 바라는 마음은 국민들보다 홍보실 직원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던 게 사실”이라며 “올해의 악재를 밑거름 삼아 내년에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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