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협회 “비리냄새 풀풀~” 국민 세금 새다
건설 비리의 심각성은 도를 넘었다. 매년 국회의 국토해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건설업체 비리에 대한 거센 추궁을 했다. 하지만 비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교묘한 수법으로 진화된 입찰 비리가 터지고 있다. 건설 비리가 연이어 터지는 것은 국토해양부가 손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책상머리에 앉아 볼펜 행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 많은 건설업계 비리에 대해 해결책이 없는지 알아본다.입찰 담합 비리가 국민의 재산을 위협한다.
서울시가 발주한 ‘자양·구의취수장이전공사’ 2,3공구의 입찰 담합으로 63억 원의 예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입찰 담합에 대한전문건설협회의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와 업종별회장, 감사, 지방지회장 등이 개입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월 26일 서울시가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상수도 취수장 공사에 담합 입찰 및 불법 하도급을 한 혐의로 상하수도 전문건설업체 대지종건(주) 최창호(54·대한전문건설협회 감사)대표 등 21개사 대표이사를 비롯 54명(구속3, 불구속51)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혜영건설(함용식 대표), 재현산업(서유석 대표), SOS건설(조성종 대표), 대지종건(최창호 대표), 서해건설(성낙배 대표) 등 17개 상하수도 전문건설업체들은 1220억원대의 자양ㆍ구의 취수장 이전 공사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 전 서로 짜고,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업체 4곳의 예상 비용보다 30~40%가량 더 높은 비용을 일괄적으로 적어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법을 통해 1-4공구 중 2공구는 해영건설 등 3개사가 287억원(78.24%)에, 3공구는 재현산업 등 3개사가 279억원(74.211%)에 낙찰 받았다.
박덕흠 전문건설협회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혜영건설과 SOS건설이 2공구와 3공구에 나란히 입찰에 참여해 혜영건설이 2공구를 낙찰 받았다. 또 3공구는 상하수도협의회 회장인 서유석 회장의 재현산업에 낙찰됐다.
또한 입찰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대지종건 최창호 대표는 현재 대한전문건설협회 감사이다. 최 감사는 전 상하수도협의회 회장을 역임한바 있다. 이밖에 인천시협의회 성낙배 회장도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상하수도관련 용접 특허를 가진 A사가 경찰에 박덕흠 회장과 최창호 고문이 짜고 입찰 담합을 했다고 제보하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그러나 박 회장은 대주주일 뿐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면서 책임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입찰담합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B사의 C씨는 “우리 회사는 최창호 고문이 찾아와 입찰참여를 권유했기 때문에 박 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모든 진상을 알게 됐다. 조사를 하던 경찰로부터 박 회장과 최창호 고문이 처음부터 짜고 입찰 담합을 했다고 말을 들었다”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인사도 경찰 고위층 개입설을 주장했다.
그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설업체 대표인 D씨가 TK출신 경찰고위층에 부탁을 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회장에 대해 참고인 자격으로 수 시간에 걸쳐 조사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혐의가 찾지 못했다고 했다.
공정위가 다시 개입
사건은 공정위와 법원으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지난 10월부터 입찰담합에 개입한 18개 회사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의 결과는 아직 미지수, 경찰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조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을 듯 싶다. 다만 입찰담합을 통해 63억원이라는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 예산손실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어질 것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만 축낸다는 뜻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단 회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해당 관청인 국토해양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사무관은 “(자양·구의취수장 이전공사 입찰 담합에 대해)전혀 모른다. 전문건설협회에서 알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알 수 없다”면서 “또 안다고 해도 국토부가 제재를 할 수 없다. 특히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인 경우 판결 때까지는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입장은 명쾌했다. 아예 관리감독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관리는 일을 맡아 관할하고 처리함을 말한다. 감독은 기관을 감시하고 지휘, 명령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박덕흠 중앙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담합에 가담했고, 감사, 그리고 업종별회장과 시도회장 등이 가담한 건설 근간을 헤치는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부처의 일인 것처럼 ‘나 몰라라’하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국토해양부와 전문건설협회에 재직 중인 전 국토부 출신 임원들 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출신 전문건설협회의 한 임원은 “로비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면서 “전문건설업계가 필요한 법령과 전문건설기술 등에 대해 국토부와 상의를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토해양부 출신은 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 등을 비롯한 건설단체마다 2~3명씩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대외 협력과 전문 건설기술, 연구 등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 입찰담합 강경입장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민권익위에서 입찰담합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국가권익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건설산업 청렴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공공계약과 관련해 뇌물을 주거나 금품·향응을 제공하고 로비를 일삼는 비리업체는 정부·지자체·공기업·지방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 입찰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공공계약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 등 비리를 저지른 기업은 전체 공공기관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가계약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계약과 관련해 공무원의 비리가 드러나 징계가 확정되면 해당 업체를 함께 제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자양·구의취수장 이전공사’담합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덕흠 회장 리더십 도마 위에
박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지회장 선거가 내홍을 겪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고 입찰담합에 가담했던 SOS건설은 최근 전문건설공제조합이 발주한 ‘음성연수원’ 기숙사 리모델링 공사를 16억여원에 수주했다. 그러나 공사 수주와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관심이 높은 박 회장이 현재 반쪽으로 나뉜 건설협회를 재정비하고, 각종 의혹들에 대해 깨끗이 해소하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에 치명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경호 기자] news002@dailysun.co.kr
조경호 기자 news002@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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