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따라가다 똥줄 탄 재계 총수 누구?

2009년이 저물고 있다. 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의 여파는 올해까지 계속됐고, 이로 인해 개인신용마저 삐걱거리는 등 한국사회 전반은 찬바람을 맞아야 했다. 그런가하면 국내 유수의 기업들 역시 재계에 불어 닥친 검찰 사정 바람과 M&A 후폭풍, 이혼·자살 등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올 한 해도 어김없이 여러 가지 사건들을 몰고 다녔던 재계의 모습을 [일요서울]이 조명해봤다.
올 한해는 유독 재벌가 형제들간의 재산 분쟁이 많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그룹 슬로건으로 내세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그랬고, 두산그룹, 녹십자 등의 기업에서도 재산·경영권을 둘러싼 혈육간 다툼이 벌어졌다.
금호
형제갈등 이어 형제 동반퇴진
7월 금호그룹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인해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동반 퇴진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故박인천 창업주 타계 이후 삼형제가 차례로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으면서 형제경영의 모범 사례로 통해 오던 금호그룹의 50여년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된 것.
일찌감치 재계에서는 석유화학부문에서 기반을 다져온 박찬구 회장이 금호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문제로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면서 삼구-찬구 형제간의 위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우건설 주가하락 등 재무구조가 약화되면서 동생 박찬구 회장의 계열분리가 사실상 물거품 됐기 때문.
이에 불안감을 느낀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형제간 ‘지분 균등 소유’ 룰을 깨고 금호석화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형제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다.
결국 박 명예회장은 지난 7월 28일 서울 신문로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해임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시 아시아나 항공 사장을 맡고 있던 전문 경영인 출신 박찬법 회장이 5대 수장으로 금호그룹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두산
박용오 전 회장 유서 남기고 자살
그런가 하면 11월에는 2005년 재벌가 ‘형제의 난’의 주인공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故박 전 회장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두산그룹의 총수를 지냈지만 2005년 형제간 갈등 끝에 그룹의 비리를 검찰에 투서하는 등 ‘형제의 난’을 겪은 뒤 두산가에서 제명됐다. 이후 중견 건설업체인 성지건설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경영에 복귀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A4용지 7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떠났는데 유서를 통해 자신과 함께 두산家에서 배제됐던 자신의 두 아들을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녹십자
창업주 비보 열흘 만에 유산 다툼
같은 달인 11월 녹십자家에서는 故허영섭 녹십자 창업주가 타계한 지 열흘 만에 유산분배 문제를 놓고 모자간에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의 장남 허성수 전 부사장은 최근 “아버지 뜻과 달리 어머니가 임의로 작성한 유언장의 효력을 정지해 집행을 금지해 달라”며 어머니 정모씨와 유언집행 변호사를 상대로 유언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특히 허 부사장의 이번 가처분 소송은 아버지의 비보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기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허 창업주는 유언장을 통해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 주식은 모두 부인과 차남, 삼남에게 물려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 배분에서 장남인 허 전 부사장이 제외된 것.
이런 가운데 녹십자는 또 최근 인사에서 허 전 부사장의 인사를 배제한 채 창업주의 2남 허은철 전무를 녹십자 부사장으로, 3남 허용준 상무를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해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효성
‘대통령 사돈 기업’ 특혜·봐주기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에 대한 각종 의혹들도 쏟아져 나왔다. 임직원들의 수십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는가 하면 하이닉스 인수 특혜, 오너들의 해외 부동산 불법취득 등 효성을 둘러싼 갖은 의혹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6개월여의 수사기간동안 계열사 임원들의 횡령 및 건설부문 비자금 조성에 대한 사실만을 확인한 후 지난 9월 수사를 종결해 ‘대통령 사돈기업 봐주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효성그룹이 100억원대 무기명채권을 조성, 부동산 투자에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 됐다.
쌍용차
노사, 77일간 벼랑 끝 대치
올 한해 국내 경제는 재벌총수와 관련된 사건사고 외에도 노동계와의 마찰로도 몸살을 앓았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 먹튀 사건으로 후유증을 겪던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 5월 전체 노동자의 36%에 해당하는 2646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발표, 77일간의 파업을 야기 시킨 것. 당시 사측은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내기 위해 내부로의 식수를 포함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가스를 끊는 등의 행동을 취해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쌍용차 사태는 지난 8월 노사 간 막판 대화를 통해 극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쌍용차는 두 달이상의 파업기간 동안 3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검찰 사정칼날 재계 전방위 겨눠
한편 올 하반기 재계는 검찰 사정 칼날 아래 벌벌 떨어야 했다. 지난 9월 검찰이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SK건설, 한진그룹 등 국내 유수 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면서 재계 안팎에는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경제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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