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 시절 정권실세들과 친분이 있다고 거짓말하며 진행되지도 않는 국유지를 매입할 명목으로 수 억원을 요구한 황당한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TK지역에서 G유통업체를 경영한 이명자 씨는 대부업체 J사 박지만 대표를 독산동 토지 매입(금천구 독산동 441-6번지 일대)과 관련 공동매수하기로 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면서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물론 사정기관 등이 수사를 했지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위 제소를 준비하는 것. 또한 참여정부 시절 인사와의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국방부 소유의 땅 이전 문제에 일반인들만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주장이 사실일 경우 큰 파장은 물론 ‘군부대 토지사기 게이트’로 번질 우려를 낳는다. [일요서울]은 이 씨를 만나 사건의 내막을 알아본다.
독산동 00부대 매각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독산동의 동쪽은 관악구 신림동, 서쪽은 가리봉동, 남쪽은 시흥동과 경기도 광명시, 북쪽은 구로구 구로동과 인접해있어 교통요충지로 발전 잠재력이 어느 곳보다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00부대 부지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인접해 있어 금천구의 노른자 땅으로 손꼽힌다. 이에 금천구가 이곳부터 시흥사거리, 기아 공장 등의 이르는 총 63만여㎡를 ‘21세기 서울 남서부를 선도할 대규모 첨단복합주거단지’로 개발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각 부처별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하루 빨리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다.
그 부지를 놓고 사기사건 의혹이 불거진 것. 참여정부 시절의 인사도 일부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참여정부 정권의 또 다른 ‘게이트’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허위 서류 작성 논란 ‘증폭’
이 부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인물은 TK지역에서 유통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인 이명자 씨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그동안 검찰은 물론 사정기관 등이 수사를 진행할 뜻을 밝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만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건 연루자인 김 모 씨 외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공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고소했다. 이 씨는 “변호사는 물론 검찰도 이번 건을 수사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말뿐인 허울이었다.
우리 측 변호사들도 사정기관이 조사할 뜻을 밝히기가 무섭게 (수사를) 접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제소할 방침을 밝혔다. 이 씨의 말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씨는 TK지역에서 유통 사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인이다. 한 우물만 판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렸고, 타 지역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그러던중 서울 진출을 모색했다.
개인토지보다는 국유지를 원했다. 부지 매입에 들어가는 자금을 일부 아껴 사업 안정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의 토지 매입 의향을 들은 한 지인이 J사를 소개해 주었다. J사는 자금회사로 박지만 씨가 대표이사로 되어있지만 실소유주는 김 모 씨로 알려진다. 김 모 씨는 오랫동안 사채업을 통해 부를 축척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만남이 화근이었다.
김 씨는 이 씨 에게 “군부대가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독산동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며 매입의향을 물어왔다.
김 씨는 국유지라는 이점과 주변의 이목이 좋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 3월경부터 그에 필요한 각종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10억 6천 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8월경에는 군부대부지의 매매계약을 위한 계약금으로 5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김 씨의 말을 믿고 급한데로 2억 4천만 원을 지급했다. 나머지는 매매계약이 성사되면 주기로 했다.
사업의 진정성을 위해 김 씨 등은 참여정부의 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독산동 부지매입을 위해 부동산매입의향서를 재정경제부 국유재산과에 제출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경 “재경부 경제담당관 S씨로부터 독산동 군부대 부지를 매도한다는 부동산 매도확인서를 받았다”며 S명의의 부동산매도확인서도 보여주었다.
이후에도 철저한(?) 행동들은 계속되었다. 재경부 국제금융팀에서 11월 경 PC자금이 승인난다고 했으며 국방부 국유재산과 담당자와 통화했다며 “재경부 회신을 받았고 조속히 처리하여 재정경제부로 보내겠다고 하더라. (자신들이) 매수자인 것을 알더라고 하였고, 11말경에는 종합청사 7층 재경부에서 청렴계약이행각서를 작성하고 나왔다고 했다. 12월 초에 4~5일 내에 모든 것을 끝내고 깨끗하게 넘겨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하지만 이 모두가 거짓이었다.
J사의 실소유자인 김 씨는 돌연 “계약이 안되었다”며 핑계를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08년 1월 경 청와대 정책실장 특보로부터 약속을 받았다고 하면서 ‘인·허가에 적극 협조하여 계약 완료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행정자치부 행정심의관 장 씨의 ‘부전지 1통’을 보여주었다. 국방부 국유재산 담당관 명의의 확인서 1통도 보내는 등 끊임없는 기만행위를 보였다. 김씨의 인맥에는 참여정부의 실세 A의원이라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기도 하다.
B씨의 주장대로 J사의 실소유주인 김 씨와 참여정부 시절 요직에 있던 인사들과 결탁했다면 평범한 부지매각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는 사인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금회사가 대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는 승인을 받는 과정에 집권 여당의 핵심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미 검찰의 ‘그림 게이트’와 ‘한명숙 전 총리’수사로 인해 참여정부 시절 실세 이름들이 거론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 씨의 주장이 정치권에 파란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사기사건의 진위여부가 명확히 되지 않으면 또 다른 논란으로 가열될 양상을 보여 검찰 및 사정기관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검찰은 물론 영등포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공문서 위조로 판명된 이 씨는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나는 아니다.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있는데, 너무하다 싶어 답답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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