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기연 재-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제 3탄 - SK 최종현 회장 편
인 기연 재-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제 3탄 - SK 최종현 회장 편
  • 정리=이범희 기자
  • 입력 2009-12-08 17:05
  • 승인 2009.12.08 17:05
  • 호수 815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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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때까지 철저하게 파고들어라”
신입사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고 최종현 회장

재계에서 손꼽히는 대다수 기업들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신뢰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경영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역동의 시대를 거쳐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녀를 강하고 훌륭하게 키우는 확고한 원칙이 있다. 부를 일구는 것보다 부를 다스리는 법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조직을 관리하는 법을 학습시킨다. 그렇다면 ‘재계의 고수’인 창업주들은 그들의 자녀에게 어떤 교육법을 선사할까. 지난해 출간된 <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밀리언하우스>는 이런 물음에 대해 해답을 제시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법을 필두로 한국 최고 경영인들의 자식 농사법을 알아본다. 이번호는 SK그룹 창업주 최종현 회장의 자식 농사법이다.

SK는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3대 체제가 아니라 형-동생-조카로 이어지는 이른바 2.5세 체제다.

지난 1998년 8월에 작고한 최종현 회장은 1976년 SK창업주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뒤를 이었고,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태원 SK(주) 회장이 그룹 승계자로 확정된 것은 지난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다.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SK가의 차세대 5인방인 사촌형제들이 모여 당시 최태원 SK(주)부사장을 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합의했다.

최태원 회장이 회고하는 선친의 가르침 가운데 ‘자연과학’과 더불어 ‘유학’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최태원 회장은 유학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친께서 내 인생에 강제한 몇 가지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유학을 떠나라는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때가 되면 유학 갈 수도 있겠다고 느긋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부친은 아들이 졸업식도 하기 전에 유학을 가라며 반강제로 내몰았다.

최종현 회장은 자서전 ‘나는 한없이 살았다’에서 “기업가는 항상 신선한 사고력과 투시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자녀들이 어떤 일에 의문을 가지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때까지 철저하게 파고들도록 훈련시켰다. 끝까지 문제를 쫓아 결국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때까지 탐구하는 과학적 사고와 호기심을 키운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자식들이 결코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용돈이 항상 부족해 가정교사로, 학교 식당 접시닦이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주변에서 재벌가의 자제라고 믿기 어려워할 정도였다. 한번은 최태원 회장이 중고차를 샀는데, 최종현 회장은 이것을 어떻게 구입했는지 일일이 현지 지사장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확인 받았다. 그리고 집도 제일 싼 곳을 얻어 일주일에 쥐를 무려 40마리까지 잡기도 했다. 최종현 회장의 자녀교육이 얼마나 엄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에도 “내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라며 “지식이 있으면 재물은 절로 따라온다”는 말을 자주했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의 1주기 추모식에서 아버지에게 배운 가르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큰 가르침을 선친께 받았습니다. 선친은 제게 지식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항상 자식들에게 ‘내가 물려주고 싶은 재산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지적 재산이다. 지식이 있으면 재물은 따라온다. 허나 지식 없이 재물만 있다면 그 재물은 오히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며 지식을 쌓을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앞일을 놓치지 마라

최종현 회장은 평소 2세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나는 너희들이 일할 발판만 만들어주면 된다. 남들처럼 너희들의 상속세까지 내가 챙겨줄 수는 없다. 그런건 모두 너희들의 힘으로 해라”

다시 말해 자기계발 없이 아버지의 후광에만 의지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최종현 회장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며 그만큼 어렵다고 대외 인터뷰에서 재차 밝히기도 했다. 또한 최종현 회장의 가르침은 ‘무언의 교육’이었다.

최종현 회장에게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계다. 이사할 때나 집 내부를 개조할 때도 다른 것은 모두 부인의 마음대로 하라면서 단 한 가지 침실에 드러누워서도 볼 수 있는 자리에 시계를 걸어 놓으라는 주문은 잊지 않았다. “1분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는 사람은 1시간을 낭비해도 아까운 줄 모른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나간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해. 후회한다는 것은 미련을 갖는다는 것이고 미련에 매달리다 보면 앞일을 하지 못하게 돼. 사람이 실수나 과오가 없을수가 있나. 그렇다고 후회를 해서는 안돼. 나는 후회하지 않아. 후회할 시간이 없거든”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이처럼 그는 늘 “기업인은 항상 시간과 싸우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것.

이 외에 시계와 얽힌 일화도 많다.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였다. 특히 겉치레를 좋아하지 않았다. 시계도 비싼 것을 차본 적이 없다. 시계란 시간을 보기 위해 있는 것. 따라서 시간만 잘 맞으면 어떤 시계라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실제로 최 회장이 애용하던 손목시계도 회사의 몇 십 주년 기념때 축하객에게 나눠줬던 시계다.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이 ‘Positive thinking(긍정적인 사고)’이었다.

세상이든, 사물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접목해 가정생활과 기업을 지켜 나갔다. 그는 이런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항상 10년 앞을 내다보라고 가르쳤다.

자녀들에게 “항상 몇 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종현 회장은 토론하기를 즐겼다. 주제는 사회 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 가끔은 넌센스 퀴즈와 같은 질문을 해, 자녀들을 곤혹스럽게 하곤 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회장실에 자꾸 들어오지 마라”는 꾸지람을 자주 받았다. 아들의 독립심과 책임감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최종현 회장은 자녀들과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을 즐겼다. 이에 선친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은 고스란히 최태원 회장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영향과 선친의 영향으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을 즐기는 등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자료제공:밀리언 하우스]

정리=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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