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세들 ‘약진’…창업주를 뛰어 넘는다

재계의 연말인사가 단행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진용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올 연말 주요 그룹의 인사 키워드로 ‘오너가(家) 책임경영체제 강화’와 ‘세대교체’를 꼽는다. 일예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총괄대표이사로 올랐고, 구학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 또한 경기침제의 여파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젊은 CEO를 바라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인사 쇄신이 뒤따를 가능성을 염두한다. 지난해 인사에서 주요 기업들이 ‘경기침체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최고경영인(CEO) 교체 폭을 최소화한 점도 세대교체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재계 3~4세들이 기업 경영 전면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인사발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전 부회장이 각광받은 것도 3~4세들의 힘이 커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한 재계 인사는 “오너 책임경영의 장점은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참 전문경영인들이 맡던 임무 중 일부를 오너가 직접 담당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기업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글로벌 빅5 도약’을 진두지휘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마케팅,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실적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며 정 부회장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지난 1일 신세계 총괄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동안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구학서 전 부회장 사이에서 경영수업에 몰두했던 그가 드디어 빛을 발한 순간이다.
그는 취임 첫날 아침일찍 출근해 산적한 서류와 사업등을 정리하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이사 본인도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업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광고와 마케팅 부문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의 측근들은 그를 “동물적인 감각과 외형보다는 콘텐츠를 중시하는 인물이며 현장 중심형 임원이다”고 치켜세울 정도로 그의 활약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의지가 컷다는 후문도 있다. 올해 66세인 이 회장이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하기 전에 정 대표이사가 잘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승진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 LG그룹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구 과장은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치고 지난달 LG전자로 복직해 주요 부서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아직은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지만, LG家의 가풍세습으로 인해 그의 임원 승진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정기 인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과 잇따라 만나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무가 올해 말 인사에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2007년 전무로 승진, 올해 말로 승진 연한을 모두 채웠고,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과 잇따라 만나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기 때문.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도 마찬가지다. 이 전무는 지난 9월부터 에버랜드 전략기획실장을 겸직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문경영인 교체 폭도 관심사
고참 전문 경영인들의 교체 폭도 연말 인사의 관심거리로 꼽힌다. LG그룹은 텔레콤 등 통신 계열 3개사의 합병 등으로 인해 CEO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0년 조선맨’으로 꼽히는 최길선 사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현대중공업처럼 이미 세대교체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기업도 있다.
[경제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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