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창업家의 네버엔딩 ‘혈육전쟁’
오양수산 창업家의 네버엔딩 ‘혈육전쟁’
  • 류세나 기자
  • 입력 2009-12-01 13:20
  • 승인 2009.12.01 13:20
  • 호수 814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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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돈 때문에 가족愛 ‘갈기갈기’
오양수산 故김성수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놓고 창업주 가족간에 벌어진 ‘모자의 난’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지난달 22일 (황한식 부장판사) 창업주의 부인 최옥전씨와 자녀들이 장남인 김명환 전 부회장을 상대로 낸 채권양도 등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양도하라”며 원심확정 판결을 내렸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피를 나눈 가족들끼리 수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일요서울]에서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오양수산 창업주 일가의 갈등은 김성수 창업주의 장남 김명환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공백기를 틈타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데서 촉발됐다. 김 전 부회장은 2001년 창업주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자신이 경영권을 잇기 위해 오양수산 사장을 맡고 있던 손아래 매제를 사장직에서 해임하는 등 다른 가족들을 회사경영에서 손을 떼게 했다. 2003년에는 최대주주인 아버지를 배제한 채 주주총회를 열어 자신이 이사로 재선임 될 수 있게끔 유도했다.


회장 공백기 틈타 가족들 경영권 뺏어

당시 병상에 누워 있던 김 창업주는 장남 김 전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시키기 위해 대리인을 통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창업주의 대리인은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고, 김 전 부회장은 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아버지인 창업주를 비롯한 모친 및 누이 등은 김 전 부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병상에 있던 창업주가 자신의 아들을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 무효 소송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순식간에 ‘처남-매부’간의 싸움은 부자간의 싸움으로 번지게 됐고, 결과는 1심, 2심,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창업주가 승소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었는지 어머니와 가족들은 창업주가 사망하기 직전인 2007년 6월 1일, 김 창업주와 최옥전씨 등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오양수산의 지분 35.2%를 경쟁사였던 사조산업으로 전격 매각했다. 이는 관련업계 사이에서 장남의 경영권 장악 꿈을 깨버리기 위해 취했던 행동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창업주 일가의 지분 일괄 매각으로 사조산업은 단숨에 오양수산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미 오양수산의 지분 11%를 갖고 있었던 사조산업은 신규매입한 지분까지 합쳐 모두 46.2%의 지분을 소유, 사실상 경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결국 김 전 부회장에 대한 창업주 일가의 주식매각 반란으로 오양수산의 경영권은 경쟁사인 사조산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김 전 부회장 가족이 갖고 있던 오양수산의 지분은 7.54%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회장은 김 창업주가 가족들에게 남긴 지분 위임장 내용은 위조이기 때문에 사조측 지분 매입이 무효라며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장남, 상고 가능성 제기… 가족분쟁 끝은 어디?

이렇듯 이들 가족간의 분쟁은 창업주의 별세 전부터 계속돼 왔다. 2006년 7월에는 법정소송에도 돌입했다. 김 전 부회장이 모친을 상대로 아버지 명의로 돼 있던 자신의 산업금융채권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낸 것. 이 역시 경영권 다툼에서 비롯된 가족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김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채권 중 40억원을 내 자금으로 매입했다. 그런데 재산관리인이 퇴사하면서 이 채권을 모두 어머니에게 맡겼다”며 40억원을 돌려달라는 채권반환소송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김 전 부회장의 패소였다. 1심 재판부는 “창업주가 생전에 김 전 부회장 명의 계좌를 개설해 채권을 관리한 것은 상속 내지 증여로 부과될 수 있는 조세 부담 경감을 위해서였다”며 “또 아들 명의를 빌리기만 했을 뿐 본인 돈으로 투자해서 얻은 수익으로 채권을 산 것이기 때문에 실제 소유주는 망인(창업주)”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발한 김 전 부회장은 항소심을 청구했지만 최근 2심에서도 패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측이 2심 판결에도 불복, 상고할 가능성이 높아 오양수산 일가를 둘러싼 ‘피보다 진한 돈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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