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최원병號 또 다시 표류하나
농협 최원병號 또 다시 표류하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09-11-24 10:50
  • 승인 2009.11.24 10:50
  • 호수 813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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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휘청… 농협이 하면 모든지 다르다”

농협 최원병호가 또 다시 닻을 달고 출항을 준비했지만, 출발도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 농협은 신·경분리안을 내놓고 사업다각화를 준비하며 생명보험업 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 사장들이 입을 모아 반대성명을 내놓는 등 불편한 심기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정권과의 특혜논란이 일고 있어 또 한 번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역시 농협이다. 농협 민심이 정권을 움직이는 것인지, 정권이 농심을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들도 무성하다. 농협은 잦은 구설수에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또 다시 ‘비리농협, 특혜 논란’만 가중시켰다. 이에 최 회장의 시름 또한 깊어진다.

농협이 신·경분리안을 통해 개혁을 준비 중이다.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한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최 회장이 집권하면서 ‘클린 농협’을 만들기 위한 강구책으로 내부에 곪은 비리를 색출하기 위해 비리제보자에게 1억 원의 보상금을 제공할 뜻을 밝혔다. 그동안의 ‘비리천국’ 오명을 씻기 위함이라는 것.

하지만 그 첫 단추부터 꼬이는 양상을 보인다. 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생명보험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생보사 사장들에게 막혔다. 생보사 사장들이 긴급회의를 여는 등 초강수로 사업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권과의 특혜논란까지 불고 있어 오명을 씻으려던 움직임에 더욱 짙은 오명만 부은 형상이 되고 말았다. 내부적으로도 신·경 분리에 대한 반발 정황도 알려지고 있어 분위기 자체도 흉흉하다.


개혁 드라이빙…막혔나

농협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개편해 여러 회사로 만드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그동안 공제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현 농협의 보험부문을 별도의 보험사로 분리 운영할 계획을 추진했다.

농협이 독립적인 보험사를 설립하면 현재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변액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을 포함, 모든 보험 상품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사업 세분화로 인해 ‘금융 기업’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를 접한 생보 사장단은 지난달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보험시장이 여전히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농협에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 배제 등 특혜를 주면서 보험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보험 산업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면서 “보험산업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농협보험에 대한 특례 적용은 한·미, 한·EU FTA에서 정하고 있는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보험서비스에 대해 민간공급자에 우선하는 경쟁상의 혜택 제공금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만약 현행대로 추진한다면 국가신인도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방카슈랑스 영업의 경우 보험사는 25%룰을 적용받고 있지만 농협은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현재 전국 2300여개 지점에서 판매하는 보험의 100%를 농협보험 상품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생보 사장단은 “농협공제에 대한 부당한 특혜를 주는 농협법 개정안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면서 “농협공제도 보험업법을 적용받는 등 시장에서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통해 공정경쟁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사업의 존폐위기까지 내몰릴 처지다.

때문에 최 회장의 리더십이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평도 흐른다. 열심히 하려 하지만 추진하는 사업마다 불만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

일례로 최근 내놓은 정책 중 비리천국이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지난달 11월 4일 ‘윤리경영실천 자정 결의대회’를 열고 특단의 윤리경영 강화를 통한 기강쇄신에 나서기로 했지만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횡령 등 사고에 대한 제재기준 강화 ▲내부제보 포상금 인상 ▲지역농협 및 계열사에 대한 ‘클린카드’ 도입 등 윤리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금품수수 등의 내부 비리를 제보한 자에게 지금까지는 신고금액의 10배, 최고 1000만원을 보상했지만 앞으로는 20배, 최고 1억 원을 지급할 계획으로 이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농협 내부 직원들 사이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이 워낙 비리가 많기 때문에 내부 제보를 통해 큰 액수의 포상금을 받는 직원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며 “내부 비리 제도로 인해 비리가 근절 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직원들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비리 제보자를 보호하는 현행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기관들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직원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뛰어난 농협에서 포상금을 높인다고 할지라도 잘 시행이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농협 내에서도 이번 윤리경영 강화 때문에 직원들 끼리도 믿지 못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따를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농협 한 관계자는 “내부 비리를 재보한 직원에게 최고 1억 원이라는 큰 보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이 비리를 고발하는 일이 많이 발생할 것 같다”며 “내년부터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입조심을 해야 하는 등 사내 분위기가 무거워 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 진출과 관련해서도 농협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50년 넘게 은행업을 중심으로 한 보험영업(방카슈랑스)을 해오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관련 규정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역차별이고 공평한 룰도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는 이번 개혁이 썩은 물을 빼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고인 물만 더욱 쌓이게 하는 결과도 될 수 있다며 관망하는 입장을 내놓는다. 그동안 농협의 오명이 씻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신경분리에 대한 농민의 반응은

농협의 신경분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 2월에 반대급부에 부딪친 바 있다. 그럼에도 진행되고 있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있다. 농민연합, 전국농민단체협의회,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농협개혁을 위한 농업인 전국 순회 토론회’를 열고 신경분리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신경분리 문제를 놓고 전국 단위의 토론회가 진행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졌다.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매킨지 용역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가 있었다.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신경분리 방안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4.1%가 ‘반대’ 및 ‘적극 반대’ 의견을 보였다. ‘찬성’ 및 ‘적극 찬성’하는 의견은 27.7%로 나타났다. 하지만 찬성 쪽 의견에서도 ‘신경분리가 농협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거나 ‘경제사업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조항을 달고 있었다. 때문에 신경분리안을 놓고 농협과 농민들의 한바탕 소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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