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재계 11월 잔혹사
되풀이되는 재계 11월 잔혹사
  • 류세나 기자
  • 입력 2009-11-17 12:50
  • 승인 2009.11.17 12:50
  • 호수 81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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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바람에 추모리본 ‘펄럭 펄럭~’
故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6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장남 경원(오른쪽), 차남 중원(오른쪽 두번째)씨 등 유족이 운구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재계에 추모 바람이 불고 있다. 최종건(SK), 조중훈(한진) 창업주 등 국내 재벌기업을 일궈 낸 선대회장들의 기일이 11월 중·하순에 2~3일 간격을 두고 대거 몰려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재벌가 11월 잔혹사’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생존해 있다면 지금도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했을 재벌가 인사들의 11월 죽음을 되짚어 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선대회장의 기일을 두고 “재벌가 형제들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창업주 등 그룹 오너일가의 기일이 되면 유가족은 물론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까지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총출동한다.


노환부터 자살까지…사망사고 다발

15일은 48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별세한 SK 창업주 故최종건 회장의 36번째 기일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최 창업주의 두 아들인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물론 조카인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 SK 일가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 모여 고인의 넋을 기려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 11일 SK C&C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는 등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는 까닭에 SK오너 일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26년 수원에서 최학배씨와 이동대 여사의 4남4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최종건 창업주는 1953년 4월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수원시 평동 벌판에 선경직물을 창업, 오늘날 SK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최 창업주의 기일로부터 이틀 뒤인 17일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타계 7주기다. 추모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장남인 조양호 한진 회장이 주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등으로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꽤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1920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 창업주는 직물 도매상을 하던 부친 조명희 모친 태천즙 여사 사이에서 4남4녀 가운데 2남으로 태어났다. 대표적인 현장경영인 중 한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조 창업주는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의 3주기 기일이다. 고인의 부인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 등이 모여 추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故현 회장은 64년 독자적으로 신한해운을 세우고 84년 해운 합리화 조치로 현대상선에 합병된 이후에는 현대상선 회장으로 기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현 회장은 숙환으로 건강이 악화된 이후, 휠체어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등 기업인으로의 강인한 책임감을 보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26일은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3주기. 당시 조 회장의 죽음은 故현 회장과 같은 해, 불과 이틀 차이로 발생해 재계 안팎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조중훈 창업주의 3남인 조 회장은 2003년 회장직에 취임한 이후 국내외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한진해운이 세계적인 선사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기반 닦아 놓고 영면

한편 2005년 ‘형제의 난’으로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용오 두산 전 회장은 지난 4일 자살로 영욕의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시신은 선산인 경기도 광주시 탄벌리에 안치됐다.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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